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성민의 요람
 
 
 
카페 게시글
역사자료 스크랩 일본교회의 참회고백자들의 한국방문
sarmy 추천 0 조회 17 08.09.01 16: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최덕성 교수

 

크리스천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강원룡 목사는 군사정권, 문민정부, 국민정부를 거치면서 긴 정치 생명을 유지해 온 자이다. 그는 오래 전에 “이미 없어진 신사참배문제나 국기경례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여 제 1계명에 결부시켜 왔다는 사실은 형식적인 도그마주의에 도취된 교회의 슬픈 운명”이라고 대갈한 바 있다.

김재준 교수는 펄럭이는 일장기 아래에서 “충량 유위한 황국의 교역자 양성”을 목적으로 조선신학교를 세웠다. 줄곧 이 학교에 동력을 제공했다. 후배 정하은 교수와 더불어 신사참배 희생을 정통신학, 근본주의, 계율주의 희생, 피안의 신앙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난으로 보았다. “8.15 광복은 우리 민족에 베풀어진 하나님의 사죄요 은총이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8.15 광복은 평범한 사건일 수가 없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과 우리의 해방을 견주면서 해방을 사죄의 선포로 간주했다.

 

역사의 사건들이 아무리 냉엄한 사실성이라 할지라도 그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한 인간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용서가 그것이다. 이스라엘의 해방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베푼 사죄의 표징이었다. 하나님은 이제 “내 백성을 위로하라, 그들의 죄가 사하여졌다”고 말씀하신다. 심판과 징벌의 때가 끝나고 사죄와 위로의 때가 선포된 것이었다.

 

김재준이 광복을 하나님의 용서와 해방의 선포로 보는 것은 독단이다. 성경적, 신학적인 근거를 가진 판단이 아니며, 개혁주의 전통에 부합하는 발상도 아니다. 장로교회는 공적 참회권징을 교회의 3대 표지 중의 하나로 간주하고 엄격히 시행해 왔다. 신사참배 사건 이전에는 권징이 엄격하게 시행되었다. 권징이 시행되고 교회가 순결성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사회를 향한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권징은 교회의 순결성을 보존하고 말씀과 성례를 순결하게 지키는 수단이다. 장로교 신학의 대부 칼빈은 권징을 교회의 표지로 간주하지는 않았으나, 필요 불가결한 수단으로 보았다. 권징이 무너지면 교회 그 자체가 무너질 것으로 보았다.

 

공적 참회고백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현재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갖가지 질병의 근원이다. 친일파 시각을 가진 한국교회는 성경원리에 따르자고 하면 “독선”이라고 말하고, 교회의 정한 규정이나 헌법에 따르자고 하면 “율법주의”라고 비난하고, 신행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바리새주의”라고 욕한다. 친일파 전통은 한국교회가 한국교회 선지자들, 출옥성도들을 독선주의자, 자칭 의인, 율법주의자, 형제를 정죄하는 자라고 비난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수진수난 성도들을 향하여 우물에 독 뿌리기식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친일파 인사들이 일제 치하에서 배운 생존의 지혜는 광복을 되찾은 교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슬기로 바뀌었다. 성경의 가ㅡ침, 신학적 근거, 개혁주의 전통, 교회의 치리회의 질서는 안중에 없었고, 교회의 신앙고백적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했던 출옥성도들을 폄하하는 일에 열심을 냈다.

 

광복에서 지금까지 과거사 청산, 역사바로세우기, 양심회복 같은 것은 한국교회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조직 기구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던 친일파 인사들은 “하나님의 은총의 신비”와 민족 해방을 면죄부로 삼아 스스로를 용서했다. 나라의 광복을 배교, 우상숭배, 비인도적 처사 등, 각종 행악에 대한 면죄부로 삼았다. 참회를 해야 할 자들이 “과거를 잊자”고 했고, 용서를 구해야 할 자들이 스스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위대성을 빌미로 자기를 용서해 버렸다.

