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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1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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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1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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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 |
경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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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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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1861) |
신유 |
신유 |
신유 |
신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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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1861) |
신유 |
신유 |
신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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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해(1863) |
계해 |
임술 |
임술 |
계해 |
흥비가 |
계해(1863) |
계해 |
계해 |
계해 |
계해 |
▷ 용담가(龍潭歌) ◁
☞ 저술 시기 : 교서(敎書)의 모든 기록에서 나타나듯, 대신사 득도하신 경신(서기 1860)년 4월 이후로 용담유사 팔편(八篇)중 최초로 씌어진 가사로 보여짐.
☞ 저술 동기 : 종교체험(득도)의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여짐,
☞ 구절(句節) : 72구 4절로 되어 있어『도덕가』다음으로 비교적 짧은 가사임.
☞ 대의(大義) : 경신(庚申) 4월 초오일(初五日)에 신비적 종교체험을 통해 오만년 무극대도를 받으시게 된 기쁨을 노래하신 글로써, 무극대도가 창도된 경주와 구미산을 예찬한 내용. (法菴 金根五)
☯ 때는 서기 1844년 대신사 21세의 나이에 집안의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하자 장사 길에 뛰어들어 전국을 떠돌면서 세상 인심풍속을 살피시다가 10년여의 장사 길을 청산하고, 갑인(1854)년 31세에 ‘다시개벽’의 길을 찾는 구도(求道)의 길을 떠나셨습니다. 대신사께서는 이듬해인 을묘(1855)년 봄 3월에 처가인 울산 여시바윗골(지금의 裕谷洞)에서 ‘천서(天書)’를 받으시고, 보다 깊은 공부를 위해 丙辰(1856)년 봄 4월에 입산기도(入山祈禱)를 위해 양산 천성산(千聖山)에 있는 내원암(지금의 내원사)에서 49일 기도를 드리던 중 47일째 숙부의 환원(還元)을 직각(直覺)하시고, 고향인 경주 가정리로 돌아와 1년간 복상(服喪)을 한 뒤 丁巳(1857)년 다시금 천성산으로 들어가 자연동굴인 ‘적멸굴(寂滅窟)’에서 49일 기도를 마치게 됩니다. 그 후 2년여 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구도생활을 계속했으나 생계와 맞물려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게 되자, 마지막 기도처로 己未(1859)년 10월 가족들과 함께 고향인 경주 용담으로 돌아와 이듬해인 庚申(1860)년 4월 5일에 천사문답(天師問答)을 통한 신비한 종교체험을 하시게 되었던 것입니다.(鶴菴 정리)
☯ <용담가>는 경신년에 지으신 것이다. 용담유사중 제일 먼저 지으신 것으로서 72구절로 되어있다. 대신사께서는 망해 가는 이 세상을 건지고 모든 인류가 다 같이 잘 살도록 할 수 있는 새로운 진리를 찾으시기 위하여 가산을 돌보지 않으시고 온갖 고난을 무릅쓰시고 주유천하를 하시면서 진리를 찾으셨으나 찾지 못하셨고, 새로운 진리를 깨닫기 위하여 을묘천서에 의하여 기도를 드리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집안 식구들의 생활터전이 되는 땅까지 팔아 기도를 드렸으나 깨닫지 못하셨고, 얼어 죽고 굶어 죽게 된 처지에 이르러 비참한 심정으로 처자를 데리고 고향인 경주 용담으로 돌아오셔서 ‘제선(濟宣)’이라는 이름을 ‘제우(濟愚)’로 고치고 ‘도언(道彦)’이라는 자를 ‘성묵(性黙)’으로 고치셨으며 ‘수운재(水雲齋)’라는 호를 새로 지으시고 ‘불출산외(不出山外)’ ‘세간중인부동귀(世間衆人不同歸)’라는 ‘입춘시(立春詩)’를 써 붙이시고 죽음으로써 맹서하시고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를 드리셨다.
