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어머나'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국 노래방과 가요교실 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다. 지난해 10월 공식앨범이 나온 이후 휴대폰 벨소리와 컬러링 다운로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연말에는 공중파3사의 가요상을 모두 받았다. 지난달에는 모방송사 가요차트 1위까지 올랐다. 김수희의 '애모' 이후 성인가요(트로트)로는 12년만의 기록이다.
'어머나'는 예술성이 뛰어난 노래가 아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장윤정 조차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떨치버리기 힘들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 부족한 예술성이 오히려 '대박'을 부르는 방아쇠가 됐다.
예술성이 떨어지기는 80년대 김흥국의 '호랑나비'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 출신의 4인조그룹 아바(Abba)도 음악성에 관해선 평론가들로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흥국은 그 노래 하나로 10대 가수가 됐고,아바는 30여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결은 모두 '따라부르기 쉽고 친근한 멜로디'다. 초대형 히트상품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바로 이런 단순함(simplicity)이다. 소니를 세계적 전자회사로 만든 '워크맨'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
왜 쉽고 단순한 것이 시장에서 먹힐까. 기업이나 공급업자 시각에서는 별 가치없어 보이는 이런 것들이 대중 혹은 대량 소비시장(mass market)이 원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을 상대하는 오락물이나 저가상품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된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저자로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미 MIT교수가 엊그제 방한해 강연하면서 설파한 디지털 시대의 성공 논리 역시 골자는 똑 같다. 그는 "휴대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성"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의 고 기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나 오히려 기능을 단순화해 소비자들이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머나'의 성공에는 빠뜨릴 수 없는 비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다. 가치혁신은 관행처럼 해오던 것 가운데 필요없는 것을 없애거나 줄이고,기존 고 객뿐 아니라 비(非)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가치를 더하거나 새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어머나'에는 예전 트로트의 애절함이나 '꺽는' 소리가 없다. 대신 동요같이 단순한 멜로디에다,'어머나'로 반복되는 메시지,하이톤으로 계속 되는 밝은 이미지가 있다.
이것이 강변가요제 대상 수상경력의 실력과,발랄한 외양을 지닌 장윤정을 통해 구현되자 아이들과 젊은세대들까지도 거부감없이 따라부르게 된 것이다. 이들은 성인가요와는 담을 쌓고 살던 비고객집단이다.
소니나 월마트처럼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단순한 것이 먹히는 대량시장을 겨냥해 대중이 원하는 가치에 집중한 업체들이다. 소니의 '워크맨'은 오디오업체들이 보면 저급 기술이었다. 시어스가 세계 최고의 백화점일 때 나타난 월마트는 저가상점 정도로만 보였다.
또 미샤나 페이스샵의 3천3백원짜리 화장품은 기존 업체들이 보면 가치가 적은 것이었다. 그러나 대량시장을 겨냥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집중한 이들 혁신기업은 기존 동종업체들이 건드리지 못했던 비고객집단까지 흡수하면서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혁신의 진정한 의미를 잘모르는 기업들이 여전히 기술에만 목을 매고,각종 기능을 추가하는 허망한 경쟁에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시장이 원하는 가치에 집중하면서 기존 방식을 과감히 바꿔나가면 기술 없이도,자본 없이도,늦게 출발했어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혁신상품 '어머나'가 이 어려운 시절에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