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소” 영화를 보고
영원불멸 이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흙으로 돌아간다. 나는 가끔 내게 물어본다. 비가 왜오지! 하고.. 돌아오는 답변은 이 세상을 아름답고 싱그럽고 깨끗한 먹거리를 주어 우리를 살게 해주는 꽃과 식물, 그리고 이 세상을 사는 모든 동물들에게 목마름을 해소해주고 사랑을 전하기 위해 온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본 영화중 감동받은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오늘 친구 여식을 시집보내는 날이라 서울 천호동 소재 예식장에서 점심식사 후 모처럼 모인 친구들과 인접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갔다. 우리가 볼 영화는 지금 한창 최고의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영화라면 스펙터클 액션 영화나, 공포 영화 그리고 멜로 영화를 위주로 본 나에게 있어 다큐 영화는 나와 맞지 않는 영화이며, 그런 영화는 재미가 없는 지루한 영화라고 여겼다.
그러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다큐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가 허구가 아닌 실제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는 강원도 원주시 청일면 청일로577 고시리 산골에 사시는 현재 고인이 되셨지만, 당시 로멘티스트이신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감성소녀 강계열 할머니의 76년간의 사랑의 스토리를 영화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전신은 몇 년 전에는 인간극장에 5부작으로 소개되었다.
할머니는 12세에 할아버지는 22세에 결혼을 했으니 결혼 한지 76년째를 맞는 노부부. 부부는 항상 한복으로 요즘 애들이 얘기하는 커플룩을 입고서 봄에는 서로에게 예쁘다며 얼굴에 꽃을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난 치고, 가을엔 마당에 낙엽을 쓸다가 낙엽 던지며 서로를 보며 웃으며 지내고 겨울엔 눈싸움 하고 눈사람 만들며 꼭 유아들이 할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노년의 부부가 감성 충만한 그런 장난을 즐기며 알콩달콩 깨소금 뿌리며 살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76년 평생을 사랑해도 부족한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98세 조병만 할아버지, 어떻게 100세가 멀지 않으셨는데도 사랑의 감성이 그리도 풍부하신지. 늘 할머니께 대한 사랑의 전달은 장난으로 부터다.
안과에 며칠 다녀오시느라 집을 비워둔 탓으로 마당에는 낙엽이 가득 쌓여있다.
할머니는 작은 빗자루로, 할아버지는 싸리 빗자루로 마당의 낙엽을 쓸어 모은다.
여기서 할아버지의 사랑의 장난기가 발동해 모은 낙엽을 할머니께 던지며 사랑을 표현한다.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모두 한바탕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어서 할아버지는 마당 저쪽에 가득 핀 노란국화 몇 송이를 꺾어 할머니께 전달한다.
할머니는 이게 뭐요. 하시니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줄라고 꺾어왔소 받아요. 하시며 그 중 한 가지를 꺼내 할머니 귀밑에 꽂아주니. 할머니도 할아버지 귀밑에 꽂아드리고 서러 예쁘다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은 지금의 젊은이들도 못하는 진심담은 사랑의 샘을 일깨워 주었다.
세월은 흘러 겨울이 되어 눈이 내렸다. 눈을 쓸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또 눈싸움으로 사랑을 전하며 서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 봄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쓸쓸히 지내는 강아지 공순이를 바라보며 머지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이 크로즈업 된다. 시작을 한지 십 여분 지나니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관객의 흐느낌이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꼬마를 묻고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 가는데…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머지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계절이 변할수록 할아버지는 점점 기침을 많이 하시고 팔도 점점 가늘어지셨다. 식사도 안하시도 누워만 계신다.
그래도 밤이면 요란한 기침소리에 두 분이 잠은 못 이루시지만 이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한다. 그들은 그 순간에도 서로의 손을 만지며 얼굴을 만지며 미처 못 다 나눈 사랑을 전하려 애쓰시는데 마치 이별의 날이 오기 전에 가슴 깊이 묻어두려 하는 장면 같아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인생이란 것이 매번 즐거울 수만은 없다.
지나온 날들이 많을수록 이제 헤어질 날이 가까운 것이다. 한편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총 12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전쟁 통에, 질병으로 6명의 자식을 잃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만약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 먼저 간 자식들에게 내복을 전해달라며 할아버지와 손을 꼭 잡고 내복을 사러 가신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처럼 각본에 의해 억지로 썼고 다루어진 영화가 아니라 실제 삶을 그대로 영화화 한 것이라 더 감동적이다.
여기서 죽은 자식의 영혼이 다시 태어나는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친구를 잃고 쓸쓸히 지내던 공순이는 할아버지 댁 바로 위 언덕에 위치한 교회 목사님이 기르던 흰둥이를 아비로 맞아들여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다. 암 강아지 셋, 수캉아지 세 마리다. 할머니는 잃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거둔다.