 

장로교의 경우, 친일파 인사들이 주도하던 총회가 경남의 친일파 인사들을 손들어 주면서 출옥성도들을 불법적으로 교단 밖으로 몰아냈다. 초록이 동색이었던 것이다. 교회사가들조차도 친일파 인사들의 주장을 격찬하고 그들의 처지를 옹호했다. 교회의 영적 권위, 치리회의 질서, 교회의 본질, 신앙 정시, 한국교회의 왜색적 체질의 개선, 양심의 교사다운 권위 회복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 같은 상태로 거의 반세기를 지내오고 있을 때,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한국교회를 방문했다. 의인 열 명이 없어서 하나님의 불심판을 받아야 했던 소돔성을 방문한 객과 같이 찾아왔다. 1991년 가을이었다. 일본그리스도교회 의장 다까이 다까오 목사와 대표자들은 신사참배의 죄를 참회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소속교파의 사죄문을 들고 한국교회의 주요 교단들을 찾았다. “한국조선의 기독교에 행한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죄의 고백과 사죄”라는 제목의 참회고백문을 들고 왔다. 한국장로교 각교단 총회가 열리고 있을 때였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조재국 목사가 통역자로 대동했다.

 

이 사죄문은 재일대한기독교회와 선교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의 장로교 통합, 합동, 대신, 기장 각 총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전달됐다. 방문을 받은 교단들은 일본교회가 용서를 빌어온 일을 “저들의 머리 숙임이요,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앞에서 한 형제임을 느끼게 해 주는 손 내밈”이라고 보았다. 일본교회의 사죄 청원을 넙죽 받아들였고, 그것을 받아들이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교회의 배도와 백귀난행 그리고 솔선수범은 일제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였으면서도 자신을 항상 전쟁 피해자로만 여겨 왔다.

 

다까이 일행은 9월 17일에 서울 소망교회에서 열린 장로교 통합측 장로교단 총회를 방문하여, 총회원 1,498명 앞에서 사죄문을 낭독했다. 총회는 박수로 사죄문을 받아들였다. 다까이가 그 자리에서 총회장 김윤식 목사에게 손수 전달했다. 이튿날 다까이 일행은 이리제일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기독교장로회 총회를 방문했다. 총회 석상에 다까이는 사죄문을 낭독했다. 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사죄의 표명을 엄숙하게 감사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총회장 김수배 목사가 일본교회가 “한국민족과 교회의 고난을 위해 더불어 싸울 것을 밝힐 수 있는가”하고 질의하자, 다까이는 “우리의 교회는 작지만 손을 맞잡고 더불어 싸울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사죄문은 총회장에게 전달됐다.

 

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신사참배에 관련된 사죄문을 “엄숙하게 감사의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김재준과 정하은 교수 그리고 관련자들이 그 동안 주기철을 포함한 신사참배거부운동 항쟁자들의 희생을 정통주의 신학 사상과 피안적 신앙에 의한 불필요한 희생이라고 단정해 오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과거사 청산, 참회를 주장한 고려신학파 인사들을 독선준의, 분리주의로 간주하고, 우물에 독 뿌리기식 독설과 폄하를 일삼았던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극히 모순된다.

다까이 일행은 9월 19일에는 합동측 장로교와 기독교대한감리회, 그리고 대신측 장로교 초회를 방문하고 각각 사죄서를 전달했다. 모두 호의적으로 받아주었다. 감리교 신학자 박봉배 교수와 윤성범 교수는 신사참배항거로 인해 희생한 사람들을 신앙이 연약한 자로, 우상숭배에 참여한 자들을 신앙이 강한 자로 평가했다. 주기철과 수진수난 신앙인들을 피안적 신앙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일본교회의 사죄문을 덜렁 받아들인 한국감리교회는 일제 말기에 한국장로교회 못지않게 배교와 친일 행각에 광분했다. 중요한 것은 이 교단이 광복 후 지금까지도 과거사 청산이나 양심고백을 한 바 없다는 사실이다.

