업계 권익 지키기 나선 단체들, 구조조정 앞 활동 돌파구 절실황금알을 낳던 건기. 앞 다퉈 뛰어든 대여사업자들. 공급과잉에 일감축소로 손 놓은 건기업자들. 건설현장에서 대우받던 이들의 급전직하. 친목으로 시작했지만 업계권익을 지키려고 나선 단체들. 수급조절에서 8시간제·단가인상, 그리고 체불근절로 이어진 전국적 활동. 일도 없고 단체활동도 한계에 부딪힌 2015년. 돌파구가 필요하다. 어디서 무엇으로 뚫고 나갈까. 전환기 패러다임의 변화와 단체의 역할을 본지가 찾아 나선다.△건기대여단체 탄생의 배경=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던 건설기계대여업. 6·25전쟁 뒤 재건, 그리고 1970년 국토건설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건설산업의 근간이 됐다. 국가가 건기를 직접 관리했을 정도. 국토부 통계를 보면, 1961년 건기 대수는 1129대. 불도저가 250대로 가장 많다. 대부분 미군이 놓고 간 것이었다.건기대여업이 법적으로 인정된 건 1975년. 그 전에는 건설사에 소속돼 건기대여업을 했다. 김수정(42년생)씨는 70년대 초 신진자동차 6톤 덤프로 대여사업을 했다. 15만원 기사월급과 유류비(가득 채우면 3만원)를 빼고 수백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하루 임대료가 10~20만원이던 시절이다. “건설사들이 서로 빌리려고 난리법석을 떨었고, 앞다퉈 술 사주고 촌지주던 때”다.건설붐에 건기대여업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돈벌이가 좋다는 소문에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넘쳐났다. 76년 8백대던 굴삭기가, 86년 1만4천대로 불었다.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시절이다. 충북의 오복수씨는 “90년대까지만 해도 건기대여로 돈 좀 벌 수 있었다”며 “이후 조종사 급료가 크게 오르고, 조종사들이 경쟁적으로 대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90년 후반 IMF가 터지며 건기대여업계는 큰 소동을 빚는다. 문을 닫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했다.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건기대수는 꾸준히 늘어갔다. 2003년 30만대가 넘어섰고, 2008년 35만대를 기록했다.반면 일감은 줄었다. IMF국면을 조금씩 벗어나나 싶더니 2000년 중반 글로벌 경제위기로 폭삭 주저앉고 만 것이다. 과잉공급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수급조절 주문이 거세졌다. 이때 건기대여업자들의 단체 결성 ‘붐’이 일었다. 광역시도는 물론이고 시군구에서 단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단체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90년 초반 실소유 대여사업자를 인정해달라는 법 개정을 주도한 이들이다. 업계 선도자 격인데, 서울·대전·대구 등 대여업이 앞서 발전한 지역 단체들이다. 이때만 해도 건기대여업계는 27개 기종을 대변해 온 공법단체 대한건설기계협회(회장 정순귀, 이하 건기협)가 주류를 이뤘다.2011년 3월 굴삭기사업자를 주축으로 설립된 전국건설기계연합회(회장 김종성, 이하 전건연)은 건기협에서 분리독립을 추진했다. 실사업자 중심의 전건연은 최근까지 건기대여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다. 16개 광역연합회와 산하 230여개 시군연합회가 결집해 있다. 산하에 기종·규격별 협의회를 두고 있다.노동자 특성을 앞세운 덤프·믹서트럭 대여업계는 노조로 결집해 있다. 믹서사업자들이 2000년 조직을 결성했고, 2004년에 덤프사업자들이 가세했다. 2007년 3월 건설노조(민주노총)로 통합,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4개 분과, 8개 지역본부, 35개 지부와 4개의 지회 그리고 1개의 분회가 있다. 한국노총에도 믹서·덤프 대여업자와 전기·플랜트·화물 노동자가 참여하는 전국건설산업노조가 있다. 7개 분과와 12곳 지역본부가 있다.‘실사업자 인정’과 공급과잉 해소△대여단체 설립과 활동=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은 건기대여단체 태동기라 할 수 있다. 건기 실소유자(지입사 연명자)를 대여업자로 인정하라는 목표를 가지고 뭉쳤다. 건기보유대수가 50대(종합), 20대(단종)이상이어야 대여업 허가를 받던 시절이다. 광역별 건기단체로 구성된 전국중기경영인연합(이하 중기연) 회원 3천여명은 네 차례(91~94년)나 수도권 집회를 열었다. 94년 1대로도 건기대여업을 할 수 있는 건기관리법 개정(전 중기법)을 이뤘다.이들의 노력은 관리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던 건기협에 개인대여업자들이 활동 할 기구(기종위원회)를 설치하는 열매도 맺었다. 하지만 중기연은 IMF위기 뒤 발전방향을 찾지 못했다. 