드디어 한울님의 감응을 받으셔서 한울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만고 없는 무극대도를 받아 내어 제세안민은 물론이고 앞으로 후천이 개벽되는데 있어서 많은 사람을 구해내고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고 오만 년 영원히 대대손손 모든 인류가 다 같이 잘 살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진리를 깨닫게 되신 것이다. 이 얼마나 기쁘셨겠는가? 그 기쁜 심정을 글로 기록해 놓으신 것이 <용담가>이다. 그러므로 우리 강산과 옛날부터 우리나라의 문화를 찬양하시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으며 도를 받은 경주 용담, 구미산의 좋은 풍경을 찬미하셨고 조상님과 부모님의 은덕을 찬양 하셨고 이와 같은 좋은 곳에서 도를 받았으니 내가 신선이 되어 비상천 한다 해도 이 좋은 우리나라와 구미산을 잊을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수운대신사님의 종교체험이 어떤 곳이었는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면 <용담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담가>는 4월5일(양력 5월25일)의 종교체험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종교체험이 생생한 4월 하순경에 집필하였다. 다른 가사나 글은 제자들에게 타이르는 교훈이 들어 있지만 <용담가>에는 오로지 자신의 종교체험의 과정만을 기록하고 있다. <용담가>는 크게 네 대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경주는 신라의 오랜 문화전통을 간직한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새로운 신념체계(무극대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는 위국충신의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셋째는 불우한 때를 만나 40에 이르도록 지내온 과정을 말하고 있다. 넷째는 기미10월에 처자를 거느리고 구미용담을 찾아들던 처절했던 심경을 그려 냈으며 다섯째는 4월5일에 종교체험으로 무극대도를 받아냈다는 과정과 특징을 묘사하고 있다.
동학초기기록에는 종교체험 이후 한차례 한울님으로부터 시험을 받았다고 되어 있다. 수운대신사님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 넣었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요지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은 것처럼 한울님이 대신사님을 시험했다는 것이다. 끝내 신념을 굽히지 않자 한울님이 감동하여 무궁조화를 내려 주었다는 것이다. 대신사님이 남기신 글에는 찾아 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三菴 表暎三<동학1>)
“상제께서 또 교시하시기를 너에게 백의재상을 주리라 하자 선생은 상제의 아들로서 어찌 백의재상을 하겠습니까? 하였다. 그러면 나의 조화를 받으라 하였다. 선생은 세상에 있는 조화이므로 불응하였다....조화를 가지고 사람을 가르치면 반드시 사람을 속이게 되므로 거절하였다...그 후에도 명교가 있었으나 거행하지 않았다. 음식을 11일간 끊었다. 거의 한 달이 되자 너의 절개가 가상하다. 무궁조화를 내리니 포덕천하하라” 하였다. (大先生主文集)
대신사님은 4월 5일의 종교체험 이후에도 11월까지 여러 형태의 종교체험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안심가>에 보면 “그럭저럭 먹은 부가 수백 장이 되었더라. 칠팔 삭 지내나니 가는 몸이 굵어지고 검던 낯이 희어지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선풍도골(仙風道骨) 내 아닌가.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 좋을시고”라고 하였다. 4월부터 7~8개월이라면 11월경이 된다. 이때까지 여러 형태의 종교체험을 했다는 말이다. 결국 11월에 이르러서야 비일상적인 종교체험의 상태에서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 온 것이다. 동시에 대신사님의 세계는 엄청나게 넓어졌고 깊어져 있었다. <대선생사적(大先生事蹟)>에는 이 때 시한 수를 지었다고 하였다. 이 때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河淸鳳鳴孰能知 運自何方吾不知 平生受命千年運 聖德家承百世業
(하청봉명숙능지 운자하방오부 평생수명천년운 성덕가승백세업)
황하수 맑아지고 봉황새 우는 것을 누가 능히 알 것인가.
운수가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지를 내 알지 못하노라.
평생에 받은 천명은 천년 운수요,
성덕의 우리 집은 백세의 업을 계승 하였네.(동경대전)
(황하가 맑아지고 봉황새가 우니 누가 이를 알리오. 운수는 어디로부터 왔는지 나는 모른다. 평생을 바쳐서 이제 천명을 받으니 천년 운이로구나. 백세에 걸쳐 전해질 이 성덕은 우리 집안의 업이기도 하다.)
