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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 바라나시로 이동하기(2)
(2013년 3월 13~14일 / 세계일주여행 574~575일차)
이 포스트는 '네팔' 카테고리의 20번 '포카라에서 바라나시로 이동하기(1)' 포스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룸비니에서 바라나시로 이동하기 : 고난의 이동
아침 6시 아침 밥을 먹고 7시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여경씨나 저나 네팔 루피가 좀 남아서 택시를 타고 소나울리 국경으로 가기로 했죠. 사무실에 물어보니 택시비는 1,200루피라고 하더군요(얼마전 블로그에서 1,000루피라고 읽었는데 그새 올랐나봐요).
사무실에 일하시는 네팔분이 택시를 불러주려고 연락을 해 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나와서는 파업이라고 택시고 버스고 모두 없답니다. 아니, 불과 닷새전에 이틀간 파업이었는데 또 무슨 파업이란 말입니까!!!
파업이 10시에 끝나니 그때까지 기다리랍니다. 음. 그러면 어제 새벽부터 열심히 서둘러서 룸비니까지 온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네요. 룸비니에 하루 묵은 이유는 국경을 가능한 한 빨리 넘어서 바라나시까지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잠시 고민하다 소나울리까지 사이클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10시까지 기다릴바엔 지금 사이클릭샤를 타는게 1시간이라도, 아니 단 30분이라도 절약할 수 있겠지요.
사실 예전에 인도를 120일 넘게 여행하면서도 사이클릭샤를 타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젊은 놈이 나이 지긋하신 영감님이 땀 뻘뻘 흘리며 운전하는 릭샤 뒤에 앉아서 가는게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어서 말이죠. 그렇게 해야 그분들이 돈 벌고 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불편해서 도저히 못타겠더군요.
그런데 왜 이번엔 타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룸비니에서 소나울리까지 자그마치 2.5km도 아니고 25km를 사이클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네팔 파업때에도 사이클릭샤는 문제없이 운행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하더군요. 예전에 재익씨도 룸비니 갈 때 파업해서 사이클릭샤를 타고 갔다고 하구요.
중앙운하까지 나와서 릭샤를 잡았습니다. 2012년 말 경 올려진 블로그 정보에 소나울리까지 택시는 1,000루피, 사이클 릭샤는 500루피라고 나와 있었는데 뜬금없이 1,000루피를 부르더군요. 'FIxed Price'라고 하면서요. 800루피까지 깎아서 릭샤에 올랐습니다.
젊은 릭샤꾼은 우리를 태우고 게이트쪽으로 가더니 릭샤가 쭉 서 있는 곳에서 운전수를 바꿉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더 나이가 많지만 더 강건하게 생기신 아저씨께서 우리 운전수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이 분... 정말 대단하십니다. 7시 30분에 릭샤에 탔는데 25km 떨어진 소나울리 국경까지 1시간 30분만에 한번도 쉬지 않고 주파를 하셨습니다. 정말 초인적인 분입니다.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시는 이 분에게 깎은 200루피를 팁으로 드렸습니다. 천 루피짜리를 받아 드시고 환히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오면서 너무 미안해서 둘 다 뒷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도 다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국경 바로 앞에 있는 네팔측 환전소에서 남은 네팔 루피 400루피를 환전했습니다. 원래 인도루피 1루피를 네팔루피 1.6루피로 치는데 1.8로 사주네요. 그래도 인도루피가 좀 생겼습니다. 사실.... 이때, 아니면 인도로 넘어가서 인도 루피를 좀 더 환전 했었어야 했습니다. 여경씨나 저나 대충 400인도루피 정도를 들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이 돈이면 바라나시까지 충분할거라 생각했습니다. 달러는 바라나시 가서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죠. 이게 나중에 우리를 거지로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여행다니면서 국경을 참 많이 넘어 봤지만 여기처럼 정신없는 국경은 처음 넘어봅니다. 일단 양측 이민국이 잘 찾지 않으면 어디있는지도 알기 힘듭니다. 게다가 보통 국경의 양측 이민국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여기는 그냥 길입니다. 상점과 차들과 온갖 것들이 뒤죽박죽 엉켜있는 길을 한참이나 두 이민국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Welcome to INDIA' 라고 적힌 큰 게이트 바로 전에 네팔 이미그레이션이 있습니다. 여경씨가 걸어 들어가고 있네요. 그 맞은편에 네팔측 세관이 있는데 안가도 됩니다. 출국절차는 간단하고 스티커 하나 붙여주고 도장 찍어 줍니다.
