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가 온다는 말에 수지는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 화장실로 곧장 달려가 물기 묻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엷은 립 크로즈를 살짝 더 바르고 입술로 잘 펴지도록 비벼가며 단장하며 만족한 듯 응급실로 향했다.
준이를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수지는 기분이 좋아져 사뿐히 걸어갔다. 그런데 응급실에 누워 있을 할 그 여자가 자리에 텅 비워있어 놀란 수지는 지나가는 간호사를 불러 세워 물었다.
"여기 환자 어디 갔어요?"
"아까 정신이 들어 나가셨는데요..."
"네?!"
뭐야 이 여자 그냥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영양제도 다 안 맞고 갔잖아... 수지는 뛰어나가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찾을 수 없었다. 그 몸으로 멀리 못 갔을 텐데 말이다. 그 때, 준이의 차가 들어오다 수지를 향해 소리쳤다.
"왜 나와 있어?"
"그 여자 분이 사라졌어요?"
"사라져?"
"네..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괜찮아져서 갔나보네....타!!"
*
가는 내내 수지는 찜찜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괜히 마음이 쓰이고 불편했다. 처음 쓰러진 그녀 얼굴이 너무나 창백해서 놀랐는데 이렇게 사라지다니 마음 약한 수지는 걱정이 됐다.
"여자 맞아?"
"네?!"
"쓰러진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갔다고 하니까 상당히 아쉬워하는데....남자 맞지?"
"아니에요...예쁘고 화려한 여자였어요.."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이 안쓰러워서..."
"어우~~~우리 수지는 착해서 탈이에요..........괜찮을 거야.."
"그럼요...내가 아니면 누가 당신 같은 남자를 감당한데요..."
"뭐?!"
"음..."
*
밀라노의 도착해서 정신없이 패션쇼 현장으로 정신없이 하은이는 다녔다. 패션계가 현재 이곳에 집중 되어 매년 오는 거지만 그들의 언제나 나를 가슴 벅차게 만든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 나에게 지표가 되어주곤 한다. 아직 부족한 나지만 언젠간 내 이름으로 이곳 밀라노에서 쇼를 열어보는 게 소원인 나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 저 무대가 내 이름으로 곧 걸릴 날을 말이다.
*
그렇게 쇼를 관람하고 녹초가 돼서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텅 빈 방안은 참 씁쓸하다. 타국에 나와서 아는 사람이라곤 경쟁업체 직원들만 있을 뿐....아는 사람이라곤 없는 남의 나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소위 잘 생긴 사람이 즐비한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멋지고 모델 같은 남자들이 거리에 많았지만 그 사람처럼 빛이 나는 남자는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 사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게 사람 마음처럼 되지 않기에 괴로워하지 하겠지? 그 두 사람 지금 쯤 행복하고 꿈같은 달콤한 사랑을 하고 있겠지...물론 나에게도 연인이 석준씨가 있었지...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멀어지게 되면서 점차 연락이 뜸해지더니 어느 순간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따르릉~~따르릉'
"네....캡틴!!"
"오늘도 감상 잘 하셨나?"
"네..물론..자료는 다 챙겨서 가져 갈 테니 걱정 마세요.."
"그야...걱정 안하지...자기야..빨리 와..쓰러지기 일보직전이야.."
"푸웃!! 그러니까 더 가기 싫은데...."
"안 돼...이탈리아 남자가 꼬셔도 뿌리치고 와야 해.."
"내가 꼬신다고 넘어 갈 여자에요?"
"알지...그럼 나중에 공항에서 보자"
"네...그 동안 살아만 계세요..."
곧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구나...그 사람과 같은 하늘로....
*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자동차 극장이었다. 밀폐된 공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침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일까?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남녀가 자동차 극장에서 주로 키스를 많이 하던데 그 이유 때문일까?
힐끔 그녀를 바라보니 영화에 집중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준이 눈에는 왜 그리 귀여운지 이대로 의자를 뒤로 넘겨 마구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그런다면 그녀는 울고불고 하지 않을까? 가끔 아기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그녀가 약간 구분이 안 되지만 오늘은 상당히 아기 같았다. 사냥꾼에게 잡힌 토끼처럼 긴장하고 있는 그녀 모습에 남자의 본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기..."
