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톱날능선에 서서
팔공산을 바라보며(望公山)
험준한 공산이 우뚝이 솟아서
동남으로 막혔으니 몇 날을 가야 할꼬
이 많은 풍경을 다 읊을 수 없는 것은
초췌하게 병들어 살아가기 때문일세
매월당 김시습이 팔공산을 바라보며 읊은 시다. 팔공산은 대구 사람들이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산이고, 사시사철, 골짜기 마다 느낌이 다른 산이다. 김시습도 다 보지 못해 아쉬움을 노래했던 산이다.
황사가 지나간 다음날, 파계사에서 팔공산 능선을 올랐다. 팔공산의 능선은 한티재에서 서봉, 동봉을 거쳐 갓바위가 있는 능성재까지를 말한다. 오늘은 팔공산 자락의 파계재(805m)에서 마당재(948m), 가마바위봉(1054m), 미정재(963m)까지 간 후 부인사로 내려오기로 했다.
파계사 화장실 앞을 지나, 계곡 시냇물을 따라 오르면 파계재로 가는 길이다.
파계재를 넘어가면 군위 대율(한밤) 마을이다. 교통편이 불편했던 옛날에는 한밤사람들이 서문시장 큰장을 가며오며 넘나들던 고개마루이다. 파계사에서 파계재까지는 40분정도 걸으면 오를 수 있다. 파계재(165번)에서 보면 제2석굴암이 있는 한밤마을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본격적인 능선을 탄다. 935m(159번) 봉오리를 지나 헬기장(148)까지 아기자기한 능선이다.
마당재(147번)를 지나 가마바위봉(1054m, 143번)까지는 경사가 가파르다. 한티재에서 서봉가는 능선길 중에 처음으로 1000m가 넘는 봉오리를 오르는 것이다. 142번을 지나면, 갑자기 능선길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이상한 길이 만들어져 있다. 흔히들 산에서 길을 모르면 리본이 많이 묶여져 있는 곳으로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여기서 리본을 따라가면 톱날능선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30여년 전 이 톱날능선에서 큰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뒷쪽으로 등산로를 만든 것이다.
톱날바위! 쭉쭉 뻗은 바위들이 쭉 늘어서 있고, 발 아래에는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면 심장 약한 사람은 겁에 질려 발을 떼지 못할 정도다. 남쪽으로 확트인 전망을 보면 이곳은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라 신선들이 노니는 곳처럼 보인다. 인간이 어찌 신선의 땅을 밟을 수 있으리요. 이곳을 지나면 정신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팔공산의 절경중의 절경이다.
톱날능선에서 보면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과 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정재(963m, 132번)에서 용무골로 발길을 돌린다. 서봉 아래 삼성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참으로 가팔막지다. 초보자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것에 반해, 용무골로 내려오는 길은 평탄한 편이다. 15분 정도 내려오면 왼쪽으로 삼성암 마애석불이 있다. 대구시 유형문화재 21호인 마애불상은 15도쯤 비스듬히 기울어진 길쭉한 바위에 새겨져 있다. 산림욕을 즐기며, 동행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덧 부인사에 다다른다.
약7km 산행. 능선의 아기자기함. 손을 잡고 당겨주고, 밑에서 밀어주야 하는 능선길. 겸손한 마음으로 산행이 필요한 곳이다.
흔히들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바쁘다고 합니다. 그러나, 40대 건강챙기기에 등산만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 나이에는 사업하듯이 건강챙기기를 해야 합니다. 오늘 중요한 계약이 있다면, 당신은 이 약속을 내일로 미룰 수 있습니까? 건강을 챙기는 것은 미래에 대한 약속입니다. 가족에 대한 약속이고, 친구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산행합시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김상경씀
첫댓글 몇날이 걸려도 팔공산에 한번 오르고 싶네요. 톱날바위 길로 언제 안내 한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