이제 인디아 게이트를 지나 인도땅으로 들어 갑니다. 그러면 이민국이 나오는게 아니라 온갖 상점과 시장, 차들, 매연으로 가득찬 100% 쌩 인도가 나옵니다.
이민국은 이 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야 나옵니다. 세관 맞은편 조금 아래입니다. 간판도 잘 안보면 모르고 지나칠만한 곳에 있습니다. 여기서 입국도장 안 찍으면 불법입국입니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습니다.
자, 이제 도장도 받았고 고락뿌르행 사설 버스와 승합차, 짚차 호객이 붙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바라나시행 버스를 바로 타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가 버스 터미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는 길에 길 오른편쪽으로 버스 두어대가 서 있는 폐차장 같은 곳을 지나긴 했는데 거기일까요?
사설 버스들의 온갖 호객을 뿌리치고 지나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가보니... 예.. 바로 이 버스들이 이름도 거창한 '인도 국영 버스'들인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 북인도에서 많이 타 봐 놓고도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인도 버스들이 굴러가는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라는 것을 말이죠.
위의 버스 두 대 중에 왼쪽 버스가 바라나시행이랍니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데 운전사는 앉아 있습니다. 빨리 올라 타랍니다.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읽고 들었던 찝적대는 사기꾼들도 없네요. 얼른 올라탔더니 버스는 곧 출발합니다. 그리고 까만 가방을 든 차장이 와서 카드 결재기 같은 것으로 익숙하게 티켓을 끊어 줍니다. 바라나시까지 티켓은 256루피입니다. 버스는 와장창창창푸르르르룩쿠당탕탕탕탕타당빠바바바바아악~~~이런 소리를 내면서 길을 헤치고 천천히 나갑니다.
자... 이게 소나울리 국경 위성 지도입니다. 국영버스를 타실 분들은 터미널 놓치지 마시고요...
버스 출발한 시간이 10시 5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100km 떨어진 고락뿌르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였습니다. 100km를 자그마치 4시간만에 온 것입니다! 시속 25km.... 이건 사이클릭샤보다 조~금 빠른 속도였습니다. (아래 지도는 고락뿌르 국영버스 터미널 위치입니다. 고락뿌르 역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인도 여행에 나름 도가 튼 저도 이정도로 느릴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330km 떨어진 바라나시까지 해지기 전이나 아니면 8시 정도? 에는 도착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0시간 정도면 그래도 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락뿌르까지 4시간이라니!!!
게다가 산너머 산... 고락뿌르에서 버스는 더 이상 갈 생각을 않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2시간이 지나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모여들고 버스가 차고, 드디어 출발합니다. 이대로라면 자정 넘어 도착입니다. 암담한 상황이었죠.
저녁 7시 50분, 고락뿌르에서 100km 더 내려온 지점인 마우 Mau 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100km 오는데 4시간 걸렸습니다. 칼 같이 시속 25km를 지킵니다.
남은 120km 정도를 나름 열심히 달려갑니다. 하지만 역시 도착한 시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정을 지나 12시 40분에 바라나시 정션 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아...오늘하루 흔들리는 탈것 위에서만 휴식시간 빼고 14시간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사이클릭샤 1시간 반, 버스 12시간 반 (2시간 휴식 빼고 실제 운행 시간만..) 그리고 네팔과는 차원이 다른 인도의 먼지와 매연... 인도 버스 많이 타 봤지만 이 구간은 특히 길이 안좋고 먼지가 많이 나더군요.
이렇게 해서 어제부터 시작된 총 20시간이 넘는 이동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새벽 0시 40분이고 우리들 수중에는 달랑 130루피의 돈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가트쪽 숙소들은 당연히 문을 다 닫았을 것입니다.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앞의 바라나시 정션 기차역을 향했습니다.
기차역 앞의 수많은 노숙자들을 지나 2층에 있는 레스트하우스로 갔습니다. 인도의 큰 기차역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숙소인 레스트 하우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차표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죠.
일단 오피스로 가서 방금 도착했는데 기차표는 버렸다.. 지금 숙소를 찾을 수 없으니 좀 쉬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처음에는 방이 없다고 하더니 일단 기다려 보라고 하더군요. 큰 쥐 한마리가 발 아래로 슥~ 지나갑니다.
어떻게 방을 구했는지 인적사항을 적고 돈을 내랍니다. 트윈룸 12시간 이용에 225루피라네요. 달러로 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만 안된답니다. 또 간청을 했죠. 돈이 없으니 내일 아침에 환전을 해서 주겠다.. 일단 130루피만 받아달라... 그래서 130루피만 내고 3층에 있는 더블룸에서 아침까지 묵게 되었습니다. 방문을 열자 다시 쥐 두마리가 돌아다니다가 작은 틈으로 화장실로 쏙~ 들어갑니다.
