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휴대폰을 바꾸게 하다
1.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조금은 오래된 폴더형의 스마트폰이다. 전화기의 크기가 작고 휴대하기 좋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 앱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애용중이다. 비록 작년에 모델이 단종되었지만 전화기가 고장나기 전까지는 계속 사용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낭패가 생겼다. 휴대폰의 문제가 아닌 앱사용의 난감함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전국민이 사용하고 있다는 ‘카카오톡’ 때문이다.
2. 언제부터 카카오톡 앱을 업그레이드 시켜려면 연결이 되지 않았는데 급기야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8월 중순 이후 저버전의 카카오톡을 더 이상 지원하기 않겠다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같이 혼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지원없이 사용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연동을 통해 활용해야 하는 ‘카카오톡’은 업체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면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과거의 기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IT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막상 그것이 나에게 해당되자 열이 확올랐다. 평정을 잃은 것이다.
3. 그런 흥분상태가 커다란 착각에 의해 잘못된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카카오톡을 삭제하고 새로 앱을 설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면 새로운 앱도 설치할 수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저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적인 판단에 의한 즉흥적인 결단을 해버렸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지 못하고 불안이 작동해버렸다. 문제가 있더라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 채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감정적 불만이 잘못된 선택을 가져왔다. 결국 카카오톡은 지워지고 새로 설치되지는 않았다. 낭패였다. 어쩔 수 없이 이용 중인 휴대폰 가게로 가서 문의할 수밖에 없었다.
4. 직원의 권고는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교체가 필수적이고 휴대폰 교체 또한 현재 약정기간이기 때문에 새 휴대폰으로 바꾸면 요금이나 계약조건이 불리해지니 중고휴대폰을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의 권고에 따르기로 했는데 현재 중고폰이 없으니 내일 다시 나오라 했다. 한참의 소동 이후 ‘카카오톡’은 사라지고 몇 가지 중요한 연락은 중단되어 버렸다. ‘카카오톡’이 사라지자 메신저 앱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현대인의 치명적인 IT 의존증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연락을 ‘카카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구가 사라지자 커뮤니케이션은 단절된다. 멈춰버린 연락의 창구는 심각한 불안까지 자극하는 것이다.
5.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니 조금은 허탈해진다. 단지 ‘카카오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그램이 우리의 생활을 이렇게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허탈 내지 분노였다. 더구나 어떤 다른 문제도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을 카카오톡의 저버전에 대한 지원중단이라는 일종의 갑질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거대한 사회시스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허약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겠다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카카오톡 사용포기는 최소한의 인간적 관계를 중단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은 전화로 연락하기 조금은 애매한 상황이나 부담감을 절대적으로 줄여주었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효과적인 도구였기 때문이다.
6. 한때 나는 자동차도 운행하지 않고 한글과 같은 프로그램도 사용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내부적 고집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요청은 세상과 고립하지 않는 한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변화을 잘 수용하는 것이 삶을 잘사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변화는 급속하게 진행되었고 조금이라도 과거에 머물려는 사람들을 압박하고 강탈하여 새로운 소비로 이동시키고 있다. 기술에 의한 인간의 종속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술의 편의에 중독된 인간들은 결코 기술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 관게를 맺어야 한다면 시도할 수도 없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규칙과 방법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7. 최근 AI가 전 세계를 장악하려고 한다. 지금의 기술적 장악을 넘어서 인간의 전체적 삶을 주도할 무시무시한 변화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력하게 추종하고 변화를 이끈다는 소위 개혁가들의 뒤를 생각없이 쫓아가야 할까? 기계의 무제한적인 발전에 어떤 한계도 긋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의 갑질을 보면서 생각한다. IT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독립적인 아날로그적 삶을 회복하는 방향을 고민해야겠다고, 그리고 기계에 대한 인간의 분명한 통제를 복원해야한다고, 그런 의지 속에서 이제는 조롱거리가 된 ‘휴머니즘’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회복해야겠다고, 어쩌면 앞으로의 세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던 <터미네이터>와 같이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모른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기계’에 투항한 인간들과 ‘기계’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첫댓글 - 스마트폰의 출현은 사람들의 일상사를 모두 바꾸어 버렸다.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에 놓여 있다. 이제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점점 더 빠르고 다양하게 생활의 전 분야에서 확장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