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움과 믿음의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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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와 요셉은 약혼한 상태로, 같이 살고 있 지는 않지만 이미 법적으로 부부인 것입니다. 당시의 결혼 풍습은 먼저 약혼식을 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결혼식을 성대하게 올렸습니다. 약혼식 때 신랑은 신부에게 결혼지참금을 주고, 이 결혼지참금은 신부 소유의 재산이 됩니다. 그런데 이 약혼이 깨어지는 경우에는 먼저 파혼을 제기한 쪽이 결혼지참금의 권리를 포기하며 벌금까지 부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만일 혼인 당사자의 간음이나 불륜이 드러나게 되고 고발이 이루어 질 경우에, 율법은 사형까지 언도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했습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요셉은 마음속의 상처와 고통 그리고 경제적 손해와 사회적 지탄을 모두 자신이 떠안으려고 합니다. 요셉은 보복과 복수가 아니라 사랑과 자비의 의로움을 선택합니다. 자신에게 정신적, 물질적 고통과 손해를 안겨 준 사람을 용서하고 배려하는 요셉은 과연 하느님의 의로움을 닮은 사람입니다. 요셉은 하느님께서 자격조차 없는 자신에게 사랑과 자비를 풍성히 베푸신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으며, 마리아에게도 역시 그렇게 베푸신다고 믿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의로움에 대한 이러한 깨달음과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요셉처럼 처신할 수 있겠습니까?
의로운 요셉의 더욱 경탄할 점은 그가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의 순종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이 잉태되었고 성가정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믿음의 순종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우리의 구원이 성취됩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의롭게 사는 사람은 반드시 믿음으로 순종하여 은총과 구원의 결실을 맺습니다. 만일 의롭게 처신하지도 못하고 믿음으로 순종하지도 않는다면, 실상은 주님을 불신하는 자요 교만한 자로서 스스로 불행과 저주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마리아와 요셉처럼 인생의 중대한 계기와 고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도 믿음으로 의롭게 처신하며 온전하게 순종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야고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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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성 바오로성당 주임 | 조한영(야고보)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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