타격이 큰 만큼 만회노력을 더 열심히 해야 했기 때문. 그 사이 시군별 건기단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 일감을 나누고, 불량건설사 리스트를 공유할 정도였다. 2000년 중반까지의 모습이다.그 뒤 건기대여단체 부흥기가 도래했다. 건기대수가 30만대를 넘어서면서 과잉공급 우려가 커지던 때다. 늘어날 줄 알았던 일감이 줄었고,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란 걸 대여업자들이 눈치채기 시작한 것. 수술이 필요했다. 다름 아닌 수급조절.대여단체들의 전국적 연대가 이뤄졌고, 주요 도시뿐 아니라 소규모 시군구에서도 신규단체가 생겨났다. 유압기중기, 공기압축기, 지게차 등 기종단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2009년 7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만5천여 사업자들이 정부청사 앞에 모였다. 김유수 전 광주전남건기연 회장은 “전국 연대가 이뤄낸 업계 최고의 쾌거였다”고 회상했다.
▲ 경기건기연이 지난해 10월 집회를 통해 도청내 건기임대료 체불신고센터 설립,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 시스템 내년부터 시행, 주기장 운영(적극검토), 임대료 지급보증 및 직불제 정착 관리감독 강화 등의 약속을 경기도청으로부터 받아냈다. 이날 집회에는 여주를 제외한 경기건기연 소속 31개 시군 중 여주를 제외한 전체가 참여했다. 서울·대전·광주전남·대구·강원·충북 건기연 회장이 격려차 참여했고, 방송차를 지원했다. © 건설기계신문 | | 수급조절이 좌절되며 단체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일감나누기의 일환인 ‘8시간제’가 그것. 공정위가 제정한 임대차 표준계약 상 ‘하루 8시간, 월 200시간’을 근거로 했다. 8시간제 정착은 대여단체들의 단결력을 고취시켰고 단가인상이라는 부가적 효과도 안겨줬다. 체불근절 활동도 활발해졌다. 회원들의 체불 피해를 줄일 정책과 법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2013년 이후 대여단체들은 과도기에 진입했다. 8시간제 정착 뒤 새 목표를 찾지 못한데다 일감축소로 조직활동 구심력을 잃어 간 것. 협동조합이나 관리회사 설립 등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사업을 시도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한채 체불해결에 매달리며 동력을 잃어갔다. 이병기 서울자굴협 회장은 “단체 성장이 멈췄다고 보면 된다”며 “발전을 위한 새 동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기종·규격·노조로, 특성별 조직분화△왜곡된 시선, 드러나는 문제점=건기대여단체가 성장하고 그 규모를 키워가며 활약과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단체간 갈등이 그 것이다. 지역·규격·기종 등 조직 특성에 따른 반목과 분열이 커진 것이다.우선 공법단체인 건기협과 임의단체 전건연의 갈등은 현재진행형. 관리사업자와 개별사업자라는 위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해가 얽혀 그렇다. 공법단체로 업계를 대표한다는 자만과, ‘업계 전반을 대변 못하니 대표라 할 수 없다’는 반발로 이어졌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법인자격을 따져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올 3월 신임 전건연 집행부가 들어서며 건기협과 어떤 연대협력을 해나갈지 관심을 끈다. 김 회장은 “업계 공동의 이해가 얽힌 정책입안 등의 사안에는 연대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또 하나 심각해지는 갈등으로 사업자단체와 건설노조 간 대립을 꼽을 수 있다. 주도권 경쟁성격이 강한데, 단체 위상을 근거로 상대를 ‘불법’이라 몰아붙이는 논리싸움과 일감빼앗기 경쟁이 치열하다. 사업자단체는 ‘불법노조’(사업자 노조가입)라 하고, 노조는 ‘불법 하도급’(배차실)이라 주장한다. 동업자간 연대협력이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다.규격과 기종에 따른 갈등 역시 고질적 병폐다. 굴삭기와 덤프트럭 경우 이른바 ‘조합장비’임에도 가입 단체가 달라 갈등을 겪고 있다. 두 기종은 ‘8시간제’ 등 일치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데도 상급단체 위상이 달라 서로 반목하는 일을 마다않고 있다.지역갈등 역시 우려사항이다. 일감 다툼인데,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관내 일감을 배타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인데, ‘역지사지’(입장 바꿔놓고 생각하기)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자치단체들의 ‘지역건기 우선사용’ 조례를 근거로 하는데, ‘60%’로 규정한다면 40%는 타지 사업자를 인정하는 인식만 가지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단체 내부 갈등·분열도 말썽이다. 