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이 병원 부대수익의 효자 노릇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최근 규모 확장과 신축, 개보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많은 병원 장례식장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규모를 넓히고 인테리어를 고급화하는데 소요된 비용에 비해 빈소를 찾는 발길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병원 장례식장이 최근의 대규모화와 고급화를 지향, 공사를 계획 중이거나 진척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장례식장 적자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6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보다 넓은 180평 규모의 특실을 구비한 장례식장을 신축했으며 실내 인테리어나 설비도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의 벤치마킹을 통해 최첨단으로 꾸몄다.
고대 구로병원과 안암병원도 최근 현대식 분향실과 접객실을 갖춰 장례식장을 전면 개보수 했다. 개보수의 핵심은 대고객 서비스 강화였다.
가천의대 길병원도 120평이라는 대규모의 특실과 70평 준특실 등을 구비한 장례식장을 신축했으며 서울보훈병원도 연건평 750평 부지에 최신식 장례식장 건물을, 조선대병원도 대지면적 5049평, 연면적 920평, 지상 2층 규모의 장례식장을 준공했다.
국립의료원 역시 51억원을 투입해 빈소 15실의 장례식장을 완공했으며 서울보훈병원도 750평 부지에 60~70평 규모의 장례식장 13개실을 갖춘 현대식 장례식장을 마련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오는 9월 VIP실 2개(빈소당 73평), 특실 8개(빈소당 46평), 일반실 2(빈소당 33평)를 갖춘 장례식장을 550평 부지에 세울 계획이며 청주의료원도 올 하반기에 72억원을 들여 지상2층 규모에 20기의 안치실과 10개의 분향소를 구비한 장례식장을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모와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빈소는 비어있는 시간이 더 많으며 특히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마련한 특실의 경우는 더더욱 파리가 날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의 초대형 특실에는 한달 평균 3~4건의 장례식으로 절반가량이 비어있는 상황이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특실도 호황을 누리던 초창기에 비해 예약자가 다소 줄어들었다.
이들 경우는 기존의 규모와 인지도상 사정이 나은편이다. 서둘러 확충 공사에 나선 고대구로병원과 안암병원, 한양대병원 등은 손익분기점의 50% 가량도 채 맞추지 못해 활성화 방안을 분주히 모색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사회전반의 경기침체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고가 장례 용품이나 식장은 거의 대여되지 않고 있다"며 "비단 본병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이 마찬가지 사정일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놨다.
복지부의 장례사업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국립의료원의 장례식장이나 서울보훈병원도 가장 저렴한 가격의 장례실에 한달에 10건~15건이 채 안되는 빈소가 마련되고 있다.
가톨릭의료원 장례식장측은 "최근에는 경기 악화로 인해 좀 번거로워도 임종을 집에서 맞는 사람도 다시 늘어나고 있는 듯 하다"며 "특히 한 병원에서 임종해도 장례식은 타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일도 빈번해 장례식장은 홍보와 유치방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미 '임종맞은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루는' 관행은 깨진지 오래됐으며 장례식장의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도 높아지고 있어 적절한 대응방안 없이는 임종 환자의 타 장례식장으로의 발걸음을 붙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보건대학원 장례학과 교수는 "최근의 장례식장 확장과 개보수 추세들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4~5건 정도의 장례식이 이뤄져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 고급화와 대형화는 장례식장 활성화의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병원내에 기본적으로 장례식장이 부대시설로 포함돼 있어 의료기관의 지역 불균형 현상으로 인한 일부 지역 집중 현상이 장례식장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지방에는 오히려 장례식장이 부족하다는 현상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장례문화 형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