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지용백일장 고등, 대학-일반부 심사평"
더 높은 시의 기량
우리의 모국어는 근대를 넘어서 정지용 시인에 와서
그 울림의 높이와 정감의 깊이를 더하게 되었다.
5월은 정지용 시인의 달이자 시의 달이기도 하다.
올해로 스물 두돌을 맞아 여는 제 8회 전국지용백일장은 초등부에서
중학, 고등, 대학-일반부까지 이 땅의 시의 지평을 넓히고
북돋우는 시의 잔치 마당이기도 하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고등부, 대학-일반부의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수준의 향상을 보였을 뿐 아니라,
눈금 하나를 다투는 치열해서 그 우열를 가리는데 몆 번이고 거듭 읽어야 했다.
고등부의 시제는 “우산”이었다. 이 글감을 가지고 삶과의 관계를 ,
그리고 체험적 사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가에 시적 성과가 주어진다.
장원은 어머니가 받쳐주던 우산의 기억에서
‘언제나 한쪽 어깨를 젖어주는 어머니“가 중심언어로 돋보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왜소한 어깨가 젖지 않을“ 큼지막한 우산은
사는 마음이 억지스럽지 않게
”우산“의 역할를 잘 해내고 있음이 점수를 높이 받았다.
차상은 비오는 날 동생를 감싸주던 언니의 손길로부터 시의 실마리가 시작된다
“내 몸을 가려주던 언니의 몸에도/무지개가 되어 오르는지”에서
우산이 되어주던 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나도 우산이 되어 / 피어오르는 봄을 감싸고 싶다”로 잘 여미고 있다.
차상은 오동나무의 너른 잎새가 새들의 우산이 되어주고 그늘도 만들어 주는
“우산”의 또다른 해석이 시의 감도를 빛나게 한다.
“자동으로 펴졌다 접히는 우산 / 모든 그늘은 다 접는 계절이 오면”같은
표현이 또 다른 “우산”를 만들어 준다.
차하는 할머니댁을 찾아가서 할머니의 체온을 더듬어가는 솜씨가 능란하다.
그러나 “우산”과의 연결고리가 허약한 것이 시를 뒤로 밀리게 했다.
차하 대부분의 작품들이 비를 받치는 “우산“에 착상은 하고 있는데
이 시는 우산의 색깔에 따라 갖가지 마법을 나타내는 환상적 기법은 도입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도 우산을 든다”의 매듭도 명쾌하다.
장려는 우산이 할머니의 지팡이가 되고 불공을 드리는 할머니를 따라 엎드리는
시적 감성은 매우 좋으나 지나치게 조화를 부린 것이 흠이었다.
장려는 “우산이 감싼 등줄기엔 / 어린 손자의 잠이 / 둥글게 부풀었다” 같은
표현은 빼어나지만 “낙타할매“ 의 낱말이 거슬린다
장려는 우산과 할머니의 관계가 진술적으로 늘어져 있음이 시의 간장미을 잃고 있다.
대학-일반부의 시제는 “휴게소”였다. 삶의 공간에 휴게소는 어디에나 있다.
고속도로나 길가는 이들이 쉬어가는 곳이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나,
시는 그런 가시적인 풍경의 밖으로 나가야 제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이다.
대상은 다른 사람이 쉽게 찾아 갈 수 없는
오직 가기만의 “휴게소”를 향하여 나아가는 걸음이 잘 살아있다.
내면의 그 공간을 “발자국이 없는 오래된 섬”으로 설정해 놓고,
그곳에 서 만나는 풍경들을 그려내는 기법이 사뭇 능란하다.
쉽지 않은 글감을 이만큼 빚어내는 역량이라면
시인의 이름을 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최우수상은 “휴게소”가 생물체가 되어 일상적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는다.
“어딘들 쉬지 못하랴”로 시의 첫줄을 쓰고
“쉼표, 하나 던져 / 놓고 ”로 끝내는 간결하면서도
활달하게 “휴게소”를 지어주는 시의 건축법이 날렵하다
우수상은 “사막”과 “바람”의 관계로 “휴게소”의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사막은 쉬고 싶다”에서
“어떤 바람은 한 평의 휴게소 같다”고 새로운 해설을 하고 있으나
진정한 “쉼”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장려상은 “당신이 머물러”있는 “그 곳”은
마음의 쉴 곳으로 설정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정감있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당신”과 “그 곳”이 추상적이어서 시의 울림이 낮아지고 있다.
장려상은 “직박구리”를 내세워 휴게소를 그려 보려는
착상의 새로움를 찾는 의도가 수사력의 세련미에 못미치고 있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라는 메시지도 그만큼 약하다.
고등부와 대학-일반부에서 입선작 외에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 많았음을 부기해 둔다.
심사위원 이 근 배
유 자 효
신 달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