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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을 이틀 앞두고 동국대학교 박물관이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시(尋牛詩)' 10폭 병풍을 공개하였다.
만해의 ‘심우시’는 칠언절구로 이루어진 10편의 연작 한시로, 중국 송나라 때 선승이었던 곽암사원(廓庵師遠)이 마음의 수련을 주제로 쓴 ‘심우도송(尋牛圖頌)’의 운(韻)을 따서 지은 것이라 한다.
'심우도(尋牛圖)'는 불교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번쯤은 사찰의 벽화에서 눈여겨 보았을 10가지의 그림으로, 선(禪)의 수행 단계를 소와 동자(童子)에 비유하여 풀이한 그림으로서, 자기의 참마음을 찾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10단계로 나누어 그렸다 하여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심우도와 곽암(廓庵)의 심우도가 우리나라에 전해지는데, 대부분 곽암의 심우도가 많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에 게재된 기사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전체적인 구성은 사람이 진리를 깨쳐 가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과정에 비유한 것으로 확암의 ‘심우도송’과 주제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만해의 심우시는 확암에 비해 역동적이고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동국대 김상일(국문학) 교수는 설명한다. 특히 만해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자신의 거처를 ‘심우장(尋牛莊)’이라 지었고 같은 제목의 시조까지 남겼을 만큼 ‘심우’의 함의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한시는 성(聖)과 속(俗)의 공간을 구분하지 않았던 만해의 사상적 지향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 병풍의 기증자는 동국대 동문인 정재철 전 의원. 만해에게 화엄경을 배운 경봉선사에게 병풍이 전해졌다가 이것이 경봉선사의 유발상좌(有髮上佐?스님이 아닌 재가제자)였던 정 전 의원의 부인 전금주 씨(작고)에게 전달됐던 것. 지난달 말 병풍을 기증받을 때만 해도 만해의 친필 유묵으로만 알았는데, 글귀 내용을 검증해 보니 미공개 한시라는 게 밝혀졌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학사에 만해의 소중한 시 10수를 더하게 됐다.-
이호신 작, 구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각각 심우시 병풍 사진과 시의 해석이 게재되어 있는데, 그 중 동아일보에 한시 전문(全文)이 해석되어 있어 반가웠다. 그러나 글자가 너무 작고 한자의 음독과 훈독이 빠져 있어서 이번 기회에 타이핑해서 실어 본다.
한용운의 '심우시'를 싣는 이유는 비단, 사월 초파일이 다가와서 뿐만 아니라, 이 '심우시'가 불교를 떠나서 인간의 삶의 여정과 지향해야 할 바를 묵시적으로 잘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해 한용운 선사는 일제 치하의 암울한 현실에서 민족의 나아가야 할 길을 바르게 일러주기 위해 이 시를 지은 것이라 생각도 된다. 마지막 구의 '훗날 망망한 고해(苦海) 속에서도 다시금 연꽃으로 불꽃 속에 피게 하라.'는 말씀이 그 사실을 암시해 주고 있는 듯 하다.
* 한시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에, 글의 분량이 많아진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또한, 글이 넘쳐서 자세한 한시의 구절과 내력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가. 보명(普明)의 목우도(牧牛圖)
一. 미목(未牧) : 길들이기 전의 모습.
二. 초조(初遭) : 최초의 만남.
三. 수제(授制) : 소가 목동의 말을 듣다.
四. 회수(廻首) : 머리를 돌이켜 반조(返照)한다.
五. 순복(馴伏) : 잘 길들여지다.
六. 무애(無碍) : 걸리고 막힘이 없다.
七. 임운(任運) : 소에게 맡기다.
八. 상망(相忘) : 서로 잊다.
九. 독조(獨照) : 홀로 스스로 비추다.
十. 쌍민(雙泯) : 소와 사람이 함께 자취를 감추다.
나. 곽암(郭庵)의 십우도(十牛圖)
一. 심우(尋牛) : 소를 찾는다.
二. 견적(見跡) : 발자국을 보다.
三. 견우(見牛) : 소를 보다.
四. 득우(得牛) : 소를 얻다.
五. 목우(牧牛) : 소를 기르다.
六.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七.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를 잊고 사람만 남다.
八. 인우구망(人牛俱忘) : 소와 사람, 둘 다 잊다.
九. 반본환원(返本還源) :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가다.
十. 입전수수(入廛垂手) : 가계에 들어가 손을 내민다. 본연의 삶을 살아간다.