몸져누우신 할아버지께 말씀드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하신다. “할아버지 이 강아지 목사님 댁에 몽땅 줄 까요” 하니 그리하세요. 한다. 지금 당장 줄까요? 하니 할아버지는 크거든 주라하신다. 할아버지는 잃은 자식을 생각하고 그리하신 거고, 할머니는 목사님 댁 개가 못됐다고 역정을 내신다. 아주 못 된 개새끼라고..
얼마나 잃은 자식에 한이 맺혀 하신 말인가.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리도 사랑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할머니의 바짝 마른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뒤늦게 깨달은 눈물이다. 눈이 하얗게 내린 할아버지 산소를 보며 작은 내 건너 눈에 앉아 우는 장면은 어찌나 애 뜻하고 슬픈지 우리 모두를 울게 만들었다.
불쌍해서 어쩌나, 할아버지 마음은 나뿐이 모르는데... 내가 아니면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라는 할머니 넋두리 속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깊은 사랑이 짙게 묻어있었다.
할머니가 밖에 있는 화장실에서 용변 보시려 하며 할아버지께 말씀하던 대사가 기억난다.
할아버지요 여기 서서 나 지켜 줄 거지요. 나는 무서워요. 노래도 불러줘요. 할아버지는 사랑스런 눈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구성지게 정선아리랑 한 구절을 하신다.
멀구 다래가 떨어진 거는 꼭지나 있지
정든임이 오셨다 가신 덴 자취도 없네
금전을 주어도 세월은 못사나니
알뜰한 세월을 허송치 맙시다.
청춘도 늙기 쉽고 늙으면 죽기도 쉬운데
호호백발 되기 전에 부지런히 일하세
그리고 할머니가 무릎을 아프다 하면 입으로 호 해주는 장면은 그 누구보다도 할머니를 아끼는 진정 남편의 모습이다.
또한 할아버지는 해소를 오래 동안 앓으셔서 밤새 기침 때문에 잠 못 들다 겨우 잠이든 할머니 얼굴을 새벽녘 문득 잠에서 깬 할아버지가 바라보며 쓰다듬어 주는 모습은 무수한 세월동안 할머니를 무엇보다도 아껴온 마음이 묻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아끼던 남편이 건너면 안 되는 강을 먼저 건너려 할 때 할머니의 얼굴엔 그늘이지고 한 숨 섞인 애잔한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이 장면에서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혼자 소리도 못 내고 속으로 꺼이꺼이 가슴으로 울었다. 어쩌면 황금길 인생을 지나 벌써 인생 반환 길에 접어들어 누구도 어찌할 수없는 일이라 하지만...
조금 만 더 여유가 있다면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돋고 할머니가 새 중에서 제일 좋아하시는 꾀꼬리가 꾀꼬로꼴 꾀꼴로 노래하며 하얗게 핀 버들가지 사이로 넘나드는 봄에 그 강을 건너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할아버지께 할머니가 이 세상에서 어떤 새가 제일 예뻐요 묻는다. 할아버지는 “먹새”하고 대답한다. 먹새.. 먹는 새 하며 할머니는 살포시 웃는다. 완전 소녀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할머니 가슴 속에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영원히 살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뒤따라갈 강을 건널 할머니와 먼저 건너간 할아버지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으로 이 땅에 영원한 그들만의 발자취로 남을 것이다.
누구나 늙어 이 시간이 찾아온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의 강을 건너야하는 운명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잠깐보이는 한 순간 머물다 가는 우리의 삶이지만 이 대목에서 하늘내린 연으로 맺어진 부부의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아내에게 어떻게 해왔고 어떤 사랑을 주었는지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이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것이다.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김을 준다거나 받는다면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사랑하거나, 이성을 사랑하거나, 동물을 사랑하거나, 대 자연을 사랑하거나 사랑이란 이토록 아름다운 것 같다. 성경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에 관한 구절을 보니 “사랑은 하느님께 속하였고 사랑하면 하느님을 알고, 또는 이같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한다.
또한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 자랑 교만 무례치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 한다고 했다. 사랑이란 무엇을 말한 것인가? 사랑은 생명과 평화를 뜻한다. 천지 만물은 사랑으로 보존되어 있다. 악한 동물도, 악한 가시나무도, 독한 풀도 사랑이 있기에 새끼가 있고, 또 사랑으로 보존되어 살고 있다.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하느님이 창조하셨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모두를 사랑해야한다.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그 사랑을 남에게 전해 줄 수 있다고 다짐해본다. 요즘 들어 눈물이 많아졌다. 고 조병만 할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빌고, 홀로 외로운 삶을 보내실 강계열 할머니 더욱 건강하게 남은 인생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원 드린다. 또한 나도 나이를 먹어가니 더 감성이 깊어짐을 느껴지는데 앞으로 남은 하늘에서 허락한 삶을 나눔 사랑의 전령사로 거듭 태어나게 해 달라고 주님께 오늘도 간청해 본다.
첫댓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204년을 보내며 많은것을 생각하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