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그때 당시'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이중 표현의 문제가 있는 말입니다.
고유어 '그때'를 한자어로 말하면 '당시(當時)'이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좀 다르지만 이중 표현의 오류는 우리말에 상당히 흔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국어 사전에도 실려서 당당히 표준말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외갓집, 처갓집, 종갓집 등의 경우는 '집'과 '가(家)'가 중복되고, 국화꽃, 무궁화꽃, 채송화꽃 등의 경우는 '꽃'과 '화(花)'가 겹칩니다.
이 밖에도, 역전 앞, 테니스 코트장, 프리킥 차기 등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전(前)이 앞이고, 코트가 장(場)이며, 킥이 차기인 줄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냥 무신경하게 그렇게 씁니다.
야구 중계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공이 라인선상으로 흘러서 2루타가 되었군요"라고 아주 천연덕스럽게(?) 말하곤 합니다. 라인(line)이 곧 선(線)인 것을 알 텐데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고상하고 우아한 우리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상하고 우아한 우리말을 쓰다 보면 자기 자신의 품격도 그렇게 바뀌는 법입니다.
반대로, 말이 거칠고 글이 천박스러운 사람에게서 우리는 고상한 인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창 밖에는 가을비가 부슬거리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면 쌀쌀해질 거라는 예보도 있고, 독감이 기승을 부릴거라는 주의보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