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 점퍼스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68-93으로 패했다. 지난 경기 대역전패의 끝없는 아쉬움이 아직 남아있는지, 캐롯은 SK를 상대로 2분 11초밖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고양에서 김승기 사단의 시즌 첫 연패.
사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전부터 SK를 상대로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우리는 3점슛이 들어가야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캐롯은 김 감독의 선수 육성 능력과 특출난 리더십에 경기당 11.8개 터지는 매서운 양궁농구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3점슛 성공률도 37%로 리그 1위. 타 팀에 비해 전력 보강이 없었음에도 1라운드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 예전 김진 감독이 지휘했던 오리온스, 최근엔 허훈과 데이비드 로건을 중심으로 한 수원 KT의 무자비한 양궁 농구를 재현하고 있는 듯하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 시절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공격으로 한 팀씩 차례로 제패하고 있다.
이날 만난 SK는 3점슛 허용률 37.4%로 리그 최하위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는 최준용과 최성원 복귀 전까지의 얘기다. 지금은 전혀 다른 팀이 되어 판도를 뒤흔들고 있기에 저 수치는 전혀 무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하지만 본인의 장점은 부각하고 SK의 강점인 5G 스피드 농구를 최소화해내야 승산이 있었다. SK는 최준용 합류 전에도 김선형과 워니를 중심으로 경기당 10.3의 속공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의 생각보다 SK는 더욱 강력했다. 김선형은 더블 스크린과 핸드오프로 캐롯의 골밑을 맘껏 휘저었다. 캐롯의 스위치 디펜스(필 스위치)엔 영리하게 미스 매치를 유발하여 워니의 득점을 손쉽게 만들었다.
순간 가속도를 활용해 탑에서 바로 림어택을 감행하기도 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리드 & 리액트 능력을 선보이며 오재현 혹은 위크 사이드에 위치한 최성원의 외곽 찬스를 살렸다.
SK는 트랜지션 상황에서 최소 3명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 아웃 넘버를 만들어 높은 야투 성공률과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김선형과 워니, 최부경의 롤링 플레이도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순조롭게 이어졌다.
솔직히 SK가 무엇을 해도 되는 날이기도 했다. 공격 시간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던진 워니와 윌리엄스의 외곽포도 전부 림 안쪽에 떨어졌다. 알고도 못 막는 플로터는 던지는 족족 득점으로 연결됐다. 최준용과 외국 선수의 빅투빅 플레이도 완벽했다.
캐롯 점퍼스의 외곽포엔 빠른 로테이션 수비와 스크램 스위치로 완벽 대응했다. 국내 선수 1옵션인 전성현은 3쿼터까지 3점슛을 1개밖에 성공하지 못했고, 디드릭 로슨과 데이비드 사이먼도 경기 흐름상 중요한 상황에서 이지슛 미스와 험블로 아쉬움을 자아 해냈다. SK를 상대로 쉬운 슛을 넣지 못하거나 턴오버를 범하면 바로 속공 허용이다. 게임 체인저인 김진유, 한호빈, 최현민도 이날만큼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듯했다.
승부는 3쿼터에 결정 났다 봐도 무방하다. 지난 KGC와의 맞대결에선 20점 차 대역전패를 당하더니 이번엔 3쿼터에 0-18 스코어런을 내줬다. 김승기 감독도 경기 도중 작전 타임을 불러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원래 이런 팀이었어. 내가 잠시 정상으로 만들어놨던 것뿐. 자신감 잃지 말고 슛 많이 쏘고 나와”
채찍과 당근을 받은 캐롯 선수들은 이전의 경기처럼 자신감을 갖고 야투 시도를 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좋지 못했다. 이날 캐롯은 41개의 3점슛 시도 9개 성공, 성공률은 22%에 그쳤다. 반대로 2점슛 시도는 31개에 속공 득점은 단 2점을 머물며 16점을 허용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말했던 김승기 감독의 멘트가 결국 현실로 일어나고 만 셈이다.
하지만 캐롯은 고개 숙이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은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대패의 조짐도 보였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아니기에 지칠 것이라 생각했다. 한 경기 패했다고 못한 게 아니다.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대역전패와 홈 팬들 앞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그럼에도 김승기 감독과 고양 캐롯 선수들은 어쩌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말,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매번이고 팬들에게 전하고 있다. 또 말뿐만 아닌 투지 섞인 행동으로 코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첫 연패를 맞이한 고양 캐롯, 다가오는 2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선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줄 수 있을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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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국농 전문가세요 이 정도면^^
아닙니다 ㅠㅠ
김진시절의 오리온스는 양궁농구라기보단 김승현이라는 걸출한 가드를 이용해 템포푸쉬로 림어택을 노리는 런앤건입니다. 밑을 만한 슈터가 김병철 외에는 한명도 없었으니까요. 양궁농구하면 00ㅡ01시즌 lg가 가장먼저 떠오르네요
맞는말입니다!
조상현, 조성원, 이버츠 있었을때 말씀하시는 거죠?
@AMON 아 조상현이 아니라 그아 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ㅠㅠ
@AMON 조우현이었나요? 가물가물하네요
@AMON 조우현 선수 맞아요
한호빈-이정현 투가드에 슈터 전성현 거기에 조한진을 남은 한자리에 넣는 역대급 단신라인업이니..
슛만 기대하니 한계가 있긴 할텐데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더라구요
뉴스 칼럼으로 연재하셔야겠는디..ㅎㅎ
"원래 이런 팀이었어. 내가 잠시 정상으로 만들어놨던 것뿐. 자신감 잃지 말고 슛 많이 쏘고 나와"
잘하는데 꼭 이런말로 자기 점수를 까먹어요.. 내가 정상으로 만들어놨다고 안해도 다 아는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