건전한 갈등과 경쟁은 단체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정적 마타도어나 분열은 조직의 힘을 떨어뜨린다. 신구집행부간 적대적 갈등, 이어지는 파벌다툼 등이 그 것. 전국의 여러 사업자단체에서 비슷한 싸움이 벌어져 조직에 폐해를 끼쳤다. 제압은 보복을 부르고, 양측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갈등과 무능을 넘어, 새 세상으로△건기대여단체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역할=건기대여단체가 전환기에 도달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내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날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정체를 넘어서는 새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게 절실한 때라는 것. 성패는 건기대여단체가 시대적 변화를 얼마나 쫓아(또는 앞서)갈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건설산업은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시장이 축소와 함께 건설산업의 체질변화를 예견했다. 건설투자 감소가 핵심. GDP(국내총생산)대비 건설투자 규모는 1990년에는 25.1%에서 2000년 18.1%, 2010년 14.7%, 2013년 13.4%로 매년 줄고 있다. 그렇다고 일거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새 개발사업은 줄지만 각종 시설물의 유지보수 사업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건설시장이 신축 중심에서 재개축 및 유지보수 중심으로 변화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의 ‘2015∼2018 중기재정운용계획’도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분야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달라지는 시장의 일거리를 찾아 회원들이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도록, 단체들이 노력해야 한다.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대여단체가 키워나가야 할 사업영역. 서울경기인천10협회(회장 조상업, 서울10협) 부품사업이 좋은 예. 지난해 말 굴삭기 버켓 이빨을 생산하는 한 건기부품업체에 출자했다. 그렇게 만든(브랜드까지 갖춤) 이빨을 직접 판매하며, 회원들에게는 시중가보다 낮게 공급한다. 정착기에 들어섰다는 평을 받는다.건기단체들은 건설산업 쇠퇴에 따라 진행될 업계 구조조정도 대비해야 한다. 동업자간 경쟁과 다툼이 더 심화될 텐데, 이 소용돌이를 잘 이겨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편을 질서정연하게 맞이하려면 단체간 연대협력이 중요하다. 전체를 보는 시선을 가져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단체는 또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집행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의 동참으로 굴러가는 ‘하방연대’가 조직력의 근간이 되기 때문. 그러려면 회원들의 참여정신이 높아져야 하고,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에 전 구성원이 동참하는 공동체주의를 체득해야한다.단체 내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불거질 수 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는 증거다. 찬성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가 나온다. 날선 비판도 있다. 이 갈등을 무시하거나 억압하기 보단 소통·수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집행간부들은 리더십을 키우고, 조직원들은 민주적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언급하고, “갈등이 존재한다는 건 그 만큼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다만, 갈등을 잘 관리하고 해결하는 노력과 긍정적 방법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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