그래도 사람이 잘 수는 있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대충 숄을 침대에 깔고 팔다리에 오모도스를 잘 바르고 얼굴에도 바르고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솔직히 잘 자지는 못했죠.
아침 6시, 사무실 직원이 문을 세차게 두드립니다. 아침이니 이제 나가랍니다. 남은 돈은 어떻게 하냐니 됐답니다. 130루피에 아침까지 쉬었으니 참 고마운 셈입니다. 나가는 길에 기차역 옥상에서 바라본 역전의 모습이네요.
그런데 우리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는거죠. 환전소는 문을 열었을리 없는 새벽 6시. 여기서 목적지인 초크(Chowk)까지는 대략 5km. 방법이 없습니다. 속도 모르는 릭샤꾼들을 헤치고 뚜벅뚜벅 걷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대략 1시간을 부지런히 걸어 드디어 바라나시의 가트구역에 도착했습니다. 핸드폰의 GPS 덕에 헤메지는 않고 도착했네요. 하지만 골목안으로 들어오면 GPS도 소용없습니다. 골목에서 헤메다보니 화장터가 있는 마니카르니카 가트 Manikarmika Ghat 까지 와버렸습니다. 아침 일출보트를 타고나서 돌아오는 관광객들이 보입니다.
GPS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가트의 미로같은 길에서 물어물어 라가카페를 찾고, 거기에서 좀 떨어진 쏘나이스홈(So Nice Home)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습니다. 라가카페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포카라에서 두 명에게서 소개받았던 곳입니다. 관리하시는 '아쉬시 뒤베디 Ashish Dwivedi'라는 사장님은 '오래된 인력거'라는 캘커타를 무대로 하는 다큐영화 조감독이었더군요. 깔끔하고 좋습니다. 좁고 더러운 바라나시의 골목길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네요.
(중간에도 작은 골목이 많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쓰시는 분들은 별표위치를 GPS로 잡아서 찾아가시면 쉬울듯..)
방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조마 조마 하면서 왔는데... 아!!! 빈방이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결국 해피엔딩이네요. 이렇게 2박 3일의 포카라에서 바라나시까지의 대장정이 마무리 됩니다. 어흐흑!!!
[포카라에서 바라나시까지 이동하는 법]
포카라에서 소나울리까지 이동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로컬버스로 이동하는 법과 투어리스트 버스로 이동하는. 법. 하지만 별 차이는 없습니다. 어차피 다 로컬버스입니다. 500 네팔루피.
1. 낮버스로 이동하기 : 첫 차(6:30)를 타면 차가 퍼지지 않는 한 오후 3시 전에는 도착합니다. 바로 국경을 넘는다면 고락뿌르까지 가는 차를 잡아탈 수 있습니다. 바라나시로 가는 4시 버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2. 밤버스로 이동하기 : 포카라에서 밤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새벽 4~5시 사이에 소나울리에 도착합니다. 첫 버스를 타고 바라나시로 갈 수 있습니다.
이제 문제는 소나울리에서 바라나시로 이동입니다. 우리가 고생했듯이 버스 여행은 (특히 국영버스) 초강력비추입니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설버스(2시간반~3시간)나 국영버스(4시간)로 고락뿌르로 이동해서 기차로 바라나시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 기차표를 당일에 구하는 건 어렵습니다. 특히 밤기차표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당일 표를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밤버스로 포카라-소나울리로 이동해서 아침에 고락뿌르로 사설버스로 이동한 후 낮기차로 바라나시 이동 (11038편 : 오후 3시 30분 출발 - 오후 8시 55분 도착)
2. 낮버스로 포카라-소나울리로 이동해서 고락뿌르로 사설버스(혹은 국영버스)로 이동한 후 밤기차로 바라나시로 이동 (이 경우 반드시 기차표를 미리 포카라에서 사야 함 - 55149편 (밤 23:05 출발 - 아침 6:15 도착)
그런데 이 기차표는 98인도루피밖에 안하지만 포카라 여행사들에서는 700네팔루피를 받음 - 많이 바가지지만 이동이 지체될 경우의 고생이나 추가 비용등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게 낫습니다. 사실 우리도 릭샤비나 기타 등등 생각해보면 차라리 비싼 커미션 주고 기차표를 미리 끊는게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