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영화 정말 선전하고 있습니다. 볼만한게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죠.
저는 작년에 '파이란'이 극장 개봉했을 당시,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봐야지 봐야지 하고 벼르다 개봉기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상하게 요즘 한국 영화의 개봉기간과 작품성은 반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괜찮은 작품은 어렵게 어렵게 찾아봐야 하지요.)
결국 DVD로 나온 것을 빌려다 이번에 보았는대요.
흠... 덩말 덩말 괜찮은 영화더군요. 보다 어느 순간, 볼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데, 손으로 닦을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보았답니다.
오종록 PD가 파이란을 보고 '피아노'를 구상했다는 설도 있는대요.
피아노에서 조재현의 캐릭터는 파이란의 최민식 씨와 분명 닮은꼴입니다.
조연으로 나온 공형진의 감초 연기를 보고 '연인들' 팀에서 시트콤을 시켜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었다는데, 그 점도 이해가 가구요.
무엇보다 저는 차분하게 3류인생을 그려가는 최민식 씨의 연기가 너무 좋았답니다.
저는 영화는 닥치는 대로, 미친듯이 보는 비디오키드로서 류승완씨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그의 전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면서, '이 사람, 진짜로 영화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구요.
'다찌마와 리'를 보면서, 무쟈게 웃어대면서, '이 사람, 코미디 재능도 진짜 대단하구나' 했지요.
(두 영화 다 비됴로 나와있구요. 다찌마와리는 디지털 영화 3부작으로 나와있슴다. DVDP를 가지신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빌리시면 스페셜 피쳐에서 '다찌마와 리'를 보실 수 있슴다. 다찌마와 리의 임원희 씨 연기는 느끼하기로 정태우 뺨칩니다. 오... 닭살!)
그러기에 그의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도 극장에 달려가 봤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요즘 각국의 영화신동들이 다 자신의 재주를 선보일때 다루는 '스내치'영화-강탈 영화-입니다.
'록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의 가이 리치 감독이 이 방면의 도사지요.
정말 감독은 자신의 재주를 다 보여주려고 작정이나 한듯, 현란한 액션, 정신없는 스토리, 그리고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나서 뭔가 허전하다 생각했는데... 문득 '파이란'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과유불급이란 표현이 뇌리를 스쳤답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저는 '파이란'을 보면서 영화에 몰입하여, 나중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걸 닦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는대요.
그 이유를 저는 송해성 감독의 절제된 연출 덕이라 생각합니다. 현란한 카메라 워킹보다는 차분하게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극도로 정제된 감정 표현... 이런 담백한 연출이, 보는 이를 불식중에 영화에 빠져들게 만는 거죠.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의 경우, 볼수록 몰입한다기 보다는 조금씩 질리더군요...
뛰어난 연출에 현란한 카메라 흔들기, 화면 날림도 매 장면 장면마다 나오니까 효과가 반감되고,
너무 많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 한 사람 다 살려주려다 보니 정작 포커스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흠... 어쨌든 오늘의 결론은, '파이란'이 좋은 영화라는것. 강추입니다. 극장에서 외면받은것이 너무 아까운 작품이구요.
그리고 과유불급...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방송 1년 6개월을 향해 달려가는... 나름대로 대박의 계절을 읽궈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뉴논스톱의 연출가로서 무척이나 찔리는 말입니다.
연출가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많은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어 가면서도, 그 맛에 사람들이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대답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