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길목 달큰 쌀쌀름한 인삼찾아 금산으로 떠나자" (충남 금산 인삼시장)

[푸른솔[운영자]]

 

벌써 땀이 난다. 일찌감치 찾아온 여름은 물러날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 진이 빠지려 한다. 이럴 땐 소위 '몸에서 당기는'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는 게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요맘때 ‘몸에서 당기는’ 음식은 무엇일까. 많은 좋은 음식들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달큰쌉쌀한 삼(蔘)한뿌리. 삼계탕이든 뭐든 삼한뿌리 잡고 질겅질겅 씹어줘야 올 여름 무탈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찾아갔다. 여름의 길목, 금산 인삼을 찾아!

    <금산은 금수강산을 줄여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장터 그윽한 인삼향, 사람향…>

“…뿌리가 금산인 사람들은 짧은 안부 인사 한마디에도 인삼 내음이 깃들어 있다…”
이봉직 作 <금산사람들>의 한구절이다. 금산에 한번이라도 와본 사람이라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안부 인사 한마디 뿐 이랴. 금산에 발딛은 순간부터 내딛는 걸음마다 인삼내음은 주위를 맴돈다. 폐속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이미 수삼 잔털 하나쯤 먹은 듯 하다. 우스갯 소리로 ‘숨 쉬기 운동’이라 하곤 하는데 금산에서는 이마저도 진담이 될 정도다. 인삼냄새의 강도를 쫓아 왔다면 분명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금산약초거리에 도착했을 게다. 약초거리를 정점으로 인삼 냄새가 번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은 ‘거리’라기보다 마을에 가깝다. 그 만큼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숨쉬기가 약이 되는 동네, 인삼고을 금산

금산인삼약초의 거리는 전국 인삼생산량의 80%가 거래되는 국내 최대의 인삼유통 중심지다. 동시에 고려인삼의 종주지답게 세계적 규모의 인삼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시장이라 통칭하지만 골목골목 들어선 시장 만도 금산국제인삼시장, 금산수삼센터, 금산인삼 전통시장, 금산약령시장, 금산인삼 종합쇼핑센터 등 여럿이다.금산수삼센터는 시장내에, 금산인삼 종합쇼핑센터는 시장입구에 위치한다.
인삼시장 자체가 워낙 큰 장(場)이라 늘 북적대지만 특히 매달 2,7일은 인삼전통장이 열리는 날이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단체나들이 나온 어머님 아버님들이 마음을 뺏기기 일쑤다. 저렴한 가격에다 인삼의 본고장 금산군에서 보증하는 제품들이다보니 구매력도 왕성해진다. 양손 마다마다 비닐봉지, 쇼핑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서로들 “싸게 샀다” “거긴 뭘 샀 냐”며 신이 났다. 인터넷 쇼핑에서 유행하는 일명 ‘공구(공동구매)’도 서슴지 않는다. 인삼 잔털 속 영양분 한방울까지 가족들 건강에 녹아내려는 어머니들 머릿속엔 이미 인삼요리백과가 펼쳐졌다.

      <금산 땅에는 눈앞에 보이는 자연이 모두 음식이고 약이라고 한다. 장터에 나온 각종 약재들이 정겹다>

인삼요리백과엔 어떤 요리들이 들었을까. 금산군에서 전통인삼요리로 소개하고 있는 음식들을 열거하면 이렇다.
“전통 인삼요리는 삼계탕, 인삼어죽, 수삼불고기덮밥, 수삼너비아니생채, 수삼고추장생채, 수삼생채구이, 수삼고기산적, 인삼장어구이…”. 그뿐 아니다. 금산 특산품에는 인삼딸기, 인삼수박, 사료에 인삼분말을 혼합한 인삼계란 등응용작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금산 땅에는 눈앞에 보이는 자연이 모두 음식이고 약”이라고 표현할만 하다.
인삼은 같은 종류라도 토양과 재배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1500년 이어온 금산 인삼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고려인삼의 종주지인 금산은 일교차가 크고 모든 기후 여건이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표 현한다. 삼에 비해 몸집은 작지만 인삼의 주요성분인 토탈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도 특징 중 하나. 주요 사포닌 성문 8개 중 6개 성분이 전국 최고인 것 역시도 입증된 사실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회복, 노화방지, 혈액순환개선과 혈압의 정상화 작용, 각종 성인병 예방 및 치료, 항암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만병통치약처럼 포장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인삼의 진짜 효능은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줄여주는 인삼의 정상화 효능에 있다. 이같은 인삼의 정상화효 능이 금산인삼의 빼어남이라 보면 된다.
 
                       "인삼 꽃 하나 먹으면 인삼 한뿌리랑 똑같어, 이런거 첨봤지? 첨봤지!"