 

다까이 일행은 9월 20일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를 방문했다. 의장 김성활(구세군대한본영 중령), 부의장 김성수(성공회 신부), 전 의장 김윤식(장로교 통합 총회장), 그리고 총무 권호경 등이 회합한 자리에서 사죄의 뜻을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신도군국주의에 의한 한국교회의 관제통합으로 이루어진 일본기독교조선교단과 그 기구의 연장이며 광복 직후에 조직된 조선기독교회의 후신이다. “‘하나의 교회’의 대명사인 ‘조선기독교회’가 해산되고, 그 대신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조선기독교연합공의회’를 재건하는 형식으로 1946년 9월 3일에 ‘조선기독교연합회’”로 재조직된 기구이다.

 

한국교회협의회는 친일적 기구의 후신일 뿐만 아니라 광복 이후에조차 그 구성 멤버 교회들은 친일파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우상숭배를 솔선려행한 것과 천인공로할 여러 가지 죄악에 대해 참회고백문 하나 발표한 적이 없다. 장로교 멤버는 신사참배가 죄라는 것을 인정할 것과 공적인 참회고백(자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출옥성도들을 독선주의, 신성파, 분리주의라고 몰아붙이고 축출하던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교단들이다.

 

1994년 초여름, 화란 암스테르담 부근에서 열린 국제신학자대회(International Theological Congress)는 헝가리, 남아공화국, 한국교회의 과거사 청산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이 학술대회에서 어느 화란계 캐나다 신학자는 한국교회가 자신은 신사참배를 비롯한 역사적 범죄는 참회하지 않으면서 일본교회의 사죄문은 넙죽 받아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의 교회가 다까이 일행의 한국교회 방문과 과거사 청산문제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위 교단들과 한국교회협의회가 일본교회의 사죄문을 넙죽 받아들인 것은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 것이다. 세계의 교회는 한국교회가 전쟁 중에 범한 끔찍한 죄악을 지금까지 참회한 바 없고, 공적으로 참회할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해 온 것을 알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서양계 교회들은 교회의 과거사 청산과 양심선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피압박 민족, 박해받는 교회가 불가피하게, 한계상황에서, 삼엄한 공기 때문에 저지른 것이라고 하여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독교는 죄 용서와 은총의 복음을 핵심으로 하는 신앙공동체이다. 십자가는 용서, 사랑, 관용의 상징이다. 그렇다. 해방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이며, 하나님의 은총의 신비는 너무도 위대하나. 그러나 그것은 공적으로 참회해야 할 의무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독일교회, 불란서교회, 일본교회는 하나님의 은총이 공적 참회나 과거사 청산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도록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나님의 은총이 범죄한 교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일제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솔선수범 배교, 백귀난행을 저지르던 교회와 범죄자가 “해방”과 하나님의 은총의 신비를 빌미로 자신의 과거사를 스스로 용서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한국교회참회록

일본기독교계에 양심선언 붐이 일어난 지 두어 해 후, 불란서 가톨릭교회가 참회선언문을 발표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때에, 한국에서 “종교개혁 제480주년기념 한국교회참회록”(1977, 이하 한국교회참회록)이 발표되었다. 장로교 합동측 교단의 기관지 [기독신보]가 주관하여 교계의 일부 인사들의 이름을 곁들여 발표한 것이다.

 

이 참회문은 신사참배 사건을 포함하여 아래의 잘못에 대해 참회한다고 고백한다.

(1) 독재정권을 위한 삼선개헌 지지운동과 유신헌법 지지성명을 팔표한 일,
(2) 광주시민의 피를 딛고 정권을 장악한 세력을 위해 조찬기도회를 열고 협력자 역할을 맡은 일,

(3) 교권주의와 지역주의에 이끌려 교회를 분열시킨 혐의를 벗을 수 없는 일,

(4) 잘못된 기복신앙의 늪에 빠진 일,

(5) 외롭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지 않고 세상의 영광에 매혹당한 일

등이다.

