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0년 한해도 다 저물고 있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양평 청계산으로 1월 학오름 정기산행을 갔다온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중순이 되었다.
12월 정기 산행이다 .
온 매스컴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과천 서울대공원 말레이 꼬마곰 녀석때문에 청계산 대신 북악산 하늘길(일명 김신조루트)로 등산 장소가 바뀌었다.
서울 살면서도 멀리 있는 산에만 다녔지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북악산 길은 몇년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는 것만 알고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마치 등잔 밑이 어둡다고나 할까. 서울 사는 사람이 서울을 더 모르는 것처럼 .
10시에 북악산 길 입구 와룡공원에서 모이기로 예정돼 있다.
오늘은 태균 경식 영호등 분당팀이 제일 먼저 와 있다.
이어서 주영이 나, 효일이 ,성동이, 종경이, 기현, 형주, 창환,영화, 재붕이,석이 모두 모이니 14명이다 .
반가운 얼굴에 서로 修人事하고 출발하기 앞서 인증샷 한장 찍고 북악산 하늘길로 올랐다.
와룡공원에서 숙정문안내소 서마루 계곡마루 남마루 호경암 하늘전망대 하늘마루까지 갔다 되돌아 오는 코스로 3시간 가량 걸린다고 영화대장이 미리 귀띰해 준다.
청와대 뒷산이라 중요한 군사보안지역이고 일반에게 2007년에 와서야 부분 개방된 곳이라서 그런지 산책길도 잘 가꾸어져 있고 자연도 훼손이 별로 없이 잘 보존돼 있다.
서울 시민에게는 참 공기 맑고 경치가 좋은 산책길로서 손색이 없다.
입구에서 살랑살랑 걸어오니 숙정문 안내소가 나온다.
조선시대 한양의 4大門 중에서 북문이라는 곳인데 출입하려면 신분 확인을 받아야 한다.
지키는 사람도 두사람 서 있는데 군인인지 경찰인지 모르겠다.
숙정문은 들어가 보지않고 오른쪽 아래편으로 그 유명한 삼청각이 지척에 보인다.
박정희 정권 시절 콧방귀깨나 뀌던 고관대작들이 밀실에서 연회장으로 많이 이용했다던 유명한 요정이다.
지금은 아마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영을 위탁받아 각종 공연장으로 ,연회장으로, 결혼식장 ,한국 전통요리 음식점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한 20년 전에 부잣집에 장가든 친구 결혼식때 가 봤었는데 규모가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토요일부터 날씨가 추워졌지만 오늘은 바람이 별로 없는 탓에 생각만큼 춥지 않아 등산하기엔 꼭 맞는 날씨다.
숙정문 안내소를 통과하니 성북천 발원지라는 안내판이 나오는데 그냥 산에서 시작되는 개울이다.
이 개울이 흘러 청계천으로 흘러 든다고 써 있다.
나무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니차례로 서마루, 계곡마루, 남마루에 오른다.
조망이 참 좋은 곳이다.
저 멀리로 남산. 남산 서울타워, 그 뒤로 관악산, 청계산 ,,동쪽으로 낙산 ,뒤로 불암산 등이 훤히 보이고 도심 안쪽으론 삼선교, 한성대학교, 혜화동, 성균관대학교 ,을지로, 동대문, 성북동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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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마루에서 대추차 인삼차등으로 목을 조금 따뜻하게 달래고 오르막길로 조금 올라오니 예쁜 통나무집이 하나 나타나는데 화장실이다.
큰 송전탑이 하나 서있고 뒤의 바위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 한장 찰칵.
호경암이란 바위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니던 1968년 1.21 사태라고, 김신조 일당 무장공비 청와대습격사건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사건의 현장을 현재까지 증언해주는 증거물이다.
바위 표면엔 수십개의 총알 흔적이 움푹 패인채로 선명하게 남아있다.
가슴이 답답하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으로 이 사건이 일어난 지도 40년도 더 지났지만 남쪽과 북쪽은 서로 主敵이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등으로 긴장과 갈등은 더 커지고 있으니 지금 肉薄한 현실이 엄중하다.
많은 상념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니 하늘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는 아까 보았던 남마루와는 달리 북한산이 지척에서 정면으로 들어 온다.
서쪽 족두리봉부터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 향로봉 형제봉 뒤에 가려져 살짝 보이는 인수봉까지 제대로 잘 보인다 .