동경대전에 보면 이 절구와 연달아 “龍潭水流四海源 龜岳春回一世花(용담수류사해원 구악춘회일세화)“라는 시가 붙어 있다. 이 시는 계해년(1863년)에 지은 별개의 시다. 이 해 7월 23일에 파접하고 나서 해월에게 북도중 주인을 임명한 후 며칠 있다가 이 시를 지었다. 시상 속에는 세상에서 아무리 나의 가르침을 꺾으려 하지만 이 용담의 물은 사해의 근원이 되고 구미산으로 상징되는 나의 도는 봄이 돌아오면 온 세상에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三菴 表暎三)
* <대선생사적>은 전북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호암수도원’에 보관되어 있으며, 표지에는 1906년에 시등(始騰)하였다고 되어 있다. 언제 누구에 의해 편찬(編纂)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제1절>
: 단군 조선이후 이 땅에 도읍했던 나라와 문화를 열거하시면서 이러한 좋은 곳에서는 반드시 훌륭한 인물이 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1. 국호(國號)는 조선(朝鮮)이오 읍호(邑號)는 경주(慶州)로다
성호(城號)는 월성(月城)이오 수명(水名)은 문수(汶水)로다
기자때 왕도(王都)로서 일천년(一千年) 아닐런가
동도(東都)는 고국(故國)이오 한양(漢陽)은 신부(新府)로다
아동방(我東方) 생긴후에 이런왕도(王都) 또있는가
수세(水勢)도 좋거니와 산기(山氣)도 좋을시고
금오(金鰲)는 남산(南山)이오 구미(龜尾)는 서산(西山)이라
봉황대(鳳凰臺) 높은봉(峯)은 봉거대공(鳳去臺空) 하여있고
첨성대(瞻星臺) 높은탑(塔)은 월성(月城)을 지켜있고
청옥적(靑玉笛) 황옥적(黃玉笛)은 자웅(雌雄)으로 지켜있고
일천년(一千年) 신라국(新羅國)은 소리를 지켜내네
어화세상(世上) 사람들아 이런승지(勝地) 구경하소
동읍삼산 볼작시면 신선(神仙)없기 괴이(怪異)하다
서읍주산 있었으니 추로지풍(鄒魯之風) 없을소냐
어화세상 사람들아 고도강산(古都江山) 구경하소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명현달사(明賢達士) 아니날까
하물며 구미산(龜尾山)은 동도지(東都之) 주산(主山)일세
곤륜산(崑崙山) 일지맥(一支脈)은 중화(中華)로 버려있고
아동방(我東方) 구미산(龜尾山)은 소중화(小中華) 생겼구나
어화세상 사람들아 나도또한 출세후(出世後)에
고도강산(古都江山) 지켜내어 세세유전(世世遺傳) 아닐런가
* 인걸(人傑) : 출등한 사람. 뛰어 난 사람.