 

이 참회문은 한국교회가 일제 말기에 저지른 끔찍한 여러 가지 범죄, 행악, 배교에 대해서는 단지 한두 문장으로 스쳐지나갔다. 어쨌든 이것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일제 말기에 저지른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청산된 일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동시에, 양심적이며 진실한 참회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

 

이 참회록은 교회에 의해 성명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참회록”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개 신문사가 작성 하고 교계의 일부 인사들의 이름을 곁들인 것에 거창하게도 “한국교회참회록”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한국교회에 속한 일부 유명 인사들의 참회록”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기도 아닌데, 한국의 각 교파, 교단을 대표하는 조직 기구들이 엄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인사들의 이름만을 곁들여 발표한 것을 한국교회 전체의 참회고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명자”로 올려져 있는 사람들도 정말로 직접 서명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하여간 “한국교회참회록”이라는 명칭에서도 교회론적 성찰이 결핍한 한국교회의 현실과 만사를 두루뭉실하게 얼버무리고 넘기려는 한국기독교인들의 태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참회록은 한국교회의 과거사 청산, 양심선언, 참회고백 그리고 역사바로잡기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신사참배의 죄를 참회한다고 고백한 것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과거사 문제가 아직까지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을 뿐만이 아니라, 일제 치하의 한국교회의 범죄와 행악은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않았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1. 한국교회참회록

“한국교회참회록”이 발표된 시기는 장로교 통합측 총회가 주기철 목사복권을 결정하여 그 선포식을 가지고, 장신대학이 주기철의 이름을 평양신학교 졸업생 대장에 재등재하기로 결정하고 복적을 선언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이다.

 

한국교회참회록은 “신사참배를 종교가 아니라 국가 의식이라고 변호하며 동참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러나 우상숭배와 일제식민지배에 굴종했다는 것 외에 일제 말기에 한국교회가 범한 여러 가지 사악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교회훼파, 배도, 백귀난행, 민족배신,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광복 이후에 지금까지 과거사 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저지른 행악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공적인 참회 없이 지금까지 지내온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이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축복해 주신 주님께 한국교회는 영광을 돌리고 진정한 감사를 드립니다. 기독교가 한말 변혁기 에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게 해 주신 것도, 일제 강탈기에 신앙을 지키며 겨레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힘주신 것도, 한 세기 동안 교회가 급성장할 수 있게 기회 주신 것도, 모두 하나님의 권능이신 줄 믿으며 그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의 교회 역사는 과오와 타락으로 얼룩져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첫 계명을 범했습니다. 하나님의 권위를 내 세워야 할 때,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니라 국가 의식이라 변호하며 동참했고, 무고히 핍박받는 동족을 보살펴야 할 때, 일제 식민세력에 굴종했습니다. 독재 정권을 위해서는 삼선개헌 지지운동과 유신헌법 지지 성명을 발표했으며, 광주 시민의 피를 딛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불의한 세력의 편에 서서 우리는 조찬기도회를 열었고, 그들의 안녕을 구하며 협력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형제자매의 공동체로 함께 그리스도의 뜻을 세상 에 펼쳐나가야 할 때, 우리는 신학의 문제라는 명분을 걸고 교권주의자와 지역주의에 이끌려 하나님의 교회를 분열시킨 혐의를 벗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외롭고 가난한 이웃을 돕고 보살피며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어야 할 때,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다름없이 무절제하게 산 적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에 모든 것을 예속시켜야 할 때, 교직자와 평신도는 자기중심적으로 하나님을 끌어들이고 잘못된 기복신앙의 늪에 빠져 개혁신앙의 본질을 왜곡시켰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기보다 세상의 영광에 혹했고,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기보다 세상의 흐름을 쫓았습니다. 한국교회가 극단적인 세속주의에 빠져있음을 인식하며 이제 주님 앞에 우리의 죄를 내어놓습니다. 가슴을 치며 통곡합니다. 마음을 찢으며 참회합니다. 지울 수 없는 오욕의 역사와 오늘의 우리 자화상으로 통회하며 하나님께 용서를 구합니다. 오늘 종교개혁 기념 주일을 맞아, 신앙의 지조를 지키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은 신앙의 선조들을 뒤따라 세상 권세와 물욕에서 자유함을 얻은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누리며 참 제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이 참회의 기도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새 하늘을 보며 하나님의 백성됨을 확인합니다. 하나님 앞에 올바르고 겨레의 모범이 되는 참다운 교회로서 교회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겨레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아픔에 동참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으로 제자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아 고뇌하는 목회자로 권위주의와 사치를 버리고 예수님을 섬기며 사랑과 겸허로 허리를 동이는 참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우리 모두 다짐합니다.