다. 곽암의 심우도송(尋牛圖頌)
1. 심우(尋牛:소를 찾는다)
망망발초거추심(茫茫撥草去追尋) 수활산요로갱심(水闊山遙路更深)
역진신피무처멱(力盡神疲無處覓) 단문풍수만선음(但聞楓樹晩蟬吟)
우거진 풀 헤치며 아득히 찾아 헤매니
물은 넓고 산은 멀고 길은 더욱 아득하다.
힘이 다하고 마음도 지쳐 갈 곳 찾을 수 없는데
다만 늦가을 단풍 숲에 매미 소리만 들리네.
2. 견적(見跡: 발자국을 보다)
수변임하적편다(水邊林下跡偏多) 방초이피견야마(芳草離披見也마)
종시심산갱심처(縱是深山更深處) 요천비공즘장타(遼天鼻孔즘藏他)
어찌 마=靡에서 非가 빠진 글자 + 宏에 갓머리와 一자가 빠진 글자
어찌 즘=乍밑에 心
물가의 숲 속에 발자국 유달리 많은데
그대는 숲을 헤치고 보는가 마는가
설사 깊은 산 더욱 깊은 곳일지라도
먼 하늘 뚫렸으니 어찌 그를 숨기랴.
3. 견우(見牛:소를 보다)
황앵지상일성성(黃鶯枝上一聲聲) 일난풍화안유청(日暖風和岸柳靑)
지차갱무회피처(只此更無廻避處) 삼삼두각화난성(森森頭角畵難成)
꾀꼬리 가지에서 노래 부르니
따뜻한 봄바람에 강 언덕 버들잎 푸르네.
다만 다시 피할 수 없는 곳에
소 모습 삼삼한데 그리기 어려워라.
4. 득우(得牛:소를 얻다)
갈진정신획득거(竭盡精神獲得渠) 심강력장졸난제(心强力壯卒難除)
유시재도고원상(有時在到高原上) 우입연운심처거(又入烟雲深處居)
온 정신 다 쏟아 그 소를 잡았지만
거센 마음 거친 행동 조복받기 어렵네
어떤땐 고원상에 오르는 듯 싶더니
또다시 구름속 깊은 곳으로 숨고 마누나.
5. 목우(牧牛:소를 길들이다)
편견시시불리신(鞭牽時時不離身) 공이종보입애진(恐伊縱步入埃塵)
상장목득순화야(相將牧得純和也) 기쇄무구자축인(羈鎖無拘自逐人)
채찍과 고삐 잠시도 몸에서 떼지 않는 것은
혹시라도 그가 흙먼지 속으로 들어갈까 두려운 것이라
서로 잘 이끌고 이끌려 온순해지면
묶어 놓지 않아도 스스로 사람을 따르리.
6. 기우귀가(騎牛歸家: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기우이리욕환가(騎牛已麗欲還家) 강적성성송만하(羌笛聲聲送晩霞)
일박일가무한의(一拍一歌無限意) 지음하필고순아(知音何必鼓脣牙)
소를 타고 한가로이 집으로 향하니
목동의 피리소리마다 저녁 노을 보내네.
한 박자 한 가락 한 없는 뜻을
소리를 아는 이여 무슨 말이 필요하랴.
7. 망우존인(忘牛存人:소를 잊고 사람만 있다)
기우기득도가산(騎牛己得到家山) 우야공혜인야한(牛也空兮人也閒)
홍일삼간유작몽(紅日三竿猶作夢) 편승공돈초당한(鞭繩空頓草堂閒)
소를 타고 이미 고향집에 돌아오니
소는 이미 없고 사람 또한 한가롭네
해 떠 오른지 석 자인데 아직 꿈 속에 있고
채찍 고삐 쓸데 없고 초당도 한가롭네
8. 인우구망(人牛俱忘:소와 사람 모두 잊다)
편견인우진속공(鞭牽人牛盡屬空) 벽천요활신난통(碧天遼闊信難通)
홍로염상쟁용설(紅爐焰上爭容雪) 도차방능합조종(到此方能合祖宗)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 모두 없으니
푸른 하늘 멀고 넓어 진실로 통하기 어렵네
붉은 화롯불 속에 어찌 눈을 용납하랴
이제야 바야흐로 조사의 뜻 얻었다하리.
9. 반본환원(返本還源:본래 자리로 돌아오다)
반본환원이비공(返本還源已費功) 쟁여직하약맹농(爭如直下若盲聾)
암중불견암전물(庵中不見庵前物) 수자범범화자홍(水自范范花自紅)
근본자리로 돌아오고자 무던히도 애썼구나
그것이 어찌 귀머거리, 장님만 같겠는가.