* 지령(地靈) : 땅의 영기(靈氣)
* 명현달사(明賢達士) : 밝고 어진 사람과 활달한 사람. 훌륭한 사람
☯ (대의) 1절에서는 후천개벽의 새 원리인 무극대도를 예찬하시기 위해 먼저 무극대도의 발상지인 경주의 월성, 문수, 금오산, 구미산 등지의 산수 풍경과 봉황대, 첨성대, 청옥적, 황옥적 등의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찬양하셨습니다. 그리고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명현달사(明賢達士) 아니날까’라 하여 대신사 자신도 경주의 주산(主山)인 구미산의 정기를 받아서 출세한 위대한 인물이라고 출세(出世)와 포부를 말씀하셨다. (法菴 金根五)
☯ (풀이) 우리나라의 이름은 조선이요 이곳의 읍 이름은 경주로다. 경주에는 월성이라는 성이 있고 문수라고 하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군께서 나라를 세우시고 나라이름을 조선이라고 하신 후에 기자가 평양에서 도읍하여 천 년간을 다스리던 나라가 아닌가? 경주는 신라가 도읍했던 옛날 도읍터요 한양은 이씨가 도읍한 후로 새로 생긴 수도이다. 우리나라가 생긴 후 이와 같이 좋은 도읍터가 또 있겠는가? 흐르는 물의 형세도 좋거니와 산의 기운도 또한 좋으니라. 금오산은 남쪽에 있고 구미산은 경주 서쪽에 있다. 옛날 신라 사람들이 쌓아놓은 봉황대는 신라가 망하니 봉황새도 날아가 빈대만 남아있고 신라 사람들이 천문을 관찰하기 위하여 지어놓은 첨성대 높은 탑은 신라 사람들이 없어지니 빈 탑만이 홀로 남아 달과 별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신라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청옥적 황옥적은 자웅이 되어서 신라의 문화를 말없이 지켜오고 있으니 일천년의 신라문화가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런 명승지를 구경해 보시오. 동쪽에 있는 아름답고 좋은 세 산을 보게 되면 이와 같이 아름답고 경치가 좋은 곳에 어찌해서 신선이 없는지 그것이 괴이한 일이며, 서쪽에는 명산인 주산이 있었으니 어찌 공맹의 가르침과 같은 훌륭한 풍화가 없겠는가? 어화 세상사람들아 옛날 도읍지의 강과 산을 구경해 보시오. 옛날부터 훌륭한 사람은 땅의 영기로 태어난다고 했는데 이와 같이 좋은 곳에서 어찌 명현달사가 태어나지 않겠는가? 하물며 구미산은 경주에서 제일가는 주산이 아니겠는가? 곤륜산에서 뻗어 내려간 한 가닥 산맥이 중국으로 뻗어 있고 또 한 가닥은 우리나라로 뻗어 구미산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이루어 놓았다. 어화 세상사람들아 나도 또한 이러한 명승지에서 태어났으니 나도 고도 강산을 잘 지켜서 대대로 전해 주어야 될 것이 아니겠는가! (敬菴 李昤魯)
<제2절>
: 선조와 부친의 훌륭한 점을 말씀하셨고 대신사님께서 기미년 10월에 용담정을 다시 찾아오신 심정을 말씀하신 것이다.
2. 기장(奇壯)하다 기장하다 구미산기(龜尾山氣) 기장하다
거룩한 가암최씨(佳岩崔氏) 복덕산 아닐런가
구미산 생긴후에 우리선조(先祖) 나셨구나
산음(山蔭)인가 수음(水蔭)인가 위국충신(爲國忠臣) 기장하다
가련(可憐)하다 가련하다 우리부친(父親) 가련하다
구미용담(龜尾龍潭) 좋은승지(勝地) 도덕문장(道德文章) 닦아내어
산음수음(山蔭水蔭) 알지마는 입신양명(立身揚名) 못하시고
구미산하(龜尾山下) 일정각(一亭閣)을 용담이라 이름하고
산림처사(山林處士) 일포의(一布衣)로 후세(後世)에 전(傳)탄말가
가련(可憐)하다 가련하다 이내가운(家運) 가련하다
나도또한 출세후(出世後)로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불효불효(不孝不孝) 못면(免)하니 적세원울(積世怨鬱) 아닐런가
불우시지(不遇時之) 남아(男兒)로서 허송세월(虛送歲月) 하였구나
인간만사(人間萬事) 행(行)하다가 거연사십(遽然四十) 되었더라
사십평생(四十平生) 이뿐인가 무가내(無可奈)라 할길없다
구미용담 찾아오니 흐르나니 물소리요
높으나니 산(山)이로세 좌우산천(左右山川) 둘러보니
산수(山水)는 의구(依舊)하고 초목(草木)은 함정(含情)하니
불효(不孝)한 이내마음 그아니 슬플소냐
오작(烏鵲)은 날아들어 조롱(嘲弄)을 하는듯고
송백(松栢)은 울울(鬱鬱)하여 청절(淸節)을 지켜내니
불효한 이내마음 비감회심(悲感悔心) 절로난다
가련하다 이내부친(父親) 여경(餘慶)인들 없을소냐
