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전시장 입구에 서 있는 조각작품 <여인의 흉상>은 독일의 작가 포르스터 빌란드의 작품입니다.
높이 1.7m,
손과 발을 생략한 토르소 기법을 사용하여 한 여성의 몸 전체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근육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작품의 별명을 '장미란'이라고 지었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설합니다.
'알통'과 '아름다움", 얼핏 보면 격에 맞지 않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단장 예쁘게 하고 '빨간 립스틱 짙게 바르고' 화사한 옷 맵시 나게 입고 거리를 걷는 여성도 아름답지만,
작은 가게 하나 차릴 꿈, 가슴 속에 품고 바람 부는 거리 한 모퉁이에 좌판 벌여놓고 손수 만든 목걸이, 팔찌,
머리핀 파는 장삿군 처녀의 모습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삶의 감동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6월 8일.
한강문화유산 해설사 아홉 분이 소마미술관에 오셨습니다. (나까지 열 명 ^^^)
두 번째 수요일은 실내에서 갖는 소양교육이지만 조각 해설의 특성상 현장에 모인 것입니다.
벌써 여름 날씨, 반갑게 인사 나누고 파라솔 아래 둥그렇게 앉아 이어 나타날 회원 기다리며 이야기 주고받는 모습,
장미란처럼 아름답고 정겨웠습니다.
어느 분이 물었습니다. " 역사 해설과 조각작품 해설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냐고 ".
"역사는 사실이니까 사실을 알아야 해설하지만, 조각작품은 예술이라서 정답이 없으니까 해설하기가 더 쉽다고."
현문우답인지, 우문현답인지 헷갈리지만, 한 작품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까 그래서 재미 있고 즐겁습니다.
<밑으로부터>라는 제목의 쇠로 만든 이 작품,
제목의 틀에 갇혀 "아, 밑바닥 인생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꿈을 이뤄낸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구나. "지만,
그러나 화살과 과녁, 창과 방패로 보이는 이 작품의 주제는 ,
" 흙의 숨결을 받아 피어나는 꽃, 그리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윤회"입니다.
그러나 나의 작품 해석이 궤도를 한참 벗어났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고 선생님들께 말했습니다.
관람객 앞에 서 있는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닌 관람객의 차지입니다.
관람객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기를 오히려 작가는 바라고 있다고 감히 바꿔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아담에게 생명의 혼을 불어 넣는 하느님, 인간의 창조와 마찬가지로,
이 땅 위에서 사는 생물은 대지의 어머니로부터 태어나 다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저 꽃잎 겹겹 물결 짓는둥근 꽃이 왜 땅에 맞닿아 있는지 역사의 순환을 아는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작품 30여점 다 감상하면서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해석들이 다름 아닌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몽촌토성 곳곳에 남아 있는 유물들처럼 이 조각작품들도 역사의 유물이라는 공통점을 알아 채신 것 같았습니다.
27도까지 치솟은 여름 같은 더위 속에 1시간 넘게 조각작품 감상하신 선생님들,
장미란처럼 조각작품 연수로 다진 알통 하나 종아리 어디쯤에다 묻고,
이제는 한성백제박물관 앞에 서서 기념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2000년도 훨씬 넘는 그 옛날, 이 땅에 살았던 백제라는 나라의 실체를 찾아나선 선생님들,
2011년 6월의 어느 날,
올림픽공원 안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