홍지문터널을 지나는 내부 순환로 국민대학교 ,정릉.북악스카이웨이 등도 바로 코앞에 훤하다.
맨날 회색빛 도심 닭장같은 사무실에 성냥갚같은 아파트에 들어 박혀 있다 탁 트인 시야 눈이 시리도록 맑은 碧空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시원하다.
하늘전망대에서 마지막 인증샷을 남기고 스카이웨이길 바로 위에 걸쳐져있는 하늘교에서 가져온 점심식사를 해결하려 했으나 장소도 마땅한 곳이 없고 시간도 아직 이른 편이라 왔던 길로 돌아가다 적당한 장소에서 하기로 한다.
등산이라 하기엔 조금 난이도가 모자라고 가벼운 산책길이라고 하면 우리 학오름에겐 맞을 듯하다.
내려오다 옹달샘 위 계곡마루란 쉼터에서 창환이가 준비한 따끈한 오뎅국과 김밥 ,종경이 사모가 부쳐준 부추전, 영호가 가져온 꿀사과 등으로 조촐한 점심을 해결했다.
막걸리 한잔이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아주 꿀맛이다.
그리고 금방 자리를 정리하고 뒷풀이 장소인"성너머" 집으로 내려오니 12시 50분이다.
와룡공원 바로 입구에 있는 소박한 음식점인데 닭도리탕과 전으로 막걸리, 소주 한 잔 씩 기분좋게 넘어간다.
이윽고 2010년을 마감하면서 학오름 회원들이 한마디씩 올해의 어록을 남긴다.
주영: 정기모임에 4번 참석했는데 불량회원인 것 같아서 면이 안선다.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다녀야되겠다.
경식: 역시 올해 많이 참석하지 못해 역시 불량회원이다. 내년에는 부지런히 다니겠다.
영호: 올해 이상하게 일이 많이 생겨 정기모임에 많이 못나왔다.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시간이 많은데 부지런히 산에 다녀야겠다.
기현: 한해동안 일들이 많았는데, 마무리 잘 하고 건강하자.
창환: 친구들 힘으로 오늘까지 왔다. 고맙다.
형주: 수능 끝나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놈은 우리 아들놈뿐이다. 며칠 전에 개기는 놈을 꼬셔서 산에 한 번 데리고 갔는데, 이놈이 허리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서 말로도 안되고 참 그렇다.
여자 소개도 많이 받았는데 잘 안되네 .
아들놈만 대학가면 해방이다.
재붕: 열심히 산에 다니고 건강 챙기자.
효일: 두 번째 학오름에 왔지만 송년 골프모임,테니스 송년회,등산모임등 참석해서 열심히 다녔다.
내년에는 서울 근무할 가능성이 있는데, 자주 나오려고 한다.
병국: 올해 1월 양평 청계산부터 12월 북악산까지 개근했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서야 흘러간다.
孟子에 나오는 말이다.
"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근원이 있는 물은 솟아올라 밤낮으로 쉬지 않고 웅덩이를 메운 후에 앞으로 흘러서 바다로 흘러간다는 말.
모든 일도 학문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건너뛰지 말고 순서대로 해야한다는 말이다.
우리 삶의 자세도 그런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앞으로도 학오름 史官으로서 진실만을 기록하겠다.
석: 여수로 현장사무소를 옮기게 되어 자주 나오기는 힘들듯한데 월1회 정기모임에는 참석하도록 하겠다.
올해 번개 모임을 많이 했는데 참 아쉽다.
성동: 올 6월 축령산 등산때부터 처음 참석했는데 여러모임 다녀 보아도 친구들이 제일 좋더라.
영화: 안산 즐산 살산 죽산 하자. 산에서 죽어야 된다는건지 죽으면 산으로 돌아간다는건지 모르겠지만...
태균: 좀 더 즐겁고 건강하게 멀리 산 많이 뛰어 봅시다.
종경: 즐거운 인생 건배하자! 오징어(오랫동안 징그럽게 어울리자)
술과 안주와 대화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
김태균 회장과 이영화 대장이 준비한 2010년 학오름 시상식을 시작한다.
공로상: 영호, 종경, 창환이에게 태균 회장이 보온 물병을 시상한다.
