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입춘, 우수가 지나고 경칩(3월 5일)이 다가오건만 봄을 느끼지 못한다.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王昭君을 두고 동방규가 지은 시 가운데 있는 글귀다.
왕소군은 前漢의 궁녀로 절세미인이었으나 흉노와의 화친 정책에 의해 흉노왕에게 시집 간 불운한 여자자.
지금 대구의 현실이 시 구절과 딱 맞는 성어다.
코로나19 환자가 전국에서 특히, 대구 경북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월 20일 수도권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왔다.
청정지역이라 자랑하던 대구에 2월 18일 31번째 신천지 교인을 시작으로 13일(3월 1일)만에 2천 5백 명을 넘었다.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되어도 병실이 부족해 입원할 수 없고 자가 격리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깝고 참담한 실정이다.
일반 시민들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고 힘든 시기다.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정례 브리핑, 특집 뉴스를 지켜보며 걱정과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우리 집 사정이다.
딸은 ‘회사 직원 한 명이 신천지 교회 신도라 22일(토요일)부터 4일간 자가 격리되었다.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가족과 식사도 같이 못했다.
25일(화요일) 다행히 음성으로 나와 수요일 출근했다.‘
난 ‘목감기인지 기침이 조금나 25일(화요일) 저녁부터 27일(목요일) 아침까지 종합감기약을 다섯 번 먹고 나았다.’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마음 졸이며 일주일을 힘들게 보냈다.
평소와 달리 ‘컴퓨터도 켜기 싫고,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글도 못쓰겠고’ 무기력하다.
‘왠지 걱정스런 마음만 앞선다. 나이 탓인가?’
신체적으로 생활 리듬이 흐트러져 적응이 안 된다.
오후에 가는 사우나 헬스장은 휴장하여 운동과 샤워도 할 수 없다.
대구수목원에서 야생화를 찍으며 산책하거나 동네 체육공원을 돌아도 상쾌한 기분이 아니다.
치료 약도 없는 신종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새로운 풍경을 본다.
평일이지만 동네 식자재마트, 하나로마트에 생활필수품, 식료품을 사는 사람들로 분 빈다.
수목원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복잡한 곳을 피해 산책하는 이 들이 많다.
모임과 약속은 취소되고, 상가와 식당은 문을 닫고, 봄 내음 맡으며 활기 넘쳐야 할 거리는 너무너무 한산하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만날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부제가 창살 없는 감옥인 ‘님(창살 없는 감옥)’의 노래다.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 없는 감옥인가 만날 길 없네
왜이리 그리운지 보고 싶은지
못 맺을 운명 속에 몸부림치는
병들은 내 가슴에 비가 내린다.”(이하 생략)
28일(금요일) 하루는 이런저런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아침은 햇반으로 대충 때우고, 국수로 점심을 대신한다.
저녁은 밥을 짓고 처음 요리한 김치어묵탕과 딸이 퇴근하며 사 온 반찬(4가지)을 같이 먹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가족이 한 식탁에 앉을 수 있어 다행이다.’
아내가 작은 외손자 유치원 휴원으로 서울가고 없어 허전하다.
오전 ‘풍경소리 동네 한 바퀴’는 상인네거리 일대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갔다.
6군데 만에 4천 원에 2장, 9번 째에 3천 원에 1장을 구입했다.
정부에서 공급하는 물량은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단다.
축산농협하나로마트는 평일 오전인데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 ‘정부 공급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보도에 긴 줄을 서서 무작정(4시간 정도) 기다린다.
방송으로만 마스크 구입 대란을 듣다가 현장을 목격했다.
‘정부 정책을 돌아 볼 일은 아닌가?’
양상추(2천 5백 원) 1개를 사서 가방에 넣고, 백두대간 기슭에서 자란 ‘금빛고량쌀(20kg, 55천 원)’을 구입해 배달 시켰다.
‘금빛고량쌀은 공성농협미곡처리장에서 구곡을 석지 않고 가공 했다. 맑은 물과 비옥한 토지에서 우리 농업인이 정성 들여 재배한 맛있는 우리 쌀이다.’라고 ‘명실상주’ 브랜드로 홍보한다.
‘명실상주 브랜드가 낫 설지 않고 정겹게 다가온다.’
평소 보다 배달(5만 원 이상 구매)이 지연 된다는 종업원의 이야기이다.
돌아오며 파리바케트에서 마늘빵(1천 9백 원, 100원 할인) 1개를 샀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코로나19로 인한 약국, 마트, 상가에서 실제 일들을 겪어보고 나니까 착잡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은 간다.
“시간은 기울어져 흐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바꿔가며 시간이 흐르는 이유도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김정운, 21세기북스, 2019년 5월)> 중에서”
‘KBS 다큐 인사이드 23.5’에
“46억 년 전 태양 주위를 돌던 지구는 작은 행성과 충돌한다. 충격으로 지구는 기울어지게 되었고 파편은 달이 되었다. 절묘하게 기울어진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며 특별한 리듬을 만든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기울기 23.5도, 그것은 기적 같은 생명의 리듬이 되었다.”라고 방송한다.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인생의 축소판’으로 여기는 一日一生의 태도로 살자!
신생 바이러스와 인류의 전쟁은 계속된다.
지금까지 한번도 인간이 바이러스에게 진 적은 없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자!
힘내자! 대구, 경북!
*사태 종식 결과
2020년 3월 1일
일요일
코로나19 사태로 칩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