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시뇰 니콜라오 정진석 아르키에피스코뽀 디 서울"(몬시뇰 니콜라오 정진석 서울대주교)
2006년 3월24일 오전 10시30분(로마 현지 시각) 새 추기경 서임식이 거행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37년만에 한국인 추기경 이름이 울려퍼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새 추기경 서임식에서 여덟 번째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이탈리아어로 호명하자 베드로 광장은 순간 한국 참가단의 열렬한 환호와 태극기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하느님과 교황으로부터 한국교회 두번째 추기경으로 불림을 받는 뜻 깊은 순간이었다. ▶관련 기사 2ㆍ10~15면
교황의 새 추기경 명단 선포가 끝나자 새 추기경 15명을 대표한 레바다(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추기경은 교황께 대한 감사인사를 통해 "교황을 도와 가톨릭교회 복음선교의 증거자로 세상에 가톨릭 정신을 구현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청했다.
세계 각국 순례객들이 함께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서임식은 말씀의 전례와 교황 강론, 새 추기경들의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으로 이어졌다. 서임식은 새 추기경들이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추기경을 나타내는 진홍색 둥근 모자(주케토)와 사각모(비레타), 명의본당 이름이 적힌 추기경 서임장을 받을 때 절정에 달했다.
이날 정 추기경은 사제급 추기경으로 서임됐으며, 정 추기경의 로마 명의본당은 로마 보체아에 있는 '루르드의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본당'이다.
사각모를 쓰고 교황과 포옹하며 교회와 교황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정 추기경은 추기경단 자리를 돌며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세계 각국 추기경들과 따뜻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첫째가 되고자 하는 자는 꼴찌가 돼야 한다는 성경 말씀처럼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봉사자가 되도록 거듭나야 한다"면서 새 추기경들에게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준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데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서임으로 전 세계 추기경은 193명으로 늘어났고, 이 가운데 교황 선출권을 갖는 80살 이하 추기경은 120명이 됐다.
정 추기경은 서임식 이튿날인 25일 같은 장소에서 봉헌된 추기경 서임 축하미사에서 교황에게서 추기경 반지를 받았다. 반지는 교황과 일치, 교황청과 유대를 상징한다.
교황은 정 추기경 등 새 추기경과 공동집전한 축하미사 강론에서 "성모님께서는 겸손에서 우러나오는 용기와 성령의 도움으로 하느님 앞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며 특별히 성모마리아를 닮는데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 공식 참가단 111명을 비롯한 많은 한국 신자들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면서 정진석 추기경의 영육간 건강과 함께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간구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리길재 기자 teotok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