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5일 토요일 오전 10시39분.
아침 7시 대전을 떠나 3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두문동재.
금대봉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까지 이어질
오늘 산행의 시발점이다.
도심의 가을은 이제 첫 걸음을 내 딛는 중이지만
백두대간의 중심부 중 하나인 해발 1,268m의 두문동재는
이미 가을이 깊어 간다.
산행 초입에 처음으로 내 눈길을 끄는 이 꽃은 벌개미취이다.
우리나라 특산으로 과거에는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지에
주로 분포하던 이 국화과의 다년생 야생화가
이곳 강원도 고산지대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로 접어든다는 얘기가 실감이 간다.
철 지난 동자꽃이 강렬한 원색을 띄며 눈길을 끈다.
주로 6~7월에 피는 이 꽃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반갑다.
2주전 함백산 산행에서 많이 만난 동자꽃 .
아마 금년에 보는 마지막 동자꽃이리라.
마치 로마 병정들의 투구를 닮은듯한 투구꽃이 이제 제철을 만났다.
통상 9월에 만개하는 이 꽃은 금대봉 정상에 이르는
40여분간의 산행 중 시야를 벗어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뿌리에 함유된 독성이 야생화 중 가장 강력하다는 이 꽃은
옛날 사약을 만들 때 원료로 사용된 일도 있다 한다.
흔히들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꽃이라는
각시취에는 자세히 보면 벌 외에도 여러 곤충들이 꿈틀거린다.
취라는 이름이 붙은 취나물류 답게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 종류이다.
앞에 각시라는 이름이 붙은걸로 봐서는 원래 키가 작은 종류였을듯한데
요즘 눈에 띄는 각시취는 세태를 반영했음인지 키도 많이 커진듯하다.
오전 11시1분.
온갖 종류의 야생화에 심취해 여유로운 산행을 이어가다보니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사이에 여러 곳 있는
헬기장 중 한 곳이다. 해발 고도 1,300m를 넘은 고산지대에서
바라 보는 하늘과 구름의 색깔이 너무 선명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2주 전 함백산에서는 보지 못한 잔대가 눈에 띈다.
연한 부분과 뿌리를 식용하는 초롱꽃과인 이 야생화는
한방에서는 뿌리를 사삼이라고 하며 진해·거담·해열·강장·배농제로 사용한다.
금대봉으로 오르는 완만한 경사의 이 숲길은
그야말로 야생화의 터널이다.
이곳은 생태경관 보전지역인고로 이처럼 울타리를 만들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오전 11시 18분.
오늘 산행 중 최고점인 금대봉에 도착했다.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정상부에는 수많은 작은 곤충들이 날아 다닌다.
작은 공충들을 피하며 찍은 사진인데도
파란 하늘에 작은 검은 점들이 무수히 나타난다.
북서쪽으로는 하이원 스키장 슬로프가 흉측한 모습으로 보인다.
인간들의 취미를 위해 저 아름다운 산을 저토록 처참한 몰꼴로 만든게
과연 잘한 짓일까?
금대봉을 떠나 검룡소로 향하는 갈림길인 분주령으로 가는 길목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둥근이질풀을 만난다.
6~7월경 피는 꽃이기에 철 지난 꽃이라 할 수도 있을듯하다.
이질풀 종류 중에서는 가장 잘 생긴 꽃이 둥근이질풀인 것 같다..
이질풀은 이질이나 설사병에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둥근이질풀의 추출물이 항암, 항염증 효능을 가지고 있어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오전 11시 37분.
금대봉을 지나 약 20여분간은 이와 같은 환상적인 야생화 군락지를 지나게된다.
관광안내도에도 이 부근을 “들꽃숲길”이라는 명칭으로 표기할 정도이다.
오전 11시50분.
지도상에 고목나무샘이라 표기된 곳에 도착했다.
바위 틈으로 맑은 물이 조금씩 흘러 나온다.
옆에 나무로 세워 놓은 “한강발원지”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우리가 흔히들 얘기하는 한강발원지인 ‘검룡소’의 물의
원천 중 하나가 이곳 고목나무샘이다.
금대봉을 지나면서부터 이와 같은 산죽군락이 자주 눈에 띈다.
