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의 행보가 몹시 요란스럽습니다. 미중 대립의 격화속에 대만 총통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내적으로도 중국은 지금 부패 척결을 다시 도마위에 올려 놓고 있습니다. 미중의 갈등 고조와 대만 총통 선거만도 버거운 일인데 국내적으로 부패척결을 다시 꺼내드는 것에 의아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독재정치 내지 권위주의 정권들은 부패척결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전가의 보도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명검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고의 명검을 집안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가문의 생사가 갈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필살의 무기로 사용하게 됩니다. 즉 뭔가 상당한 위기사항이 발생할 때 꺼내드는 강력한 카드가 바로 전가의 보도이지요.
요즘 중국 관영 CCTV는 새해 벽두부터 대단한 다큐멘타리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중국 CCTV는 대표적인 관영 내지는 국영방송입니다. 철저하게 중국 실권자의 입맛에 맞는 것만 방송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CCTV에서 방송되는 내용은 바로 부패사건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것입니다. 방송에서는 중국의 최고급 명주라는 마아타이가 상자째 놓여 있습니다. 금붙이와 귀한 보석으로 장식된 물품도 상당합니다. 중국 고위 소방관료의 집에서 압수된 것들입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참회의 말이 터져 나옵니다. 자신의 의지가 약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고 자신의 행동으로 소방당국 전체에 오명을 안겼다는 말입니다. 4일동안 방송된 특집방송에는 공안당국을 비롯해 금융계 그리고 스포츠부문까지 각양각색의 부패연루 사건 12건이 상세하게 그리고 리얼하게 보도됐습니다.
언론이 무시되는 시스템의 나라에서 국영또는 관영방송이 정권의 의도에 동원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상황이 아니고 그야말로 판에 박은 수순입니다. 뭔가 국민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이른바 정신이 버쩍 들게 하겠다는 정권의 의도가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은 뭔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거나 뭔가 국민들을 강하게 눌러야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뭔가 나사가 빠진 그런 모양새에 긴장감을 고조시켜 사회기강을 잡겠다는 그런 의도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새해들어 차관급 이상 9명을 보직해제시키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에 낙마한 고위관리는 무려 45명이나 됩니다. 외교부장과 국방부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 로켓군의 대대적인 숙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로켓군은 시진핑이 창설한 조직이기 때문이 더욱 그러합니다. 미사일에 연료대신 물을 넣거나 창고에 사용불가한 불량품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지적을 로켓군이 받고 있다는 것에서도 시진핑의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과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중국 경제의 붕괴조짐이 시진핑에게 위기감을 갖게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시진핑은 요즘 심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곧 있을 대만의 총통선거에서 친중세력인 국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할텐데 지금의 판세는 민진당 후보가 박빙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대만 정부에서는 민진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중국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친중후보의 당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입장에서는 대만의 총통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긴박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 매체에서는 부정부패 척결을 부르짖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현재 중국내부의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부정부패 척결 다시말해 사정의 칼바람을 호랑이 사냥이라고 부릅니다. 중국의 독재자들이 예전에 자신의 정적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호랑이 사냥이라고 표현한데서 나온 것입니다. 호랑이 사냥은 사냥꾼의 생명도 위협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일을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험하지만 독재 권력자 입장에서 꼭 해야하는 호랑이 사냥을 두고 이런 저런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혹시 중국 내부에서 곪아 터질 지도 모를 부정부패를 미리 막자는 의도에서 인지 아니면 시진핑 장기집권에 방해가 되는 분위기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분석입니다. 중국 시진핑이 지난해에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의 살벌한 퇴출에 이어 계속되는 사정 칼바람 그리고 그런 상황을 관영방송을 통해 전국에 특집방송을 대대적으로 하는 것에서 아직 영구집권을 하기 위한 불편한 구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분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만 총통 선거와 그에 따른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호랑이 사냥을 계속하는 모습속에 시진핑의 뭔가 조급하고 서두르는 심리상황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24년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