“어이~! 이거나 좀 찍어 봐”
할머니 한분이 절뚝거리며 기자 손을 끈다. 할머니의 가게. 장날 장터에 가게랄 것도 없다. 그늘진 인도 한켠에 할머니 몸집만한 자루푸대와 바구니 그리고 저울, 그게 다다.
할머니는 “얼른 찍어 보라”며 푸르스름한 ‘풀’들을 가리켰다. “이게 인삼꽃이라는 거야. 여그 하나하나서 다 꽃이 펴. 처음 봤지? 처음 봤지! 이거 하나 먹으면 인삼 한뿌리랑 똑같어” "설마…"하는 기자의 눈빛을 할머닌 읽으셨는지 “정말이래니까!”하고 한번 더 강조하신다.

과연 그럴까.
인삼꽃은 인삼을 크게 키우기 위해 제거해 내는 인삼의 꽃대 윗부분을 말한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5월 경 양분이 많고 좋다고 한다. 인삼꽃과 꽃대는 나물로 해 먹으면 씁쓸하면서도 향이 나는 나물이 된다고 한다. 돌아서는 기자의 뒤로 할머니의 인사를 겸한 한마디 가 전해진다. “이거 어디 나오는 거여? 내 얼굴 말고, 요놈(인삼꽃)말이야. 소문 많이 좀 내”

         <금산 인삼시장서 만난 별미 인삼튀김 고수들. 남과 여, 경륜과 패기의 대결, 수삼튀김 고수를 찾아>

금산에서 또 하나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는 특색있는 먹거리는 '인삼튀김'이다. 서민 음식 중의 최고 봉인 튀김이 팔자 좋게 인삼을 끼고 기름 속에 들어앉았으니 인삼튀김은 때깔부터가 다르다. 곳곳에 원조를 내세운 집이 많은 터라 승부를 가리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디서 먹든 아삭한 질감과 튀김옷을 비집고 나오는 인삼향은 매한가지다. 호강스러운 인삼튀김, 비록 튀김이지만, 금산의 별미자리에 올려 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먹어봐요. 찍었으니까 먹어야지." 샛노란 튀김옷을 입은 인삼튀김을 건내 주시는 아주머니가 정겹다. 전국 팔도 장터인심은 역시 똑같다. 역시 장터다. 삼계탕에 들어도 기름에 튀겨도 인삼은 인삼이듯 말이다.

                           인삼삼계탕의 굴욕, 인삼튀김에 밀리다!

   <각종 한약재에 달큰쌉쌀한 인삼이 폭신폭신한 질감을 간직하고 삼계탕에 담겨있다. 여름 최고의 보양식>

다음은 푸짐한 인삼삼계탕 얘기 한번 해보자. 삼계탕 체면이 말이 아니다. 명색이 삼계탕인데 튀김에 소개순서를 빼앗기고 말았다. 허나 설레발치지 않아도, 금산하면 인삼이듯, 인삼하면 삼계탕을 떠올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금산에서 뿐 아니라 전국적 으로 유명한 금산의 원조삼계탕집을 찾아봤다. 이름도 정직하다. "원조삼계탕". 시장 내 금산수삼센타 앞 대원상가 2층을 찾아가면 된다. 현지인 열에 아홉은 아는 집이라 찾기는 쉬울 터.
뚝배기에는 채 온도를 삭이지 못한 삼계탕이 여전히 보글대며 담겨있다. 삼계탕 위에는 땅콩가루와 삼가루가 먹음직스레 뿌려져 있고 언뜻언뜻 인삼과 닭의 뽀송한 속살도 보인다. 약간 걸쭉한 편인 삼계탕에는 많다싶을 정도로 인삼이 푸짐하니 들었다. 퍼석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닭살도 그만이다.
“뭐가 이렇게 많아요. 한방 삼계탕이네요” 감탄사 같은 질문에 원조삼계탕 신일교씨는 “눈에 보이는 한약재만해도 천궁, 감초, 황기, 대추, 은행…또 뭐가 있더라…?” 줄줄 읊는다. 깊은 국물맛을 내는 원조집이 그렇듯 어머님 솜씨냐는 질문에도 “그렇죠! 어머님 솜씨죠. 몸에 좋다니까 넣으셨대요”란다. 꽤많은 한약재들이 들었지만, 티내려 말하는 법이 없다. 삼계탕에도 괜한 멋을 부리는 법은 없다. 원조가 괜히 원조가 아닌 까닭이다. 삼계탕 뿐 아니라 묵은 김치, 물김치 모두 특별 할 것없이 소박한 듯 싶은데 그대로가 맛이고 그대로가 또 멋이다. 무엇보다 삼계탕 특유의 느끼함과 기름기를 거둬간 솜씨가 일품이다. 삼계탕에 반주가 한잔 생각난다면 주인장이 직접 담근 인삼주를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같은 씨앗도 자라는 곳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되고 텃밭 푸성퀴도 금산서 자라면 약이 되더라.

