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가다가 보니
큰 산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웬 행세 깨나 하는 집에서
장사 지내는 것 같았다.
기웃기웃 구경하고 다니더니
마침 하관을 끝내고 봉분을 짓는 데 가서
“에이, 거 송장도 없는 무덤에다
무슨 짓을 해?” 하고 마구 소리를 쳤다.
☆☆☆
일하던 사람들이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네 이놈, 그게 무슨 방정맞은 소리냐?
그래, 이 무덤 속에 송장이 있으면 어떡할 테냐?”
“아, 그럼 내 목을 배시오.
그렇지만 내 말이 맞으면 돈 백냥을 내놓으시오.”
일꾼들이 달려들어 무덤을 파헤쳐 보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과연 송장 든 관이 없었다.
“내가 그걸 찾아 주려고 온 사람이오.
염려 말고 북쪽으로 석자 세 치 떨어진 곳을 파보시오.”
그 곳을 파 보니,
아닌게 아니라 거기에 관이 턱 묻혀 있었다.
“여기가 명당은 천하명당인데 도둑혈이라서 그렇소.
지금 묻혀 있는 곳에 무덤을 쓰면 복 받을 거요.”
☆☆☆
이렇게 해서 무사히 장사를 지내고 나니,
상주들이 고맙다고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묘자리를 이렇게 잘 보아 주셨으니
우리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겠습니다.”
“아, 그런 건 필요 없으니 약속대로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또 돈 백냥을 받았다.
받아 가지고는 또 박문수를 주었다.
“이것도 잘 간수해 두오. 반드시 쓸데가 있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