* 기장(奇壯)하다 : 기특하고 장하다
* 적세원울(積世怨鬱) : 한 평생 가슴속에 맺힌 원통하고 답답한 일
* 불우시지(不遇時之) 남아(男兒) : 때를 만나지 못한 대장부
* 허송세월(虛送歲月) : 하는 것 없이 세월만 보냄 = 비육지탄(髀肉之嘆)
* 인간만사(人間萬事) : 인간사회의 모든 일
* 거연사십(遽然四十) :어느 덧 사십 살
* 무가내(無可奈) :어찌할 수가 없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
* 오작(烏鵲) : 까마귀와 까치
* 비감회심(悲感悔心) : 슬프고 뉘우치는 마음
☯ (대의) 2절에서는 ‘기장하다 기장하다 구미산기 기장하다’ 하시며 1절에 이어 구미산을 다시 한번 찬양하셨습니다. 또 구미산이 대신사의 집안인 경주 최씨의 복덕산(福德山)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당나라에까지 문명(文名)을 떨친 25대조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선생과 임진왜란 때의 공신으로 병자호란 때 순절하신 7대조 잠와 최진립 정무공(潛窩 崔震立 貞武公)을 탄생케 한 곳이며, 당신의 부친이신 근암공 최 옥(近菴公 崔옥) 또한 구미산 자락에서 도덕문장을 닦으셨으며, 다만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못하시고 산림처사로 생을 마치신 것이 못내 안타깝고, 자신의 신세 또한 “나도 또한 출세 후로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불효불효 못 면하니 적세원울 아닐런가 불우시지 남아로서 허송세월 하였구나 인간만사 행하다가 거연사십 되었더라 사십평생 이뿐인가 무가내라 할길없다” 하시며 이루어놓은 것 하나 없이 고향을 찾게 된 서글픈 심정을 표현하셨습니다. (法菴 金根五)
☯ (풀이) 기장하고 기장하다 구미산의 산기가 기장하다. 구미산이 생긴 후에 우리 선조들이 나셔서 가암 최씨들이 구미산 밑에서 구미산을 이용하면서 살았으니 구미산은 가암 최씨들에게 복을 주는 산이 아니겠느냐? 구미산의 음덕인지 구미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의 음덕인지 그 음덕으로 인해서 우리 가암 최씨 집안에서 나라를 위하는 충신들이 많이 나오셨으니 참으로 기장한 일이다. 그러나 불쌍하고 불쌍한 것은 우리 부모님이다. 불쌍하신 우리 아버님은 구미산 좋은 승지에서 도덕과 문장을 닦았으며 구미산의 음덕과 물의 음덕도 있지마는 출세를 하셔서 이름을 날리지 못하시고 구미산 아래에 작은 정자하나를 용담이라고 이름 하시고 벼슬을 버리고 산에 묻혀 사는 처사와 같이 가난한 선비로 일생을 마치셨으니 참으로 가련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안의 운수도 가련하다. 나도 또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님에게 죄를 짓지 않았는가.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 효도로서 잘 섬기지 못했고 돌아가신 뒤에도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어 불효를 면하지 못하였으니 내 일평생 쌓여진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때를 만나지 못한 남아로서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이 허송세월을 하였도다. 특별한 일을 하지 못하고 보통사람들이 행하는 평범한 일을 행하다가 어느 덧 40살이 되었다. 40평생을 살아온 것이 겨우 이것뿐인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대신사님께서 기미년 10월에 처자를 거느리고 용담정으로 돌아오시면서 자연히 지난 일들을 생각하게 되셨다. 대신사님께서는 망해가는 이 세상을 건지고 죽음에 처해있는 모든 사람을 살려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진리를 찾기 위하여 13년이란 긴 세월을 주유천하를 하시면서 인심풍속을 살피시고 새로운 진리를 찾아보셨으나 찾지 못하시고 돌아오셔서 처가와 의동생의 도움으로 울산 유곡 호암동(여시바위골)에서 새로이 살림을 차리시었다. 그러나 대신사님께서는 살림살이에는 신경을 쓰시지 않으시고 을묘천서에 의해서 두 차례에 걸쳐 천성산에 들어가셔서 49일기도를 드리시는 등 진리만을 탐구하셨다.
