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과 한은 사람의 '맺힌 마음'을 말한다
예로부터 귀신은 원한 맺힌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난다
그러나 원과한은 매우 다르다
원은 분노와 복수를 수반하지만
한은 바람과 열망 그리고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분뇨로써 원과한의 다름을 예로 들어 보자면..
분뇨는 시간이 흐를수록 썩어 그 악취가 심한데..이는 怨의 단계다
그러나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 박테리아가 몽땅 분해해버려 맑고 고운
물로 남는다..이것이 恨이란것이다
월드컵 염원'이란 표현을 쓰는데..이것은 정확히 말하면 일본식표기다
월드컵을 향한 恨이 옳다
과거의 안타까움이 마음에 맺힌 나머지 앞으로 바라고 이루고 싶은 간절
한 마음이기때문이다
월드컵에 대한 천추의 원..이란 기회를 놓친데 대한.경기에 진것에 대한
분노심과 복수심이 담겨져 있는 말이다
귀신이야기중에 원귀(怨鬼)는 반드시 복수를 목적으로 한다
처녀 총각귀신 아귀(배고파 죽은 귀신),몽달귀신(아기귀신)등이 그것이다
천수를 다하지 못한것도 억울한데 혼인까지 못했으니 그 원념이 오죽할까
그래서 닥치는 데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한맺힌 귀신은 한을 풀기위해 사람에게 간청하고 구원을 요청한다
자신의 시신을 거두어 달라든가..억울함을 하소연한다는 귀신말이다
이런 귀신들은 한풀이 때문에 나타나지만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괴롭히지
는 않는다
원한귀(怨恨鬼)도 있다
원이 쌓여 한이 맺히는 경우다
이 경우는 그 사념이 지독해서 대대로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원독이 뼈에 사무치기 때문에 그 원풀이가 끝이 없슴이다
요즘은 문화가 문명을 따라가지 못하여 살아있는 원귀들이 생긴단다
오래전 2525년이란 SF책에서..광군사(狂軍士)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다
는 이야기를 읽은적이 있다
자신의 원을 삭이지 못해 길거리등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향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미친사람들을 광군사'라고 하였다
이른바 살아있는 원귀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대구 지하철에 50대 남자의 원한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게
했다 범인과 일면식도 없는 죄없는 사람들이 개인적 怨으로 피해를 본것
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것은 유가족들의 마음속에 생겨난 怨이다
전무한 방재대책은 물론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지하철 시스템
은 그동안 민생안전에 무심했던 정부의 정책부재 결과이다
또 대다수 이런 뉴스를 접한 우리네 마음에서도 怨은 싹튼다
씨랜드 어린이 수련회관 참사사건이후 조국에 대한 怨으로 뉴질랜드로 이
민간 부모같은 심정으로 뉴스를 본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많을까
이번 대구 지하철 사건 역시,불가항력적인 문제라기 보다,대중 시설에 대
한 무관심이 불러 일으킨 인재에 의한 사고였기에 분노를 느꼈을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삼정부때부터 현재까지 성수대교,삼풍백화점,지하철 붕괴,건물붕괴
등 인재에 의한 사고가 유독 많았슴에도 아직까지 이런 참사가 불거진다
는것은, 옳바른 사관에 의한 타산지석 반면교사의 교훈을 우리 모두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怨을 가진 광군사의 행위도 어이없지만,
참사의 규모를 크게 만든 안전불감증을 제공한 당국에 대하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이런 怨이 저마다 쌓이게 되면,조만간 우리'라는 말에도 수치를 느낄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심심한 애도와 함께
죽림의 시름이 깊어만 진다
이제 이런 怨들을 恨으로 승화하고 국가는 국민에게 국민은 국가에게
바라고 원하며 희망을 갖어보게 만드는 그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