 

이 참회록에는 개신교 인사 217명의 이름이 서명자로 곁들어져 있다. 장로교단 증경 총회장들과 합동측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 그리고 총신대 이사장과 교수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기독신문] 이사장과 직원들, 한기총, 선명회, 대한성서공회, 출판사 대표를 비롯한 교계연합단체 관련자, 통합측 증경 총회장 임옥 목사를 비롯한 여러 명의 목사, 교단 총무, 대학교수, 변호사, 전국장로회 임원들의 이름이 실려 있다.

“한국교회 오욕의 역사일지”라는 간단한 역사 스케치도 곁들여져 있다. 광복 후 장로교가 신사참배에 순응했던 그룹과 거부, 순교, 투옥 등, 고난의 길을 걸었던 그룹이 분열되는 일을 겪었고, 굴종자들은 “교회를 지키지 않았느냐”는 논리로 해명과 회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한다. 기독교의 인민군 환영대회,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의 분열, 3선개헌 지지운동 유신헌법 지지성명,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도 언급하고 있다.

 

“한국교회참회록”은 현재의 한국교회에 가장 사악한 영향을 미쳤고 또 불행한 방향으로 체질변화를 가져오게 한 일제 말기 의 우상숭배와 전쟁협력 그리고 그것의 청산 문제에 초점을 둔 고백문은 아니다. 주로 한국교회가 군사독재 시절에 바른 말을 하지 않고 항거하지 않은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참회록은 복음주의권에 속하는 몇몇 교계 인사들이 1996년 1월 1일에 발표한 “성명서”와 일맥상통한다. 군사정부시절에 한 국교회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회개를 담은 이 성명서는 아래와 같다 .

 

최근 두 전직 대통령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가 드러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크게 놀라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개신교의 지도적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은 깊은 당혹감과 죄책감을 느끼며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물론여러 가지 형태로 주어진 핍박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그들이 불의와 불법에 항거한 교계 지도자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개신교의 지도자들은 그들에 대해서 선지자적인 사명을 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리어 묵시적으로 혹은 공개적으로 그들과 협조하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치문제에 대한 무관심, 정확한 정보의 부족, 판단의 잘못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들이 정의의 편에 서지 못했음을 시인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서명한 사람들은 이러한 잘못을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특히 우리들 가운데 몇몇 사람들이 5공 초기에 군부의 집권을 도운 결과를 가져오게 한 과오에 대해서 공동으로 책임을 느끼며 국민과 교인들 앞에 깊이 사죄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힘쓸 것이며 우리 자신들이 공의와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고, 정부와 교회의 관계를 바로 이해하여 국가 공권력 행사에 대하여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동시에 이번에 정부가 시작한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이 구태의연한 정략에 이용되어 또 다른 사회 혼란과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아울러 5 · 6공 때 범해진 과오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명되기를 바라며 그 후 국민적 합의에 따른 대화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1966.1.1.).

 

군사독재 시절에 대학 강단을 박탈당하고 수년 간 어려움을 겪던 기독교인 대학교수들은 복직 후에도 군사 독재 시절에 교회가 항거하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문제 삼아 왔다. 위 성명서와 참회록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후자도 역시 교회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일부 개인이 서명한 것이다.

