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 칼데라 속의 작은 평아, 나리분지와 알봉분지

울릉근 북면 소재지인 천부리에서 몹시 비탈진 고래를 하나 넘어서면 나리분지에 당도하는데요.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인
나리분지는 특이하게도 칼데라(분화구) 속에 형성되어있답니다. 강력한 화산 폭발로 울릉도가 생겨날 당시 분화구 안에
화산재가 쌓임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나리 분지가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그 뒤에 다시 나리분지에서 화산이 폭발함으로써 알봉분지가
형성되었구요.
나리분지는 길이가 동서로 1.5km, 남북쪽으로 2km쯤 되고, 면적은 약 2백만 ㎡(60만 평)에 이른다. 육지의 평야지대에 비하면
그야말로 손바닥만 하지만, 울릉도에서는 이곳만큼 넓고 평평한 땅을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울릉도 개척시대부터 사람
들이 몰려들었고, 한때는 93가구 5백여 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합니다.이곳에 정착한 개척민들은 식량 사정이 아주 열악해서 어딜
가나 흔한 섬말나리의 부리르 캐먹으며 목숨을 연명했다고 합니다. '나리'라는 지명도 거기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현재 나리분지에는
50여 명의 주민들이 더덕, 삼나물, 고비 같은 산나물을 재배하고 민박집이나 음식점을 운영하여 생계를 꾸려가고 있답니다.

나리분지에는 울릉도의 전통가옥인 투막집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답니다. 그 중 2채는 억새로 지붕을 올린 초가이고, 나머지
1채는 송판을 잘라 지붕을 올린 너와집인데요. 귀틀집의 일종인 투막집은 울릉도 개척 당시부터 지어졌다고 합니다. 통나무를
귀가 어긋나도록 우물 정자 형태로 쌓고, 통나무 사이사이의 틈은 진흙으로 메워서 벽체를 만들었꾸요. 울릉도 투막집이 일반
적인 귀틀집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우데기'라는 구조물인데요. 우리데기는 처마 끝에서부터 땋에 닿는 부분까지의 집
둘레에 빙 두르는 것인데 눈과 비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우데기를 설치하면 눈이 많은 겨울철에도 집 안에서의
활동공간이 좀더 넓어지고, 여름철에는 그늘이 져서 집 안이 시원해진다는 장점이 있죠. 반면에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집
안이 늘 눅눅하고 어둑하다는 단점도 있답니다. 나리분지에서 너도밤나무와 곰솔(해송)이 뒤섞인 숲길을 20분쯤 걸어가면 알
봉분지에 들어선답니다. 알봉분지에 당도하기직전 오른쪽 길가에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천연기념물 제52호)이 있답니다.
족한 미륵산과 송곳산이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는 알봉분지에는 주인 잃은 투막집이 남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