이 때 대신사님께서는 집안 식구들의 생활터전이 되는 여섯 마지기(1,200여 평)의 땅까지 팔아 기도드리는 비용으로 쓰셨다. 그러다보니 살림살이는 더욱 쪼들리게 되었다. 기미년에 흉년이 들어 처가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게 되었고 사모님께서 품팔이도 제대로 하시지 못하셨으며 의동생도 죽어 도움을 받을 곳도 없게 되었다. 지붕은 뚫어져 비가 새며 벽은 떨어져 바람이 들어오고 당장 먹을 식량도 없다. 그 곳에서 겨울을 지내려고 한다면 굶어죽고 얼어 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동안 헛되게 세월만을 보냈을 뿐이요 진리는 찾지 못하시고 얼어 죽고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 기미년 10월에 하는 수 없이 처자를 데리시고 고향인 경주로 돌아오신 것이다. 이때의 대신사님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그대로 기록해 놓으셨으니, 앞에 보이는 것은 높은 산뿐이며, 귀에 들리는 것은 물소리뿐이었다. 좌우의 산천을 둘러보니 푸른 산과 흐르는 물은 옛날과 다름이 없고 풀과 나무는 그래도 정을 품고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으니 불효자로서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고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고향을 찾아 온 심정이 어찌 슬프지 않겠느냐? 까마귀와 까치들이 날아와서 짖는 것도 마치 이러한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고 울창한 소나무와 잣나무는 맑고 깨끗한 절개를 그대로 지켜 변함없이 푸르게 서 있는데 나는 왜 모든 일을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
내가 좀 더 잘 했더라면 오늘 날 이와 같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왜 효도도 하지 못했을까? 효도조차도 하지 못한 내 마음은 슬픈 생각과 뉘우치는 마음이 저절로 나오는구나! 참말로 불쌍하구나 우리 부친이여!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평소에 도덕과 문장을 닦으셨고 덕을 쌓으셨으니 어찌 자손에게 미치는 경사가 없겠느냐? 반드시 여경이 있어 앞으로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잘 지내보자고 생각하셨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敬菴 李昤魯)
<제3절>
: 한울님으로부터 도를 받으신 것을 말씀하셨다.
3. 처자(妻子)불러 효유(曉諭)하고 이러그러 지내나니
천은(天恩)이 망극(罔極)하여 경신사월(庚申四月) 초오일(初五日)에
글로어찌 기록(記錄)하며 말로어찌 성언할까
만고(萬古)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여몽여각(如夢如覺) 득도(得道)로다
기장하다 기장하다 이내운수 기장하다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후(開闢後) 오만년(五萬年)에
네가또한 첨이로다 나도또한 개벽이후
노이무공(勞而無功) 하다가서 너를만나 성공(成功)하니
나도성공 너도득의(得意) 너희집안 운수(運數)로다
* 효유(曉諭) :알아듣게 잘 타일러 깨닫도록 말해줌
* 천은(天恩) :한울님의 은덕
* 경신사월(庚申四月) : 경신년 사월(1860년 4월)
* 만고(萬古)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 무극대도(無極大道) :무극에서 나온 큰 이치. 동학. 천도
* 여몽여각(如夢如覺) :꿈같기도 하고 생시 같기도 하다
* 개벽(開闢) : 선천 개벽
* 노이무공(勞而無功) : 힘들여 노력했는데 성공을 하지 못함. 보람이 없다
* 득의(得意) : 바라던 뜻을 얻었다. 이루었다.