영호는 촌철살인의 위트와 재미있는 얘기로 분위기를 이끌고( 오늘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족구하는 얘기,수박 씨 파고 먹으라는 경상도 여비서 얘기로 배꼽잡는 웃음을 선사했다) 종경이는 늘 후덕한 마음씨로 학오름 친구들에게 밥을 많이 사고, 창환이는 전투식량과 등산후미를 맡아서 고생 많았다고 시상이유를 태균회장이 밝혔다.
어르신상: 수상자는 재붕이. 부상은 등산 스틱인데, 어르신 등산할때 지팡이 잘 집고 다니라고...
최다 클릭상: 수상자는 형주. 부상은 등산 스틱. 배낭에 보니 등산스틱이 하나밖에 없어 어서 짝을 하나 찾으라고...
史官상: 수상자는 병국이. 늘 산행후기로 우리 모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글쓰는 손을 따뜻하게 하라고 등산용 장갑을 시상.
학오름대상: 수상자는 철모. 늘 동기들을 위해 사진촬영과 사진 강의 등으로 우리 모임의 질적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므로
참가상: 상품은 등산용 스카프와 양말 등 나머지 친구들이 다 한아름씩 받았다.
회사 워크샵 갔다가 등산은 참가하지 못하고 뒤풀이에 기꺼이 달려온 철모의 어록도 있다
철모ㅡ" 요즘엔 산에 안가고 집에만 있으면 몸이 근질거릴 정도로 산에 차츰 재미가 붙었다."
오후 2시 반쯤에 자리를 파하고 종경이, 철모 차 두 대와 택시 한 대로 이동하여 선약이 있는 철모, 종경이, 성동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강남고속버스터미날 지하상가에 있는 "서울촌 뚝배기" 집에서 헤어지기 아쉬워 2차로 酒談을 나누었다.
형주 대전 배웅할때 매일 찾아오는 집이라 젊은 총각 종업원이 익히 우리를 알아보고 자리를 착착 준비해 준다.
우리 친구들과 식당 젊은친구와 예쁜 종업원 아줌마들까지 사진 한 장 찍느라 왁자지껄했다.
시간은 이야기하다보면 금방 어느새 잘도 흐른다.
조금 있으려니 주말에 마산에서 집에 올라온 박정원 상무와 동기회 김종순 총무가 달려왔다.
참 반가운 얼굴이다 .소주 한잔에 그 동안 안부를 묻고 자기 관리 잘 하는 박상무를 격려했다.
밤 7시 티켓을 사놓은 형주에게 맞추어 소주 몇 병이 불고기 두 판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오후 6시쯤 자리를 정리했는데 경식이가 금방 계산을 해버렸다.
경식아 잘 먹었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분당팀들은 집으로 향하고 또 나를 포함해서 형주와 석이와 재붕이와 창환이가 아쉬움을 달래지 못해 나왔던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7시까지 시간이 딱 한시간 정도 남았다.
그 다음은 언급 절대 불가.
史之闕文이라 ! 정확하지 않은것은 기록하지 않고 빼놓는다는 말씀.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신다.
학오름 친구들아!
올 한 해 마무리 잘하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게 만나자.
복 많이 받아라. 학오름 만세! 친구만세!
첫댓글 참 대단하다. 저 놀라운 기억력 화려한 필체 사관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다. 올 한 해 수고 많이 하였고 늘 건강하여라... 그리고 한 턱 쏜 경식아 고맙데이..
그래 잘 쓴다. 달리 수식어가 필요없네. 경식아 턱 쏴서 고맙다. 아들넘 수시 되었으면 내가 쏠려고 했건만, 수시낙방 그 넘도 충격에 빠져 연이틀 게임에서 손 놓고 있다. 정시에는 붙어야 할낀데 그쟈~
뻐꾸기 기억력 참으로 초롱초롱하구먼....얘들 대학 입시땜에 신경쓰는 친구들한떼 막걸리 한사발 산거갖고 에이......다음에 우리 아들 대학갈 때 한탁배기 얻어무몬 되지....참고로 우리아이 초등4학년 ㅎㅎㅎ................... 경식
오늘 드디어 말레이곰이 잡혔다니 뻐꾸기가 우려했던 그 웅담은 기우였다. 우리의 시민의식 만쉐이! ㅋㅋ
사관님께서 언급불가하면 안되지요...사실 있는대로 이실직고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