 

2. 문제점

 

한국교회참회록은 몇 가지 기여와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 참회의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 교단, 교파가 발표한 것이 아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같은 교회연합기구가 발표한 것도 아니다. 합동측 교단의 기관지 『기독신보』가 주관하여 교계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곁들여 발표한 것이다. 과거사 청산과 참회고백의 주체는 신앙공동체인 “교회”여야 한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기가 아닌 상태에서 참회과제는 공동체를 대표하는 조직 기구가 가지고 있다. 개인 몇 사람이나 일개 신문사가 한국교회 전체를 대변하는 공적인 참회고백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개인이나 언론기관도 참회 고백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제 말기의 사건에 대한 과거사 청산과 참회의 의무는 근본적으로 신앙공동체인 한국교회 전체의 과제이다.

 

둘째, 교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한국교회참회록”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붙였다. 참회록에 이름이 열거된 교계 인사들은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지닌 자들이 아니다. 교회, 교단이 그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한 바도 없다. 교단 총회장을 역임했던 자들, 현직 신학교 교수, 교단 총무, 기독교 단체 회장, 교계 인사 등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교회 기구가 그들에게 그 참회록에 서명하도록 결정하여 위임한 것도 아니다. 일제 말기 우상숭배, 신사참배, 배도, 백귀난행은 신앙공동체를 대표하는 조직기구로서 교회가 공적으로 결의하여 수년간 시행했다. 기구적인 결정에 따라 공적으로 범죄한 공적인 절차를 밟아 참회해야 한다.

 

셋째, 참회고백 대상자가 단지 “하나님” 으로만 설정되어 있다. 참회 내용과 관련된 피해 당사자들, 그 유족들,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 성도들, 상처받은 민족에 대한 사죄의 요청이 없다. 한국교회참회록은 신사참배로 인한 수난자도, 그 유족들도, 독재정권, 군사정권 아래에서 부당하게 대우받은 자들도, 광주 시민도 그 참회의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불란서교회가 이웃 나라와 수난을 당한 형제자매를 그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참회고백의 대상은 삼위일체 하나님만이 아니다. 순교자와 출옥성도와 그 가족들이 모두 참회고백의 대상이다. 수진수난 성도들, 광주시민이며, 가난한 이웃이며, 불의한 권력 아래에서 박해 받은 동족이며, 교회가 양심의 교사다운 기능을 다하지 못한 까닭으로 인하여 어둠 속에 살게 된 우리의 동족이다. 동역자와 그 유족과 한국교회 전체와 민족에게도 범죄했다.

 

넷째, 여러 가지 참회고백 사항들을 신사참배 문제와 함께 묶어 놓음으로써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본질을 약화시켰다. 한국교회가 범한 여러 가지 죄를 주마간산 식으로 언급하고, 여러 가지 주제들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어서 실제로는 한 가지도 제대로 참회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교회분열, 무절제, 기복신앙, 개혁 신앙의 왜곡, 세속성 등의 주제들은 지상의 교회들이 끊임없이 저지르는 것들이다. 끊임없이 회개하고 개혁해야 할 요소들이다.

 

기복신앙이 참회의대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한국교회만이 가진 과제는 아니다. 삼선 개헌이나 유신 정권에 대한 것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감당하지 못한 것에 속한다. 교회가 나라의 잘못된 처사들에 대해 선지자적인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이해타산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마땅히 참회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군사 통치와 우매정치 체제하에서 교회가 행동하지 않은 것은 교회가 정치와 사회의 변화에 무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정치와 현실에 대한 기독교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정치에 대한 신자나 교회의 자유로운 선택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몰랐기 때문에 항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참회고백의 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서도 항거하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교회가 사회의 불의와 정치 폭력에 침묵하고, 그것을 방조, 협조한 것은 잘못이다. 마땅히 참회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상숭배의 죄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제 말기 한국교회의 배도와 우상숭배 사건은 이 참회록에 열거된 여러 가지 다른 사건들과 차원이 다르다.

