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이 사자성어(74)>
74.괄목상대(刮目相對)
비빌 괄(刮), 눈 목(目), ‘괄목(刮目)’이라함은 ‘눈을 비빈다’ 라는 뜻이고, 서로 상(相), 대할 대(對), ‘상대(相對)’라함은 ‘서로 마주 대한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괄목상대(刮目相對)라함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방을 대한다”라는 뜻이다. 상대방이 깜짝 놀랄 정도의 학문이나 재주가 발전했을 때 쓰는 말이다.
괄목상대라는 말은 삼국지에 나온다.
위나라, 오나라, 촉나라 등 삼국이 정립하여 격렬한 대립을 하고 있던 무렵, 오나라에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어려서 매우 가난해서 제대로 먹거나 입지를 못했고, 형제가 없어 무척 외롭게 자랐다. 배우지 못한 탓에 무식했지만 무예을 익혀 큰 전공(戰功)을 쌓아 장군이 되었다.
어느날 오나라의 왕인 손권이 여몽에게 “그대는 장군의 지위에 올랐으니, 이제는 글을 많이 읽어 학문을 익히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
여몽은 ”제가 지금 군무(軍務)에 눈코 뜰새없이 바뻐서 글읽을 겨를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여몽의 말을 들은 후 손권은 고개를 저으면서 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내 뜻을 오해했나 보군, 내가 그대에게 경학박사가 되라는 것이 아니고,그저 옛날 사람들이 남긴 기록, 예컨대 경서(經書)같은 책을 많이 읽어두라는 말일세. 그대가 군무에 바쁘다고 하지만 어디 나만큼이나 바쁘겠나?”
그리고 손권응 덧붙여 말했다. 공자도 “가장 유익한 것은 독서”라고 했고, 한나라의 광무제도 책이 손에서 떠남이 없이 열심히 글을 읽었다. 조조도 스스로 책읽기에 좋아한다고 했으니 그대도 힘써야 할 것이오”
이리하여 여몽은 그날부터 마음과 힘을 돋구어 글을 읽었다. 그결과 책속에서 많은 지식을 얻었고,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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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손권의 부하 중 가장 학식이 뛰어난 노숙(魯肅)이 여몽을 찾아왔다. 여몽과는 오랜 친구 사이였던 노숙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여몽의 박식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언제 그렇게 공부했는가? 이제 학식이 대단하니 이미 오나라 시골구석에 있던 여몽이 아니로군” 옛날의 오나라 여몽이 아니라는 말을 한문으로 ‘비오하아몽(非吳下阿夢)’이라고 한다
그러자 여몽은 이렇게 대꾸했다.
“선비는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이라네.(士別三日 卽更刮目相對 ;사별삼일 즉갱괄목상대)”
학문이나 재주 또는 사업에 보잘 것 없던 사람이 훌륭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 이젠 옛날 그 사람이 아니야”라고 찬사를 보낸다. 이때 ‘오하아몽 (吳下阿蒙)이 아니군!“이라고 칭찬한다면 상당한 한문실력자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1960년대만 하더라도 국민소득 80달러의 세계최빈국(世界最貧國)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불과 50년만에 한강변의 기적을 이루어 이제는 국민소득 3만불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정말 세계가 깜작 놀라는 괄목상대할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다.
1990년대초, 필자가 미국유학시절에 TV가 필요해서 전자상가에 갔다. 금성TV나, 삼성TV는 진열대애 있지도 않고 가게 한구석에 놓여있는 싸구려 제품이었다. 일본의 소니, 도시바, 내쇼날등이 판치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블과 30년만에 삼성이 소니를 제치고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올라섰다. 또한 백악관에 놓인 TV가 LG 제품이라고 한다. 괄목상대할 기업성장이다.
괄목상대는 개인 간에서 많이 쓰여진다. 외국인을 만나면 피하던 녀석이 몇 년뒤 외국인과 자유자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깜작 놀랬다. 외국영화를 자막없이 감상하는 것을 보고 두 번 놀랬다. 녀석은 미국유학 가서 밤잠 설치며 피나게 노력했던 것이다. 바둑두는 사람은 항상 호적수가 있게 마련이다. 그 라이벌이 어느날 사라지더니 몇 달후에 나타났다. 바둑을 두어보니 이건 얘전의 스타일과는 포석단계에서부터 전혀 달랐다. 괼목상대할 정도로 기량이 늘었다. 알고보니 바둑책과 바둑판 싸들고, 절간에 들어가 몇 달 동안 바둑공부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괄목상대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괄목상관(刮目相觀)이나 괄목상간(刮目相看)도 괄목상대와.같은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