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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의 기호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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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의미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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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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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ific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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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o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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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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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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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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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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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는 기표(S)를 보고 그 기표에 상응하는 기의(s)를 연상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화 혹은 의미작용(signification)이라고 표현하지만, 퍼스의 기호학에서는 지시대상과 그 표상체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의식에 어떤 생각이나 개념이 드러나는 현상을 세미오시스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의미작용에 해당하는 것이 퍼스의 기호학에서는 세미오시스(semiosis)라고 할 수 있는데, 세미오시스는 기호작용에(sign-action)이라고 옮길 수도 있다. 오늘날 기호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의미작용과 세미오시스 및 기호작용이라는 용어가 마치 동의어처럼 사용되기도 하나, 소쉬르의 의미작용과 퍼스의 세미오시스 혹은 기호작용은 구별해야 한다. 그 이유는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을 전자는 배제하고 후자는 재현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소쉬르의 의미작용이 이원체계인 데 비하여, 퍼스의 세미오시스는 삼원체계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자가 이원체계, 후자는 삼원체계라는 단순한 차이점뿐만 아니라, 소쉬르의 기호학과 퍼스의 기호학 사이에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보다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소쉬르의 기호학과 대조적으로 퍼스의 기호작용은 끊임없는 기호작용(endless semiosis)을 강조하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소쉬르의 기호이론은 언어체계 안에서 소리가 그 개념을, 기표가 그 기의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해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퍼스의 기호학은 탐구의 대상(object)을 표상하는 기호를 통해 우리의 의식에 드러나는 생각이나 개념을 뜻하는 해석체(interpretant)가 대상을 여실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특정 측면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새로운 기반(ground) 혹은 새로운 기호로 해서, 대상의 궁극적 실재에 대한 보다 진리로운 인식을 향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독특한 퍼스의 관점을 그의 『논문집』/FONT>Collected Papers)에 나타난 아래의 언급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호는... 우리에게 어떤 대상의 특정 측면을 대신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기호는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우리의 의식에 저 기호에 상응하는 기호, 말하자면, 한 단계 발전된 새로운 기호를 드러내 준다. 첫 번째 기호를 통해 우리의 의식에 드러난 것을 첫 번째 기호의 해석체라고 부른다. 기호는 어떤 대상을 대신하여 나타내지만, 대상을 여실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특정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Silverman, 14쪽에서 재인용)
이와 같이 부단한 재해석과 끊임없는 기호작용을 강조하는 퍼스의 기호학적 관점은 기표의 끝없는 연쇄가 있을 뿐 최종적 기의를 확정할 수 없다고 보는 데리다나 라깡 같은 포스트구조주의적 관점과 유사하다. 그러나 데리다나 라깡이 언어체계 밖이든 언어체계 안에서든 완벽한 재현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퍼스는 부단한 기호작용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이상적 공동체의 상호주관적 합의를 통해서 실재를 재현할 수 있다고 본다.
■ 기호의 구성요소
기호(sign) :
위에서 이미 퍼스의 기호학을 표상체와 그 지시대상 및 해석체로 구성되는 삼원체계(triadic system)라고 했다. 여기서 ‘표상체’라고 하는 것은 ‘기호’라는 용어와 동의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퍼스의 기호학에서 기호라는 용어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적절히 구별해서 이해해야 한다. 넓은 의미로 쓰일 경우에는 기호작용(semiosis)을 이루는 세 가지 구성요소인 표상체와 대상 및 해석체를 총칭하는 광의의 기호개념이고, 좁은 의미로 쓰일 경우에는 이들 세 가지 구성요소 중에서 표상체만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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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의 기호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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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sign): 표상체(representame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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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o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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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referent/obje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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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체(interpretant) |
앞에서 우리는 퍼스의 세미오시스가 기호와 해석체 및 대상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퍼스에 따르면, 기호(sign)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것을 표상하거나 나타내는 것이고, 따라서 기호를 표상체(representamen)라고도 한다. 여기서 표상되거나 나타내어지는 어떤 것을 대상(object) 혹은 지시대상(referent)이라고 한다. 기호는 대상을 대신 나타내는 것이긴 하나, 대상의 모든 측면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어떤 특정 측면 혹은 특정 개념을 나타내는 것이다. 퍼스는 이러한 특정 개념을 기반(ground)라고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계속적인 기호작용을 통해서 탐구의 과정이 거듭되어야 한다고 본다.
