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스틴 폭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셸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로 보유해 왔다. 만약 700억달러짜리 브리티시 가스(BG) 그룹 인수가 완료되면, 셸은 89억 BOE(석유환산배럴)의 천연가스와 78억배럴의 석유를 보유하게 된다. '석유·가스 회사'가 아닌 '가스·석유 회사'가 된 것이다.
'석유 메이저' 중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가스인 회사는 셸과 토탈 두 곳뿐이다. 하지만, 엑손모빌 등 다른 석유메이저들 역시 상당한 양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천연가스가 미래의 연료'라고 말해왔다. 가스는 연소 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석유나 석탄에 비해 적은, 더 깨끗한 에너지다. 또한 중동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매장돼 있다.
만약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행복한 시대로 가기까지 필요한 에너지원을 꼽자면, 화석연료 중 가장 깨끗한 천연가스가 가장 확실한 후보다. 선진국들의 경우 천연가스는 이미 석탄을 제치고 제2의 에너지원 자리를 굳혔고, 1위인 석유와의 격차도 좁히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에는 석탄이 제1의 에너지원이고 천연가스가 3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랫동안 천연가스의 발목을 잡아온 건 소비지로 운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천연가스는 일반적인 유조선이나 철도차량으로 수송할 수 없다. 가스는 견고한 파이프라인으로 옮기거나 섭씨 영하 162도로 냉각해서 특수한 용기에 담은 뒤 운송해야 한다. 천연가스를 액화상태로 만드는 LNG 기술은 100여년 전에 개발됐고, 1950년대 말 브리티시 가스가 최초로 천연가스를 LNG선에 담아 수출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석유 위기 때 급성장했던 LNG 산업은 이후 20년간은 발전 속도가 느려졌다. 2000년 이후 유가 급등으로 LNG는 다시 뜨기 시작했고, 이때 셸은 가스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BG그룹 인수로 셸은 선두자리를 더 굳히게 될 것이다.
- 셸이 러시아 사할린에서 운영 중인 천연가스 생산 플랫폼. 셸은 700억달러를 들여 브리티시 가스(BG)그룹을 인수, 천연가스 매장량을 크게 늘리게 됐다./플리커
일본과 한국은 LNG 최대 수입국들이다. 그리고 인도와 중국은 석탄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LNG 수요의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들이다.
호주, 캐나다 서부, 러시아 동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동아프리카 해상의 천연가스전 발견,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인 미국의 LNG 수출 개시 등으로 가스 공급량은 늘어날 것이고 가격 하락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가격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 셸은 천연가스가 앞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상품이 될 것이라는 데 거액의 판돈을 건 셈이다. 만약 셸의 경영진이 옳다면, 10년이나 20년 후에 사람들은 셸을 그저 '가스 회사'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