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정갑영 연세대 총장 대담
자유시장경제는 효율적이지만 부작용도 일으킨다. 빈부격차 증가가 대표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를 실제로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이해 당사자 간 충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규제를 만들고, 이를 사회에 적용할지 평생 연구해온 사람이 에릭 매스킨(65·Maskin)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규제와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해 '제도설계(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으로 풀어냈고, 이 공로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매스킨 교수가 최근 연세대 창립 130주년 기념 '노벨포럼' 강연 차 연세대를 방문,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 정갑영 연세대 총장과 대담을 나눴다.
정갑영: 인류는 자유무역이나 기술적 진보를 통해 부(富)를 쌓아 왔습니다만,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매스킨: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부의 이전입니다.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적인 방안입니다. 정부가 세금 거두기를 중단하자마자 다시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요?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면 됩니다. 즉, 교육과 직업 훈련이 중요합니다.
개발도상국의 비숙련 노동자들을 생각해 봅시다. 세계가 아무리 부유해져도 이들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들의 직업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거든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정부입니다.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르쳐 이들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규제를 만들고, 이를 사회에 적용할지 평생 연구해온 사람이 에릭 매스킨(65·Maskin)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규제와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해 '제도설계(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으로 풀어냈고, 이 공로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매스킨 교수가 최근 연세대 창립 130주년 기념 '노벨포럼' 강연 차 연세대를 방문,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 정갑영 연세대 총장과 대담을 나눴다.
정갑영: 인류는 자유무역이나 기술적 진보를 통해 부(富)를 쌓아 왔습니다만,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매스킨: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부의 이전입니다.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적인 방안입니다. 정부가 세금 거두기를 중단하자마자 다시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요?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면 됩니다. 즉, 교육과 직업 훈련이 중요합니다.
개발도상국의 비숙련 노동자들을 생각해 봅시다. 세계가 아무리 부유해져도 이들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들의 직업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거든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정부입니다.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르쳐 이들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 지난 3월 16일 연세대 총장실에서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왼쪽)가 정갑영 연세대 총장(오른쪽)과 함께 사회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태경 기자
매스킨: 맞습니다. 교육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학생들은 그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도 이들을 가르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 교육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이미 훈련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가 해줘야 합니다. 예컨대, 비숙련 노동자를 가르치는 대가로 기업에 보조금, 말하자면 세금 우대를 제공한다면 기업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비숙련 노동자들의 소득도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한 번 기술을 익히고 나면 더 이상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갑영: 실제로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한 사례가 있었죠, 미국의 '제대 군인 원호법(G.I.Bill)'이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매스킨: 그렇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하버드·프린스턴·예일과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에는 부유한 집의 아이들만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부자들만이 비싼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대 군인 원호법이 미국 대학 입학 제도를 바꿨습니다. 이 법안은 전쟁에서 돌아온 모든 전역 군인들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그 비용을 정부가 대신 지불한다는 내용입니다. 참전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었죠. 많은 전역 군인들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 덕분에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생 구성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이후 더 높은 소득을 올리게 됐습니다. 일부는 학업을 마치고 교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생 및 교수 구성원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과 비교해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은퇴 연령 높이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
정갑영: 교육뿐 아니라 복지 역시 어떤 식으로 제도를 설계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복지와 관련된 문제는 매우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매스킨: 한 가지 대안은 은퇴하는 시기를 늦추는 것입니다. 미국의 은퇴 연령은 과거 65세에서 70세 사이였는데, 몇 년쯤 전 이런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정년퇴직 연령을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은 더욱 그렇습니다. 성과를 낸다면 계속 머무를 수 있어요. 이는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조처입니다. 사회가 노년층을 부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정년을 없애거나,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올리는 것을 고려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래 살고, 더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합니다. 특별히 은퇴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해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정갑영: 그러나 은퇴 시점을 늦추는 것이 청년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매스킨: 그런 의견은 일자리 숫자가 고정돼 있다는 가정에 따른 것입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소득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하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즉, 일자리의 숫자도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사회는 한정된 수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발생하고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요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는 사실 기술의 발전과 더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직업에서 인력수요를 없애버렸습니다. 그 대신 이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더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갑영: 노년층이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더 잦은 직업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40대나 50대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야죠. 결국 모두에 대한 평생 교육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매스킨: 맞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주판을 사용해 계산하는 주산(珠算) 기술은 30년 전에는 먹고살기에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이었을지 몰라도, 요즘은 쓸모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대학은 이런 기술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만약 누군가 대학에 들어갔지만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면 저는 그 책임이 부분적으로 대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기술을 전해주지 않았거든요. 고용 문제의 핵심은 현재 실직 상태인 사람들이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적합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규제 설계만 잘돼도 경제위기 막는다
정갑영: 교수님의 제도설계 이론을 바탕으로 보면, 2008년의 금융위기 역시 적절한 규제에 실패한 결과입니다. 또 금융위기가 닥친다면 언제쯤이고, 어떤 분야에서일까요?
매스킨: 지난번 금융위기는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서 시작된 위기가 전체 금융 시스템으로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확산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레버리지(이익을 늘리기 위해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나의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그 은행에 대출을 해 준 모든 은행들에도 역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 은행들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만일 레버리지를 일정 수준 이하로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규제가 있었다면, 버블이 터진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음 버블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현재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규제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