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는 넓은 모래사장의 해안이 많이 있으며, 동일한 해안이라도 각각의 입지조건에 따라 고유한 식물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아들 해안에 살고 있는 식물들의 분포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 나라에는 넓은 모래사장의 해안이 있다. 너무도 유명한 원산의 명사십리를 비롯해 경포·포항해안 등이 그것이다. 또한 서해안에는 만리포, 변산 해안이 있고, 제주도의 함덕, 표선, 한림의 모래사장도 넓은 해안이다. 이곳은 대부분 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북적거린다. 피서객들은 해안가에 일정기간 머물면서 보는 즐거움, 노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것만이 피서의 온전한 목적인양 보고 놀고 먹는다. 그러나 필자는 이처럼 오로지 즐거움의 피서를 목적으로 해안가를 찾았던 적이 없었다. 필자는 여름철이 되면 그럴듯한 해안가를 선정하고 피서를 떠나지만 즐거움을 목적으로 한 여정은 아니었다. 여정의 목적은 그곳의 식물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다거나 해안식물의 분포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 전부였다. 거의가 제주도의 해안가를 둘러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해안식물의 식생을 어느 정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의 해안가에 대한 많은 연구자료를 모아 세밀하게 검토하고 떠나는 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본고에서는 필자의 이러한 여정을 바탕으로 해안을 사구·단애·염소지 등으로 구분해 그 식물의 분포특성을 알아봤다. 본고에서 다룬 사구는 해수가 있는 물가로부터 내륙에 접한 구역으로 바람 등에 의해 모래가 움직이는 곳이다. 또한 단애는 해안의 절벽이 경사를 이루는 곳이며, 염소지는 해수와 민물이 섞여있는 곳을 일컫고 있다.
사구식물
간조시에 하얀 모래를 드러내는 해안에는 해초가 아닌 잡초가 자라나는 경우가 있다. 이곳의 잡초는 푸른빛이 아니라 불그스레한 빛을 떠는데, 이러한 빛을 떠는 대표적인 식물은 칠면초이다. 칠면초는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점차 홍자색으로 변해 해안가를 예쁘게 단장한다. 특히 칠면초는 질소질을 즐기는 풀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서해안과 같이 유기물의 함량이 많은 곳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나고 있다. 칠면초 군락은 해주의 해안가와 만리포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간조시에 하얀 모래를 드러내는 해안에는 칠면초 이외에도 특징적으로 나문재·해홍나물·솔장다리·퉁퉁마디 등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해수가 잠기지 않고 바람 등에 의한 모래의 이동이 있는 해안에는 뿌리를 땅속 깊게 박고 해일 같은 조수에 의한 전멸을 면하려는 보리사초와 갯쇠보리 등이 자라고 있으며, 갯방풍·갯쑥부쟁이·갯메꽃 등이 해안의 모래 이동을 막아준다. 더욱이 이곳에는 점차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면서 사구의 모래땅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모래의 이동이 거의 없어지고 입지가 안정돼 있는 후방의 사구에는 순비기나무와 돌가시나무 등의 떨기나무림(관목림)이 군락을 이룬다. 이 군락의 가장자리나 하상에는 억새·안고초·사철쑥 등과 함께 인동덩굴·으아리 등이 떨기나무와 얽혀서 무성하게 자라난다. 해안과 내륙이 접하는 완충지역에는 떨기나무·작은키나무·큰키나무가 어우러져 자라는데, 대표적인 큰키나무는 해송이다. 해송이 자라는 곳에는 모래의 이동이 없고 해풍의 영향도 거의 없다. 제주도를 비롯한 거제도와 돌산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해송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단애식물
식물이 자라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는 해안의 절벽에는 해풍이나 해수에 강한 특유의 식물이 생육한다. 일반적으로 경사면의 모암상에 토양이 퇴적해 있는 곳은 그 위의 내륙에서 자라는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숲의 가장자리이다. 이러한 숲의 가장자리에는 돈나무·우묵사스레피나무·좀굴거리나무 등이 나타나며, 이 식물들은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를 둘러싸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경사면이 가파르고 토양의 퇴적이 적은 곳에는 돈나무를 비롯해 줄사철나무·후피향나무 등의 떨기나무와 더불어 갯기름나물, 도깨비고비 등 내염성이 강한 초본식물이 드물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해안의 절벽에는 억새·갯기름나물·갯잔디·돌가시나무·돈나무 등의 초목이 혼재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염소지 식물
염소지는 물이 충분히 있어도 해수가 섞여 있기 때문에 염분농도가 매우 높다. 이곳에는 세포내의 삼투압이 높은 특수한 식물이 자란다. 일정기간 염수에 잠기는 식물은 칠면초·나문재 등인데, 이 식물들은 뿌리의 발달이 빈약한 대신에 잎과 줄기가 다육질로 특수화돼 있다. 반면에 해수와 민물이 섞여있는 염소지의 식물은 줄기와 잎이 특수화돼 있지는 않지만 특수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갯씀바귀·갯개미취·해국·갯까치수영·갯금불초 등이 그러한 식물이다. 분포지역을 보면 칠면초 등은 서해안, 갯길경이는 흑산도·거적도·영종도·제주도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좀보리사초·통보리사초 등은 동서해안과 제주도, 갯잔디는 동서해안과 제주도·완도 등지에 분포돼 있다. 해안은 내륙지방보다 자외선이 강하고 염분이 많기 때문에 어떤 식물이 해안에서 생활하려면 해안의 환경에 알맞게 뿌리가 길거나 잎이 두껍거나 세포내 삼투압이 높아야 한다. 그리고 해안식물은 동일한 해안이라도 각각의 입지조건에 따라 고유한 식물군락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식물이나 식물군락은 모래의 이동에 의해 소실되거나 파괴된다. 따라서 해안식물의 가장 큰 생태적 제한요인인 모래이동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해안식물도 우리 나라의 중요한 자원식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