 

신사참배 문제는 또 광복 후의 한국교회가 저지른 여러 가지 범죄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두 마디의 입술에 발린 말로 넘겨버릴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비진리와 불의에 타협하고, 불의한 권력에 순응하고,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며, 권력과 야합한 것은, 일면 신사참배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화 문제, 인권문제, 사회정의 실현 문제, 통일 문제, 교회갱신 문제, 치리회적 질서 문제 등, 한국교회가 세속 권력의 관계 속에서 당면하고 있는 유사한 문제의 대응 방향은 모두 과거사와 직결되어 있다. 권징의 부재, 윤리의식의 부재, 기독교인의 삶의 정체성의 문제 등도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다섯째, 신사참배 문제 외의 일체 치하의 한국교회의 배교, 백귀난행, 민족배신, 비인도적 처사 등, 신인공노할 행학들과 또 그 범죄에 대한 부조리한 사후 처리와 그것으로 인한 교회 분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무고히 핍박받는 동족을 보살펴야 할 때 일제 식민 세력에 굴종했습니다”는 말로 끝낸다. 한계 상황론, 불가피론, 삼엄한 공기론 등을 내세워 한국교회의 책임을 회피해 온 기존의 친일파 시각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과거사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없다. 또 우상숭배를 거부하는 목회자들과 충성스런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한 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하나님과 민족에 대한 범죄 그리고 비인도적 행악과 양심의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다. 단지 신사참배 문제만을 언급하고 넘어간다.

 

여섯째, 급조된 참회문이라는 인상을 준다. 불란서교회의 참회선언이 있은 지 1개월 후에 발표되었다. 성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인지 참회하는 내용에 대한 공동체적인 인식 없이 작성, 발표되었다. 참회공개문은 무엇을 왜 참회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확실할 때 가치를 가진다. 참회고백은 한 신앙공동체의 자각을 공적으로 표명하는 일이다. 하나의 참회고백문은 상당 기간 그 문제에 대한 신학적, 역사적 검토가 이루어진 후에 발표된다. 이 점에서 한국교회참회록은, 불란서교회와 일본 각 교파의 참회고백문과는 대조적이다. 남이 하니까 따라 하고,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하니까 서둘러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 세계척인 추이가 그러하니 한번 해 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만들어진 요식적인 참회고백문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 도움이 안된다.

 

일곱째, “일제 강탈기에 한국교회가 신앙을 지키며 겨레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힘주신 것을 감사한다”는 진술은 무슨 뜻인지 그 의미가 모호하다. 기독교인들이 민족 독립운동에 가담하던 일제 초기에도 민족을 배신한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았고, 김장호 목사와 같은 진보주의 태도를 가진 자들은 일찌감치 반민족적 발언과 친일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교회는 7-8년 간 민족을 배신했다. 겨레의 아픔을 함께 나눈 것이 아니라 그 겨레를 등지고 일제의 주구 노릇을 했고, 신도주의와 침략전쟁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했다. 겨레의 기독교인들이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일제를 거부하자 그들을 박해했고, 목사직을 박탈했다. 강단에서 몰아내고, 일경에게 고발하고, 악의 승리를 위해 기도하고, 병기와 전투기 구입을 위해 헌금을 바치는 등, 백귀난행을 저질렀다.

 

그 무렵 겨레의 아픔에 동참한 자들은 옥중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거나 한촌 사랑방과 산중 암혈, 토굴에 숨어살던 수진수난 성도들이다. 진정 겨레의 아픔을 함께 나눈 교회는 지하교회, 곧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였다. 기존의 이른바 “한국교회”는 겨레에게 아픔을 준 집단이며, 일면 가해자였다. 이 친일교회는 광복 후에도 신사참배운동교회를 계승하는 출옥성도들과 고려신학교계 신자들의 참회운동, 진리운동, 교회재건운동을 향하여 여러 가지 독설을 퍼붓고 불법으로 그들을 괴롭혔다.

여덟째, 참회록은 전 교회적인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입술에 발린 말이라는 인상을 준다. 과거사 청산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참회록이 아니라 교회가 진정으로 참회를 실행하는 일이다. 교회의 참회와 참여가 수반되지 않은 참회문 발표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참회는 재위에 앉아서 가슴을 치며 자신과 공동체의 과거에 대해 대오하는 모습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참회해야 하는가에 대한 역사적, 신학적, 치리회 검토가 선결되어야 한다. 참회의 내용에 대한 전 교회적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참회록에 이름이 실린 이사들이 과거사의 문제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검토했다고 하는 소식이 전해진 바 없다.