☯ (대의) 3절에서는 대신사께서는 용담정에 돌아오신 후 영시중맹(永侍重盟)하시고 사모님과 자식들을 불러 효유(曉喩) 하신 후에 지극히 수련한 결과 한울님으로부터 만고 없는 무극대도를 받으시는 광경을 “처자 불러 효유하고 이러그러 지내나니 천은(天恩)이 망극하여 경신사월 초오일에 글로 어찌 기록하며 말로 어찌 성언할까 만고없는 무극대도 여몽여각 득도로다 기장하다 기장하다 이내 운수 기장하다(하략)”라고 하시며 사실적으로 묘사하셨습니다. (法菴 金根五)
☯ (풀이) 내가 이곳에서 망해가는 세상을 건지고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차라리 죽을지언정 다시는 산 밖에 나가지 않겠다고 굳은 맹서를 하시고 처자들을 불러 그 뜻을 잘 알아듣도록 효유하고 한울님께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를 드리시며 그럭저럭 지내니 한울님의 은혜가 망극해서 경신년 4월5일에 한울님으로부터 도를 받게 되었다. 그 때의 환경과 경황을 글로서 어떻게 다 기록할 수가 있겠으며 말로서 어떻게 다 말할 수가 있겠는가? 꿈인 듯 생시인 듯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무극대도를 받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기장한 일이요, 기장한 일이다. 이와 같이 무극대도를 받게 된 내 운수가 기장하도다.
한울님께서 하신 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 나도 또한 개벽이후 수고롭게 일만을 했을 뿐이요 공을 이루지 못했다가 너를 만나 성공하니 나도 성공을 했고 너도 뜻대로 이루어졌으니 너의 집안 운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면 ‘노이무공 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하셨다’ 고 하신 말씀은 무슨 말인가?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자식을 키운다.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옷을 만들어 입히며 학교에 보내 가르치고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돌보아 키웠건만 이 자식이 성장하여 부모의 뜻은 따르지 않고 형제끼리 싸우기만 하고 나쁜 일만 행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사고만 저질러 부모의 속만 썩여 준다면 그 부모는 어떤 말을 하겠는가? 그 부모는 “내가 자식을 키울 때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키웠건만 이제 자식 키운 보람이 없다”고 말씀하실 것이니 노이무공이라는 말은 이와 같은 말이다.
천지가 개벽된 후 한울님께서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드시고 인간들이 먹고 쓸 수 있는 만물을 내시고 인간들을 내시어 인간사회를 키워왔건만 인간들은 한울님을 위할 줄 모르고 한울님의 뜻은 생각하지도 않으며 서로 치고 받고 싸우기만 하며 한울님의 뜻에 어기는 일만을 행함으로 인간사회는 한울님의 뜻대로 되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울님께서는 인간들을 키우느라고 고생만 했을 뿐이요 공이 없다고 하신 것이다. 또한 선천의 공을 이루셨으나 후천의 공은 이루시지 못했다고 하신 것이다.
“너를 만나 성공하니”라고 하신 그 말씀은 한울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신 대신사님을 만나서 대신사님에게 후천시대를 이끌고 나아갈 새로운 도법을 내려 주시어 이 세상을 한울님의 뜻대로 이룰 수 있게 되었으므로 한울님께서도 성공을 하신 것이고 대신사님께서도 망해가는 이 세상을 건지고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새로운 도법을 깨닫게 되셨으므로 나도 성공 너도 득의라고 하신 것이며, 이것이 대신사님에게 이루어진 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신사님 집안에 조상 대대로 도덕을 닦았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덕을 닦고 음덕을 쌓았으므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너의 집안 운수로다”라고 하신 것이다. (敬菴 李昤魯)
<제4절>
: 만고없는 무극대도를 받으신 후 기쁜 심정을 말씀하신 것이다.
4. 이말씀 들은후에 심독희(心獨喜) 자부(自負)로다
어화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無極之運) 닥친줄을
너희어찌 알까보냐 기장하다 기장하다
이내운수 기장하다 구미산수 좋은승지(勝地)
무극대도(無極大道) 닦아내니 오만년지(五萬年之) 운수(運數)로다
만세일지(萬世一之) 장부(丈夫)로서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身命) 좋을시고 구미산수 좋은풍경(風景)
물형(物形)으로 생겼다가 이내운수(運數) 맞혔도다
지지엽엽(枝枝葉葉) 좋은풍경 군자(君子)낙지 아닐런가
일천지하(一天之下) 명승지(名勝地)로 만학천봉(萬壑千峯) 기암괴석(奇岩怪石)
산마다 이러하며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사람
사람마다 이러할까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 좋을시고 구미산수 좋은풍경
아무리 좋다해도 내아니면 이러하며
내아니면 이런산수 아동방(我東方) 있을소냐
나도또한 신선(神仙)이라 비상천(飛上天) 한다해도
이내선경(仙境) 구미용담 다시보기 어렵도다
천만년 지내온들 아니잊자 맹세(盟誓)해도
무심(無心)한 구미용담 평지(平地)되기 애달하다
*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 : 마음이 저절로 기뻐진다.
