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백순자 전통자수 전시회 (5월 5일 ~11일 전북예술회관)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바늘을 잡고 수를 놓았다. 수저집, 바늘꽃이, 수 틀, 오색찬란한 색 실 등이 아름답게 보였고 내가 직접 수를 놓는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며, 수틀에 고정된 천이 형형색색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신기하고 멋 있었다. 처음에는 보통 벼게 양쪽 모서리에 수를 놓았다. 청홍색 바닥천에 둥글게 용이나 봉황, 공작 등의 도안을 제작하고 수틀에 천을 고정한 후 작은 바늘에 색실을 꿰어 색을 맞춰가며 수를 놓아간다. 수를 놓을 때는 바늘 한 땀 한 땀에 온 정성을 집중하기에 그 수예 작품에는 나의 혼이 서린다. 공부할 때는 밤을 세운적이 없지만 한 번 수틀을 잡으면 배고픔도 잊고 밥을 새우면서 수를 놓고는 했다. 수를 놓을 때 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한 올 한 올 쌓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좋은 수련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한 땀을 끝내고서는 "이제 다 이루었다." 는 뿌듯함과 기쁨이 가슴에 밀려온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아름다움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제 내 나이 팔십, 지나온 발자취가 그립고 아직도 내가 의미있는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고, 사라져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 아쉬워 오랜시간 몸에서 서서히 지워져가던 기억들을 되살려 한 올 한 올 정성과 혼으로 엮은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었다."
부디 옛것을 사랑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대히 봐 주실 것을 청하는 대전 백순자 여사님 대전이라는 호처럼 큰 밭에 온갖 채소며 과실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본인이 흙이되고 거름이 되고 호흡이 되어 기르고 살린 세월을 자수작품에 담아 지은 생 선방에서 수제자에게 의발을 전수하듯이 그녀의 어머니가 물려주신 다홍 치마, 나비가 되어 훠이 훠이 날아 오르신 어머니의 혼백을 담은 하얀저고리 를 고이 간직하여 그녀의 넋을 한 올 한 올 옮긴 마음 한자락이 애잔하다. 본인의 띠를 따 지은 까치호랑이라는 작품처럼 여든이 되어도 눈 맑은 여사님의 곱고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 세계를 통해서 한 인생의 궤적을 엿볼 수 있고 후손들이 영원이 느낄 수 있는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의 마음과 사랑을 맞이하고 품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sial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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