바람과 함께 하며 가볍게 하늘거리는 모습과
옷깃을 스치며 사스락 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편백나무,삼나무,잣나무 등 보다는 적게 나오지만
비교적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내뿜는 전나무 슾길도 지난다.
전나무 숲길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오대산 월정사나
부안 내소사에서 느꼈던 나무 내음보다 이곳이 더 신선한 것도 같다.
제철을 맞은 우리나라 특산인 금강초롱꽃도 이제 봉오리를 맺고
아름다운 모습의 꽃망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오이풀도 눈에 띈다.
한국·중국·동부 시베리아·일본 및 캄차카등에 분포하는 장미과의 이 풀은
한방에서 뿌리를 지유(地楡)라고 하며 수렴·해열·설사·이질·지혈·월경과다·
객혈·피부병·상처 및 화상과 열상 등에 사용하는데,
17%의 타닌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
낮 12시49분.
대덕산과 검룡소의 갈림길인 해발 1080m의 분주령에서
맞은 하늘도 드높고 푸르다.
가을 햇살에 노란 빛이 더욱 강렬하게 비치는 마타리와
흰 구름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녹두루미라고도 하는 갈퀴나물도 만난다.
어린 순은 4월경에 채취해 나물로 만들어 먹고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한방에서 류머티즘 동통·관절통·근육마비·
종기의 독기·음낭습진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분주령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그 틈에서 고추잠자리도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잠자리는 늦여름이 되면서 수컷은 붉은색이 진해지며
수컷의 성징을 갖추면서 암컷과의 교미를 준비하게 된다.
초여름에 고추잠자리를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주령을 떠나 검룡소로 향하는 길 그늘진 계곡가에서
거북꼬리를 만난다. 오늘 산행 중 처음 만난 거북꼬리이다.
잎의 끝 부분이 크게 세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거북 꼬리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라는데…꼬리줄기는 섬유용으로, 어린 잎은 식용으로 한다.
7~8월 여름에 주로 볼 수 있는 달맞이꽃도 만난다.
한방에서 뿌리를 월견초(月見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감기로 열이 높고 인후염이 있을 때 물에 넣고 달여서 복용하고,
종자를 월견자(月見子)라고 하여 고지혈증에 사용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연
흔히 보는 이 꽃의 원산지는 특이하게도 남미 칠레이다.
계곡 옆을 지나면서는 봉선화과인 물봉선도 간간히 눈에 띈다.
한국, 일본 등지의 산골짜기나 물가의 습지에서 흔히 자라는 이 꽃은
타박상 등에 약으로 쓰며 유독성, 염료식물이다.
오후 1시35분.
계곡을 따라 내려오던 길 옆에 개울을 가로지르는
목재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이제 세심교라고 이름 붙여진 이 다리를 건너 600m를 가면
지난 1987년 국립지리원에서 공식 인정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가 있다.
오후 1시 48분.
완만한 경사로를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검룡소에 당도했다.
큰 자연석으로 된 표지석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태백의 광명 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
주위가 녹색 이끼로 뒤덮인 둘레 20여 m의 작은 웅덩이
섭씨 9도의 맑은 물이 하루 3천톤씩 솟아 나와 흘러 내려
정선의 골지천,조양강,영월의 동강을 이루고
양수리를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은 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 내려간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용트림폭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오후 2시11분.
검룡소를 떠나 귀가를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또다시 전나무 숲길을 지난다.
해발 9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와 전나무 향이
3시간 동안 땀 흘리며 산행 한 온 몸의 피로를 가시게한다.
오후 2시24분.
검룡소 입구 표지석 앞에 섰다.
고산지대이어서인지 벌써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오후 3시2분.
주차장에서 더위를 식히며, 출출해진 뱃속을 간식으로 채운 후
귀가할 준비를 한다.
아직은 햇살이 뜨거운 시기이지만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은 무척 시원하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일찍 단풍이 드는 화살나무 잎이
이미 절반은 붉게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야생화와 함께 한 행복한 주말 하루를 마감한다.
첫댓글 올 봄에 다녀 온 곳인데 여전히 야생화 천국 이네요 사진 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