 

3. 의의

 

한국교회참회록은 대략 5가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첫째, 교회는 무치의 공동체가 아니라 참회고백 공동체라는 것을 인식시킨다. 참회고백을 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양심적으로 참회하는 것이 신앙공동체의 당연한 과제라는 것을 알게 한다.

 

둘째, 한국교회가 교회설립, 영혼구원이라는 강령 아래 이웃사랑에 대한 문제를 소홀히 해 온 것을 참회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다. 교회가 처해 있는 사회, 민족, 국가, 문화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도 참회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알게 한다.

 

셋째, 일제 말기에 한국교회가 저지른 죄악에 대한 양심선언 과제를 일깨운다. 역사바로잡기의 필요성을 촉구한다.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니라 단지 국가의식이라고 변명하던 지금까지의 궤변에 쐐기를 박는다. 각 교파, 교단이 진지하게 무엇을, 왜 잘못했는가에 대한 광범위한 역사적, 신학적 논의를 촉구한다.

 

넷째, 신사참배로 인한 수난을 피안적 신앙의 결과로, “신앙이 약한 탓으로,” “정통주의 신학의 희생”으로 규정한 진보주의 신학자들의 주장이 신학적인 궤변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수난자들과 순교자들을 향하여 비아냥거리던 신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또 “우리는 교회를 지켰노라”고 했던 친일파 인사들의 주장과 친일파 시각으로 기술된 한국교회사 기술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다.

 

다섯째, 이웃 사랑과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일과 인류의 아픔에 동참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교회의 관심이 영혼 구원이나 교회 설립 그리고 내세 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문제에 대해 선지자적인 메시지를 외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정의, 빈곤, 구조악, 주택, 정치, 핵, 윤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을 시사한다.

 

한국교회참회록이 발표된 1년 후에 한국원로목사, 장로회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역사를 참회하자는 참회 구국기도회를 가졌다. 1998년 9월 9일에,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린 이 기도회는 한국교회가 신앙의 정절을 지키지 못했던 과거ㅡ를 하나님 앞에서 회개했다. 공동의장 이영찬 목사가 낭독한 신사참배 죄 회개를 위한 선언문은 한국교회가 과거에 계명을 범했으며, 참회로써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신사참배, 회개선언문은 한국교회가 성장제일주의와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고 이기주의를 버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며, 진정한 회개만이 참 모습을 회복하는 길임을 선언한다.

이 기도회와 한국교회참회록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러나 모두 신사참배 사건, 일제 말기 한국교회의 범죄에 대한 참회고백이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반세기가 넘도록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상숭배와 백귀난행의 죄를 참회하지 않은 채, 양심이 억눌린 상태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며, 교회가 양심의 교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기철증후군과 함께 교회의 과거사 청산, 역사바로세우기, 양심회복 그리고 신앙적 정체성 회복을 갈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교회의 범죄에는 참회고백 시효가 없다. 한국교회의 참회 과제는 소수 개인 혹은 은퇴한 목사, 장로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교파별로, 교단별로 철저히 시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신학적, 양심적 검토와 더불어 공적 결의를 통해 청산해야 할 과제이다. 일본기독교의 양심선언과 더불어 한국교회 참회록은 한국교회의 진정한 참회, 전 교회적인 참회와 양심선언을 촉구한다.

 

참회고백, 양심선언, 역사바로세우기 과제는 낡은 일이 아니라, 교회가 민족과 사회를 위한 양심의 교사의 자격을 되찾는 신선한 일이다. 한국교회의 상층부를 틀어쥐고 주도해 오던 친일파 인사들도 거의 사라졌고, 광복 반세기를 넘기는 동안 교회의 의식도 많이 변했다. 제 3천년기에 접어들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과거를 돌아보고 앞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한국교회는 과거사를 냉철한 신앙의 눈으로,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 : 최덕성,「일본 기독교의 양심선언」, 본문과 현장 사이, 2000, pp. 202-232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