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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칠레 와인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일 걸로 사료됩니다.
일단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데다, 우리나라 마트가격은 12000-15000 사이지만 가격대비 정말 좋은 와인입니다
미국 와인 시장에서도 칠레산 와인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것은 싸구려, 혹은 중저가 미국와인 마실 돈에 단돈 몇 달러만 더 지불할 경우, 거의 보르도 와인 수준의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칠레의 경우 남미의 보르도라고 불리울 정도로 와인의 질이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콘차 이 토로의 2002년 까씨예로 델 디아블로(악마의 저장고) 카버네 소비뇽을 구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은 이 와인은 미국 내에서는 병당 10달러 선에 거래됩니다. 과거 이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엑스플로라도' 정도에 만족해야 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감히 병당 10달러 선을 넘어가는 와인은 쳐다보지도 못할 무렵, 저는 이 와인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더랍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아졌고, 이젠 별 생각 없이 이 와인을 수퍼에서 세 병씩 집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군요. 문득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 와인에 감히 '악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와이너리의 주인이었던 돈 멜초르 씨가 19세기 초에 자기 양조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술통에서 와인을 슬쩍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가장 어두운 지하 창고엔 특별히 더 잘 만들어진 와인을 숨겨 놓고, "맨 지하 저장고엔 악마가 돌아다닌다"는 루머를 퍼뜨려 일꾼들이 그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었다는 뜻이겠지요.
일단 개봉시엔 체리향이 강합니다. 색은 짙은 편이며 미국산 오크 특유의 강한 향과 가죽향도 있습니다. 입안에서는 비교적 무거운 바디를 보여줍니다. 미디엄이라고 말하기엔 무겁고, 풀바디라고 말하긴 조금 가벼운... 그런 느낌입니다. 체리의 톤과 더불어 바닐라의 톤도 느껴지고... 뒷맛이 조금 모자란다는 느낌입니다. 길긴 길되, 내가 느끼고자 하는 그런 맛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긴, 사람들마다 입맛이 다르니 다른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는 잘 모르겠고...
하지만 가격 대비 이만한 와인이라면 괜찮다 싶습니다. 파스타 먹을 때 함께 하면 좋겠고, 아니면 지금처럼 간단하게 치즈를 놓고 먹을 때도 좋고.... 우리나라 불고기 정도 먹을 때 함께 하면 딱 좋겠다 싶은.. 그런 느낌도 있습니다. 불고기 먹고 나서 국물 남으면 밥 비벼먹죠? 그때 이 와인이랑 하면 어떨까... 하는 그런 느낌. 알콜 농도는 13.5%. 맛 전체로 따지면, 신대륙 와인이면서도 어느정도 구대륙의 스타일을 갖춘 그런 느낌... 만일 디캔팅을 했다면 좀더 살아났을 듯한 생각도 듭니다.
그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