* 만세일지(萬世一之) 장부(丈夫) : 만세에 하나 밖에 없는, 한 번 밖에 나타날 수 없는 사내.
* 물형(物形) : 형체를 가진 물건. 구미산의 좋은 풍경이 하나의 물체로 생겨져 나옴을 이야기 함
* 지지엽엽(枝枝葉葉) : 가지가지마다 잎 잎마다
* 군자(君子) 낙지 : 군자들이 좋아한다. 즐거워한다.
* 일천지하(一天之下) : 한 한울 아래, 온 세계
* 만학천봉(萬壑千峰) : 수많은 골짜기와 산봉우리
* 기암괴석(奇岩怪石) :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
* 억조창생(億兆蒼生) :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성들
* 비상천(飛上天) : 하늘나라로 날아 올라간다.
* 선경(仙境) : 신선들이 살고 있는 경치 좋은 곳
* 무심(無心)한 구미용담 : 마음이 없는 구미용담
* 평지(平地)되기 애달하다 : 평지가 된다면 그 역시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니겠느냐
☯ (대의) 4절에서는 “어화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 닥친 줄을 너희 어찌 알까보냐 … 구미산수 좋은 풍경 아무리 좋다해도 내 아니면 이러하며 내 아니면 이런 산수 아동방 있을소냐(하략)”라고 하시어 아무리 산수가 훌륭하다 할지라도 무극대도가 이곳에서 창도되지 못했다면 산수도 명승지도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라는 득도한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法菴 金根五)
☯ (풀이) 한울님의 말씀을 듣고 나시니 기미년 10월에 돌아오실 때에 슬프게만 생각되시던 마음이 사라지고 마음이 홀로 기뻐져 자부심이 생기시었다. 어화 세상사람들아 앞으로 무극대도의 큰 운이 닥쳐올 것인데 너희들이 이것을 어떻게 알겠느냐? 이 일은 기장한 일이요 참말로 기장한 일이로다. 무극대도를 받아 낸 내 운수가 참말로 기장한 일이로다. 구미산 좋은 승지에서 무극대도를 닦아내니 이 운수는 오만년을 내려갈 운수로다. 만세에 한번 밖에 태어날 수 없는 장부로서 이와 같이 큰 운수를 받았으니 참말로 기쁘고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구미산의 좋은 풍경이 물건의 형체로 생겨서 이곳에서 내가 큰 운수를 받게 되었도다. 가지가지마다 잎마다 좋은 풍경은 군자들이 즐거워할 만한 곳이 아니겠느냐? 천하에 제일가는 명승지로서 많고 많은 골짜기와 봉우리에 기묘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들은 산마다 이와 같을 수 있겠으며 억조창생 많은 사람 중에 사람마다 다 나와 같을 수 있겠느냐? 좋고 좋구나 나의 이 신명이 좋고 좋구나! 구미산수의 좋은 풍경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내가 여기에서 태어나 여기에서 무극대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구미산이 천하의 승지가 될 수 있었겠으며 내가 아니라면 이와 같은 산수가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었겠느냐? 아마도 구미산은 내가 이곳에서 무극대도를 받게 하기 위하여 생겨졌나 보다.
나의 신명이 좋고 좋구나! 앞으로 내가 죽어서 신선이 된다고 해도 이와 같이 좋은 선경인 구미용담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천만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구미용담은 잊을 수가 없으니 만일 천만년 후에 구미용담이 없어져 평지가 된다고 한다면 다시는 구미산을 볼 수 없으니 그 역시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敬菴 李昤魯)
☞ 때 : 147(2006)년 6월 10일(토) 오전 9시. ☞ 곳 : 경주 용담수도원 ☞ 주관 : <포덕영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