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져 자던 사람들이 아침 날이 밝자
일제히 일어나 대회 준비를 합니다.
다섯시에 기상 하기 위해서 휴대폰 모닝콜을 맞춰 놓았는데,
이놈이 글쎄 지 할 일을 까먹고 잠자고 있었습니다.
행여 잠결에 누르고 다시 잤는가 싶어 확인을 해 보았더니
메뉴란에 월-토 05 : 00 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번 전화기는 그런 기능이 없었는데
일요일은 주인님이 푹 자게 그런 배려를 한 것 같습니다.
마침 대회날이 일요일 이었잖아요.
거울 앞에서 예쁘게 단장 하는것도 오늘의 대회 기록을 위해서는 필요한 코스 입니다.
근데, 바깥에서는 태풍 산산이 가까이 다가 왔음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오늘 대회를 어떤 형태로 치르는지 궁금 해 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편함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시간 관계상 아침 메뉴는 라면을 끓여 밥 말아 먹기로 했습니다.
간밤에 마신 소주로 쓰린 속을 풀어주는 술국을 대신 하기도 하고,
청소년 회원은 라면세대라서 오히려 반기는 눈치이기도 합니다.
후다닥 먹고 치우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후론트에 내려갑니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 후론트 직원은 보이지 않고,
타지역에서 온 인라인 동호회 팀만 보입니다.
저 팀이 과연 우리의 경쟁자 이냐 같이 즐기는 동호인이냐를 생각 해 봅니다.
함께 즐기기 위해 온 팀 이라는 답이 나오더군요,
내가 등위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더구나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캠패인식 경기가 된다고 주최측에서 밝혔거든요.
이윽고 두 차량에 나눠 타고 전북대학교 캠퍼스로 향합니다.
이것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정표 하나만 믿고 달려 갑니다.
경주에 오면 동국대학교 이정표가 있으니 전주에도 이정표가 안 있겠나 싶은 막연한 기대감이지요.
산업도로에 올리자 마자 계속 직진만 하다가 신호 대기중이던 관광버스 기사에게 물어 봅니다.
쭈~욱 앞으로 가면 됩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우리들은 조금 답답할 따름입니다.
물 속에 들어 가 본 사람은 깊이를 아는데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듯이 말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오는 공포이겠지요.
한참을 달리니 전북 대학교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합니다.
이윽고 필동님으로 부터 다급한 네비게이션 정보가 도착합니다.
행님 우회전 하이소 우회전 우회전..
그러나 우리는 한참이나 떨어진 뒤에서 신호대기 하는 중입니다.
필시 다른 차를 우리 차로 잘못 본것이겠지요.
무전으로 정보를 보냅니다.
"아직 우회전 하면 안 됩니다." 우린 아직 한참뒤에 신호 대기중입니다.ㅎㅎ
조수석에서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좌회전 정보를 제공 하니
떡하니 전북대학교 정문이 보입니다.
"행님 어딩기요"
우린 "전북대학교 교정 !"
"예? 그라모 우린 지나쳤는갑네.."
"그라모 주차장 있능교?"
"오늘은 인라인 대회 참석자에게 전체 교정이 주차장으로 제공 된답니다."
U턴해서 오소....
주차 해 두고 우산 쓰고 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먼저 도착한 GJRC 팀 부스를 찾으려는 중 준탁이를 만나
안내를 받습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옷을 갈아 입고 워밍업을 해 봅니다.
경쟁 부문 21 km 출발을 하고 이내
일반 21km도 출발 합니다.
캠패인성 로드라서 여우 만만이었지요.
아들이 뒤에 따라 오는데 애초에는 6km를 달리기로 했다가,
조금 짧은것 같아 21km로 종목을 바꿔서 데리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뒤 따라 오기로 했는데 처음 경사면에서 부터 뒤 쳐지기 시작 하더니 점점 멀어 집니다.
혼자 두고 가면 완전히 포기 할것 같은 마음에 내가 뒤에 서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리 동호회 팀들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데,
처음 발표와는 달리 이건 완전히 레이싱 경주입니다.
그러나 한사람을 챙겨 가는 마음은 상당한 기쁨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남이 아니잖아요?? ㅎㅎ
처음에는 뒤에서 용기만 북돋워주다가,
반환점이 가까워 지니 허리 아프네 발이 아프네 거의 지쳐 가고 있습니다.