금산 약초거리를 한바퀴 돌아 볼 계획이라면 인삼종합전시관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금산인삼의 우수성에 관한 설명, 막연히 “몸에 좋다”고만 알던 인삼의 효능에 관한 필요한 정보들을 ‘쏙쏙’ 속성학 습 시켜 주는 곳이다. 따뜻한 인삼차 한잔도 맛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맞은편에는 동원금산국제인 삼종합유통센터 진덱스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수삼홍삼 등 각종 건강 기능식품등 을 한데서 쇼핑할 수 있다.


<인삼전시관 내의 신기한 모양의 인삼들. 무료관람이며 가족나들이로 제격이다>

몸이 좋아지는 웰빙 인삼여행을 계획했다면 인삼약초거리와 시장을 지나 인삼사우나까지 개운하게 마무리하는 일정도 만족을 높이는 선택. 온몸에서 뜨끈한 기운과 함께 피부로 인삼을 흡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인삼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인삼사우나를 찾을 수 있다.
 
                                    <금산에 왔으니 여기만큼은~! 보석사 & 칠백의총>

임진왜란 당시 금산성전투에서 의병장 조헌을 비롯해 영규대사, 이광륜 등 칠백여 명의 전사자들의 유 해를 수습한 무덤을 칠백의 총이라 한다. 현재 칠백의총 은 왜정말기 일제가 파괴한 것을 1960년대 다시 정비한 것이다.(사진 왼쪽) 사진오른쪽은 보석사 오르는 길이다. 진악산 기슭의 보석사 는 신라때 조구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보석사 앞 1100년 수령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65호)로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꼼꼼히 살펴보기 클릭!!!
금산인삼관 금산장 칠백의총 보석사 적벽강 금산고인돌

현지인 "강추" 여기서 노세요~! 인삼약초거리를 지나 외곾으로 나가 쉬고 싶다면 무주방면이나 영동방면으로 나서는 것도 좋다. 부리면 수통리 적벽강 부근, 천내리 원골 유원지를 ‘놀기 좋은 곳’으로 추천했다. 적벽강 수통리 부근도 여름 철이면 찾는 이들이 많다. 이 부근은 한쪽 면을 막아선 암벽 때문에 마치 호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넓고 고른 자갈밭이 있어 물놀이 인파도 많다.
인삼 삼계탕과 외에 금산의 별미인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맛보려면 이곳으로 가야 제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영산 천내강 부근도 현지인들이 추천한 곳 중 하나. 이곳은 폭이 제법 넓어 금강상류의 위용을 갖춘 천내강은 용강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해 모터보트가 운행되고 있다.

☆부리면(적벽강 수통리) 부근 묵을 곳
☏수통마을 041)753-3383 ☏리버빌펜션 041)753-7067 ☏블리스펜션 041)754-5895

<금산가는 길>

◎대중교통
◇자가운전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비룡분기점→산내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추부, 금산 IC
부산→남해안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추부, 금산 IC
대구→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산내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추부, 금산IC
광주→호남고속도로→서대전분기점→산내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추부, 금산IC

◇고속버스
서울 강남터미널→금산 2시간 40분 소요, 1시간 30분 간격 우등 14,700원, 일반 10,100원.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1시간 50분 소요, 5~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시외버스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금산(50분소요, 20분 간격)
*대전서부시외버스터미널→금산(50분소요, 1일 5회)
*유성시외버스터미널→금산(50부소요 1일 2회)

<먹을거리>
○원조삼계탕 
인삼시장 내 금산수삼센타앞 대원상가 2층에 위치하고 있다. 2대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원조’인삼삼계탕 집. 
삼계탕은 8,000원, 특삼계탕은 12,000원이다. ☏041)752-2678/ 751-2678
○진덱스(금산인삼관 맞은편) 
인삼과 각종 한약재가 들어한 한방삼계탕과 인삼과 녹두를 넣은 녹두삼계탕, 인삼튀김 등의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사전에 전화예약을 해야 한다. 
☏041)754-4091(내선번호 4094)
○대원참숯: 
인삼로 부근에 대원참숯집에서도 한방삼계탕을 메뉴로 내놓고 있다. 
☏ 041)752-9292

<묵을 곳>
○인삼호텔 041)751-0511 금산읍내에서 보이는 가장 큰(?) 건물이자 유일한 호텔이다. 
*새천년 모텔 041) 754-1080 / 세종장 여관 041) 751-2400
○인삼약초민박마을
 인삼의 본고장에서 민박을 즐기고 싶다면 인삼약초민박마을에 문의해 보자. 
 낙안, 수통, 홍도, 장동이, 자즌뱅이, 벌말, 개안, 용동, 다락동 등 9개 자연마을에서 민박이 가능하
다. 20 여곳의 민박마을에서는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삼약초 술 담그기, 인삼약초 캐기 등
의 체험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 문의: 041)750-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