퍼스의 기호학에서 의미작용을 촉발시키는 이러한 기호는 그것이 어떤 개념을 연상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소쉬르의 기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나, 그것이 수행하는 대상 표상적 특성(representational qualities)이라는 점에서 보면 소쉬르의 기표와 다른 측면도 있다. 그 이유는 퍼스의 기호는 지시대상을 표상하지만, 소쉬르의 기표는 지시대상과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해석체(interpretant) :
퍼스의 기호학에서 해석체라고 하는 것은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기의와 거의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퍼스가 기호와 대상간의 관계에 의하여 해석자의 의식에 드러나는 생각이나 개념을 해석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의식에 나타난 생각이나 개념을 기반으로 해서 대상을 인식하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퍼스의 기호학은 인지적이고 현상학적인 특징이 있다. 그러나 소쉬르의 기의와 달리, 해석체 그 자체가 한 단계 더 심층적 차원의 기호(기호2)가 될 수 있고, 이 기호는 또 다른 해석체(기호3)를 생성하며, 이러한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고 본다. 에코(Eco)는 퍼스의 기호학의 이와 같이 끊임없는 전환가능성을 부단한 기호작용(unlimited semiosis) 혹은 끊임없는 기호작용(endless semiosis)이라고 하고, 이를 소쉬르에서 볼 수 없는 퍼스의 기호학이 갖는 특징이라고 본다. 해석체에 부여하는 바로 이러한 특성에 관한 한, 퍼스의 기호학은 소쉬르보다는 오히려 옐름슬레브나 바르트의 기호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해석체 혹은 기의의 끝없는 전환가능성을 강조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 기의의 특성을 강조하는 퍼스의 기호학은 오늘날과 같이 상품 그 자체의 효용성 못지 않게 상징적 이미지가 문화산업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본주의 시대의 문화현상을 이해하는 데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범람하는 이미지와 기호의 이면에 은폐된 의미를 심층적으로 해독할 수 있는 기호학적 안목을 넓혀야 하는 현실적이고 규범적인 필요가 있고, 바로 이러한 시대적 상황 때문에 오늘날 퍼스의 기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퍼스의 이러한 관점은 최종적 기의의 끝없는 유보를 강조해 온 데리다와 라깡을 비롯한 최근의 포스트구조주의적 기호이론과도 유사한 것이다.
대상(object) :
기호학에서 ‘대상’은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을 뜻하기 때문에 지시대상(referent)이라고도 한다. 소쉬르의 기호체계는 언어 외적 실재와 무관한 자족적 체계이기 때문에 지시대상에 대한 판단이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그러나 퍼스의 기호학은 인간과 사회 및 자연에 관한 탐구의 논리를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의 기호체계에서는 기호가 표상하고 지시하는 대상이나 실재가 바로 끊임없는 세미오시스의 과정을 통해서 탐구되어야 할 대상이고, 그래서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가 세미오시스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
따라서 퍼스의 기호학이 가장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는 인식론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Hawkes, 128). 기호학적 표상이 실재에 대한 유일한 접근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퍼스의 기호학에서는 실재에 대한 표상의 진실성이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 따라서 퍼스는 기호와 실재,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의 관계의 특성에 따라 기호를 세 가지로 구분한다. 도상적 기호는 기호와 그 대상 사이에 가장 높은 유사성이 있는 경우이고, 지표적 기호는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에 유사성이 덜 명백하거나 매우 희박한 기호이고, 상징적 기호는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의 관계가 유사성은 전혀 없이 전적으로 문화적 자의의 산물인 기호를 뜻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념적 구분이고 실제적으로는 도상과 지표 및 상징적 요소가 서로 섞여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 기호의 유형
도상적 기호(iconic sign) :
최근에 신세대가 선호하는 감성언어의 일종인 이모티콘은 전형적인 도상이다. 이러한 기호들은 각기 그 기호와 지시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유사성에 착안한 것이다. 사진이 실물과 유사한 도상, 분자모형은 물질의 구조적 특징과 유사한 시각적 도상, 그리고 한국에서는 ‘멍멍’이 개 짖는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적 도상으로 통용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의미작용을 기능하게 하는 기호를 도상(icon)이라고 한다. 퍼스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도상적 기호가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령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 아무런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나, 나무의 사진을 보여주면 나무의 관념이 직접적으로 소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표적 기호(indexical sign) :
풍향계는 바람의 방향을 알리는 지표이고, 문을 노크하는 소리는 누군가가 와있다는 지표이며,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미열 등은 감기 같은 질병의 지표이며, EQ가 정의적 능력의 지표이고, 연기가 불의 지표이며, 고급 승용차가 부의 지표로 통용되는 관행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퍼스는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에 인과관계나 서열관계(sequential relation) 같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관계가 있는 경우를 지표적 기호라고 한다.