"네!?"
놀란 수지가 말했다.
"라면이라도 먹을까?"
"라면이요?"
"어...자동차 극장에서 먹는 라면이 끝내주거든..."
"좋아요..제가 사올게요.."
그녀는 답답했는지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나가버렸다. 이런 데이트가 그녀에게 부담이 되었나
*
이제 살 것 같았다. 차 안에서 긴장하는 바람에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잠시 나오니 다소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자동차들이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니 새삼 수지는 신기했다.
'헉!!!!'
다른 자동차 안에서는 아주 진한 스킨쉽이 오가며 영화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의 몸을 더듬고 있는 연인을 보고 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돌린 곳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극장이 아니라 여긴 어디란 말인가? 노천 호텔이나 다름없잖아....
*
늦어지는 수지가 걱정 되어서 준이는 따라 나섰다. 어두워서 차를 못 찾고 있는 거 아니야..매점을 향해 걸어가다 한쪽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는 수지가 보였다. 꼭 귀신이라도 본 듯한 그녀의 표정이었다.
"여기서 뭐해?"
"그냥...답답해서.."
"귀신이라도 본 거야?"
"아니요....준이씨?"
"어?"
"난 참 바본 가 봐요.."
"뭐?"
"아니면 어린애 같기도 하고...서로 사랑하면 당연한 건데...그죠?"
"뭐가? 뭐가 당연하다는 거야?"
"준이씨도 나 보면 만지고 싶어져요?"
"뭐!!!!!!!!!!"
"궁금해서요..."
"그...그거야...그니까....그게....그런 건 왜 물어..일어나 집에 가게.."
"왜 성질이래..."
내 마음을 들킨 거 같아 괜한 투정을 부렸다. 그런 말을 서슴없이 물어보는 수지도 당황스러웠지만 왠지 자기가 짐승이라도 된 듯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가끔 가늠할 수 없는 행동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또한 따뜻해지는 나를 느끼니까....
*
호텔로 돌아온 혜정은 침대의 누워있었다. 아까 눈을 뜨고 보니 병원이라 놀라서 뛰어 나왔다. 기억을 돌아보니 아마도 거리에서 쓰러져 누군가가 날 병원까지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의식을 잃을 때 희미하게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으니까.....한국에서 와서 제대로 한 끼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탈이 날만도 하지 매일 밤 와인은 달래주고 외로 해주던 유일한 친구였다.
자식을 버리고 잘 살려고 한 내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인과응보이라고 했나? 준이 이후로 미국으로 와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그 후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자식을 버린 벌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내 손에 준이 전화번호를 꼭 쥐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와인 반병을 다 비워버리고 수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을 들렸다. 긴장감으로 온 방을 휘감고 있는 듯했다.
"여보세요?"
준이 목소리로 짐작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저......저기...."
잠시 망설이는 준이 생모였다.
늦어져서 죄송해요...할 일이 너무 많아 못 올렸어요...
설상가상으로 집에 인터넷이 안되는 바람에...ㅠ.ㅜ
기다리게 했다면 죄송해요..ㅠ.ㅜ
이제 드디어..준이와 생모가 만나게 되는 군요...
우리 준이 괜찮아하는데....
비가 많이 옵니다...
비피해 없으시길....^^;
첫댓글 와와일빠다ㅋㅋ너무재미잇어요ㅋㅋ여우비야님도장마조심하세요~~
별간님 몸 건강하세요....^^
후후 참 많이 기다렸어요... 컴터가 요즘은 말썽이죠? 다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ㅠ.ㅜ
꺄 얼른둘이풀렷으면좋겟네요ㅜㅜ~
네...어서 풀렸으면 좋겠지만 ㅠ.ㅜ
ㅋㅋㅋ 재밌어요 담편은 최대한 빛의 속도로 부탁해여
감사해요....빨리 들고 찾아 올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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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님 안녕하세요...ㅋㅋㅋ 힘!!!
만나야겠죠...준이가 어머니를 잘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기를...그리구 수지와 더 따끈한 러브라인이 되기를 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수 있을지...ㅠ.ㅜ 천륜이니 그럴 수 있겠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