도로 가장자리에 앉아 신발을 고쳐 신고, 좀 쉬었다 다시 출발 합니다
이윽고 반환점을 돌아 이젠 남은 거리가 온 거리 보다 더 가깝게 느껴 집니다.
이번에는 용기의 말 보다도 뒤에서 밀어주기를 시도 해 봅니다.
릴레이 할때 바톤 터치 하는것 처럼 말입니다.
"엎드려 !" 구령과 함께 엎드리고 밀어주고.... 반복 하면서 마지막 골인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스릴 느껴지는 다운 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그동안의 힘 들었던 과정은 온데 간데 없고
명활산성 앞을 가로 지르는 기분과 같은 속도감을 즐깁니다.
뒤에 들은 이야기 이지만 아들은 상당히 무섭더랍니다.
아직 인라인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이겠지요.
이윽고 골인 지점을 통과하여 전광판을 보니 1시간 15분으로 기록된게 보입니다.
저게 맞는다면 제법 빨리 들어왔네 싶은 만족감을 느낍니다.
경주에서 참석한 팀 중에 우리가 제일 늦게 들어온 것 같습니다.
옷을 갈아 입고,
공설 운동장 본부석 옆에
즐비한 인라인 관련 홍보 부스를 돌며 아이쇼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경품 추첨과 기념품을 나눠주는데,
실망감을 크게 느껴 이곳에서는 거론을 생략하겠습니다.
배 고플 시간이 지나가고 있네요,
아침 여섯시에 아침 밥을 먹고 한시가 가까워 지니까요.
전주 IC를 향해 가면서 전주 비빔밥 이 유명한 곳을 찾아 봅니다.
갈때는 88 고속도로, 올때는 호남고속도로를 경유해서 대전을거쳐 경주에 오기로 했습니다.
도로변에서 젊은 총각에게 물어봅니다.
비빔밥 유명한 곳을 소개 해 달라고요.
한 곳은 가까운데 자기는 별로 였다면서
좀 멀지만 유명하고 약간 복잡한 집을 소개 해 줍니다.
간판 명은 "고궁" 이라네요,
찾아 찾아 갔더니 엄청 붐비고 있습니다. 2, 30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데 찾아 나서면 또 그만한 시간이 걸리니까 기다렸다가 먹기로 했습니다.
잠시 비빔밥 모형(선더미 만큼 큼니다) 사진 찍으며 간판도 한컷 찍기위해 밖에 나갔습니다.
세상에 .... 古宮이라는 가게 이름을 특허 등록 해 두었더군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에 까지요.... 그리고 여긴 본점이고요..
손님이 밀려 오는 이유를 알 만 합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자리 잡으니 메뉴표를 갖다 줍니다.
비빔밥 한 그릇에 10,000원 이라고 하네요.
기념인데 전원 한그릇씩을 주문 합니다.
게다가 공기밥을 테이블당 하나씩을 추가 합니다.
이게 너무 많은 양이 되더군요,
나중에 전주 가시거든 보통으로 드시는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맛있게 먹고 이제는 귀향길에 올라섭니다.
점점 비는 더 오고... 태풍이 더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축지법을 써서 평사 휴게소 까지 왔습니다
로드 나갈때 필요한 조그마한 지휘봉을 찾았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두 개 밖에 남지 않았네요, 필요한것은 세개 인데, 그것도 둘다 고장입니다.
다음에 올때 사기로 하고 미련을 버립니다.
지리산 휴게소에서 살걸 하고 후회 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걸 압니다.
경주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그린 숯불에 전화를 해 봅니다.
열 두명 정도 다섯시 반에 도착 할텐데 예약이 되는지를...
긍정적인 답을 받고 한 달음에 달려 옵니다.
긴장이 풀려서 인지 소주가 막 넘어 가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회사에서는 비상대기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마무리 할건 하고 가야잖아요.
먼길 운전 하느라 고생 하신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요,
다음에 전체적으로 움직일 일이 생기면
좀더 계획을 세우고,
좀더 협동심을 발휘하여 더 나은 모임이 되도록 노력 할게요...
카메라 메모리 칩을 가져 오지 않아서 사진은 나중에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