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비루를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78)
46세의 H씨는 원래 만성 기침 때문에 한의원을 찾아온 환자였다. 어렸을 때는 천식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2년 전 허리 시술을 하고 난 다음부터 기침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곳저곳에서 기침 치료를 했었지만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기에, 본 한의원에 왔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찾아온 경우였다.
<진단과 치료>
기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이물질이 기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오는 기침은,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생리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적으로 기침이 나온다면, 치료의 대상이 된다. 특히 가래가 심하거나 출혈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서 통증까지 나타난다면 치료를 서둘러야만 한다. 또한 가래도 없이 만성 기침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마른기침으로 밤에 심하게 나타나면 몸속의 진액이 부족해진 경우이기 때문에 전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침 중에는 목의 이상이 아니라 코의 이상이 기침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코에 염증이 생기거나 지나치게 콧물이 많이 나오게 되면, 이 콧물이 목구멍을 타고 뒤로 넘어가서 기침을 유발시키는 경우인데, H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되었다. 이러한 경우를 ‘후비루’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후비루가 기침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특히 H씨의 경우에는 체중이 무려 12kg 증가하면서 심한 코골이가 나타났는데, 심지어 잠잘 때 얼굴이 부으면서 수면무호흡증이 3분까지도 나타났다고 했다. 이는 코 부위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이로 인해 코가래가 목 뒤로 넘어가 기침을 유발시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기침을 멎게 하는 ‘기관지확장제’ 등의 기침약 투약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기침의 원인이 되는 코가래를 없애야만 기침의 근본적인 치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H씨는 습열(濕熱)증상이 심했는데, 밤낮에 상관없이 땀을 많이 흘렸다. 땀은 특히 밤에 더 심하게 나타났는데, 잠자다가 세 번이나 속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라고 하였다. 물론 사타구니 밑에 땀이 맺히는 낭습증도 심했는데, 갑작스런 비만 역시 습열증상을 악화시키는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었다. 평소 대변도 묽었으며, 잠자다가 1회 정도는 소변을 봐야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습열을 제거하는 치료도 병행해야만 했다.
비염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코감기 끝에 찾아오는 단순 비염이 있는가 하면, 코 안쪽이 부어오르는 비후성 비염도 있으며, 알레르기로 생기는 알레르기성 비염도 있다. 이중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데, 면역체계가 과잉해서 작용되기 때문이다. 하필 H씨의 경우에는 평소 개털 알레르기가 있으며, 3대 증상인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다 나타나고 있어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단을 내리게 되었다.
일단 몸의 습열을 없애고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처방에 콧물을 없애는 약재를 추가하여 처방하였는데, 2주 복용 후 증상의 변화가 생겼다. 비염이 호전되었는데, 이로 인해 콧물이 줄어들었고 따라서 기침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H씨의 아내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었는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져서 깜짝 놀랐다고 전화가 왔었다. 치료가 잘 되지 않아 몇 년째 고생했었는데 증상에 차도가 생기자, 바로 이어서 한약을 먹겠다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진맥과 검사를 통해 호전된 상태를 보여주니 더욱 기뻐했는데, 아예 6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한약을 먹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밤에 땀나는 증상도 이제 하룻밤에 한번만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체온 유지도 예전보다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그래서 같은 처방에 땀을 덜 나게 하는 약재를 추가로 처방했으며, 세 번째 약부터는 녹용을 빼고 처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