지표(index)를 기호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퍼스의 기호학적 입장은 소쉬르의 기호 개념과 구별되는 뚜렷한 차이점이다.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기표와 기의 간의 관계는 필연적 관계가 아니라 자의적 관계인 데 비해서, 퍼스의 기호학에서 지표는 대상을 필연적으로 지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진위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의 본질을 규정하는 관점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퍼스의 기호학이 원래 인간과 사회 및 자연에 관한 탐구의 논리를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 그래서 소쉬르의 기호학보다 기호의 외연이 넓기 때문이다.
상징적 기호(symbolic sign) :
도상이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고, 지표가 인과성에 근거하여 의미작용을 일으키는 기호라면, 상징적 기호는 자의성이 그 특징이다. 상징적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에는 어떤 유사성이나 인과적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상징은 소쉬르의 기호이론에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처럼 전적으로 자의적 관행의 산물이다. 붉은 악마가 한국 축구 응원단을 상징하게 된 것도 필연적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의적 관행의 산물이다.
언어는 전형적인 상징적 기호에 속한다. 화판에 그린 소나무의 그림은 소나무의 도상적 기호이고, 저 소나무를 가리키는 내 손가락은 지표적 기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소나무’라고 표현하는 언어는 소나무에 대한 상징적 기호이다. 그 이유는 ‘소나무’라는 낱말을 발화할 때, 이 기표와 소나무 사이에 어떤 유사성도 없고, 어떤 내재적이고 필연적인 소나무다운 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소리로서의 소나무와 개념으로서의 소나무 사이의 관계는 사회의 자의성과 관행의 산물이다.
이상과 같이 기호와 그 지시대상 간의 유사성의 정도에 따라 퍼스는 기호를 도상과 지표 및 상징 등 세 가지 양식의 기호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어디까지나 개념적 구분이고 실제적으로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다. 가령,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도서관의 ‘메뚜기’족이라고 하는 것은 톡톡 튀는 행태의 유사성에 근거한 비유라는 점에서 도상적 기호이긴 하나, 톡톡 튀는 행태를 벼룩이 아니라 메뚜기에 비유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의적이고 그래서 상징적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개 짖는 소리를 ‘멍멍’이라고 나타낼 때 이는 분명 음성적 도상이면서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사회의 자의적 관행의 소산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상징적 측면을 가진 도상적 상징기호라 할 수 있는 것처럼, 실제로 통용되는 것은 도상적 상징, 지표적 상징, 혹은 상징적 지표와 같이 두 가지 이상의 기호양식이 중첩된 기호들이다.
■ 기호학의 상호보완성
소쉬르는 언어체계를 특징짓는 규칙은 언어를 비롯한 모든 문화적 현상의 분석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기호학은 철저하게 언어 중심적인 기호학이다. 그러나 퍼스의 기호학은 대상세계를 합리적으로 탐구해 가는 논리학이며, 따라서 모든 것을 기호로 파악하는 범기호학적 관점(pansemiotic perspective)이 그 특징이다. 음성적 영상과 개념, 기표와 기의의 결합을 언어의 기본단위로 파악하는 소쉬르의 기호학에는 현실적 대상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퍼스의 기호학은 대상세계에 대한 탐구의 논리이기 때문에, 기호가 표상하고 지시하는 대상이 중요시된다. 그래서 실버만도 이 점을 두 기호학의 핵심적 차이점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두 기호학은 의미작용에 있어서 인식주체의 역할을 파악하는 관점에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의미는 결합관계와 계열관계 같은 언어체계의 구조적 형식에 따라 결정될 뿐 의미작용에 의식적 주체가 개입될 여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적 기초가 강조되나, 퍼스의 세미오시스에 있어서는 기호가 지시하는 현실적 대상에 대한 인간의 합리적 해석과 재해석의 과정이 핵심적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소쉬르의 기호학은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틀짓는 구조적 제약요인을 분석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퍼스의 기호학은 인식주체의 끊임없는 재해석을 통해서 자신과 대상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기호학은 상호보완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출전: 전경갑 외, 『문화적 인간·인간적 문화』, p.3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