집에서 집 앞의 물건도 보지 않으니
물은 스스로 흐르고 꽃은 스스로 붉게 피네
10. 입전수수(入廛垂手:시중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다)
노흉선족입전내(露胸跣足入廛來) 말토도회소만시(抹土塗灰笑滿시)
불용신선진아결(不用神仙眞我訣) 진교고목방화개(眞敎枯木放花開)
뺨 시=月+思
가슴을 헤치고 맨발로 시중에 들어와서
흙먼지 묻은 얼굴 웃음이 가득하네.
신선의 진짜 비결 쓰지 않고도
곧바로 고목에 꽃을 피우네.
라. 尋牛詩(심우시)
韓龍雲(한용운)
(一)
此物元非無處得 차물원비무처득
此 : 이 차 / 物 : 만물 물 / 元 : 으뜸 원(원래) / 非 : 아닐 비
無 : 없을 무 / 處 : 살 처 / 得 : 얻을 득
이 물건 원래 찾을 곳 없는 것 아니나,
山中但覺白雲深 산중단각백운심
山 : 뫼 산 / 中 : 가운데 중 / 但 : 다만 단 / 覺 : 깨달을 각
白 : 흴 백 / 雲 : 구름 운 / 深 : 깊을 심
산 속엔 다만 흰 구름만 깊었어라.
絶壑斷崖攀不得 절학단애반부득
節 : 끊을 절 / 壑 : 골짜기 학 / 斷 : 끊을 단 / 崖 : 벼랑 애
攀 : 더위잡을(오를) 반 / 不 : 아닐 부 / 得 : 얻을 득
깊은 골 깎아지른 벼랑 오를 수 없고,
風生虎嘯復龍금 풍생호소부용금 (금=입구口+쇠금金)
風 : 바람 풍 / 生 : 날 생 / 虎 : 범 호 / 嘯 : 울부짖을 소
復 : 거듭 부 / 龍 : 용 용 / 금 : 말 더듬을 금
바람 일자 범이 울고 용마저 우짖누나.
(二)
狐狸滿山凡幾多 호리만산범기다
狐 : 여우 호 / 狸 : 살쾡이 리 / 滿 : 찰 만 / 山 : 뫼 산
凡 : 무릇 범 / 幾 : 몇 기 / 多 : 많을 다
여우 살쾡이 가득한 산 몇 번 지났을까,
回頭又問是甚마 회두우문시심마
回 : 돌 회 / 頭 : 머리 두 / 又 : 또 우 / 問 : 물을 문
是 : 옳을 시 / 甚 : 심할 심 / 마 : 어찌 마
마 : 靡에서 非가 빠진 글자 + 宏에 갓머리와 一자가 빠진 글자
고개 돌려 예가 어디인지를 다시 묻는다.
忽看披艸踏花跡 홀간피초답화적
忽 : 갑자기 홀 / 看 : 볼 간 / 披 : 나눌 피 / 艸 : 풀 초
踏 : 밟을 답 / 花 : 꽃 화 / 跡 : 발자취 적
홀연 풀을 헤쳐 보고 꽃자취를 밟아가나,
別徑何須更他覓 별경하수갱타멱
別 : 나눌 별 / 徑 : 지름길 경 / 何 : 어찌 하 / 須 : 마땅히 수
更 : 다시 갱 / 他 : 다를 타 / 覓 : 찾을 멱
다른 길을 무에 다시 찾을 필요 있으랴.
(三)
至今何必更聞聲 지금하필갱문성
至 : 이를 지 / 今 : 이제금 / 何 : 어찌 하 / 必 : 반드시 필
更 : 다시 갱 / 聞 : 들을 문 / 聲 : 소리성
지금 하필 그 소리를 다시 들을까,
揖白白兮踏靑靑 읍백백혜답청청
揖 : 읍할 읍 / 白 : 흴 백/ 兮 : 어조사 혜 / 踏 : 밟을 답 / 靑 : 푸를 청
밝고 찬란한 모습에 읍하고 뒤따라,
不離一步立看彼 불리일보입간피
立 : 설 립 / 看 : 볼 간 / 彼 : 저 피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서서 보노라니,
毛角元非到此成 모각원비도차성
毛 : 털 모 / 角 : 뿔 각 / 元 : 근원 원 / 非 : 아닐 비
到 : 이를 도 / 此 : 이 차 / 成 : 이룰 성
털과 뿔 본디 이런 것이 아니네.
(四)
已見更疑不得渠 이견갱의부득거
已 : 이미 이 / 見 : 볼 견 / 更 : 다시 갱 / 疑 : 의심할 의
不 : 아닐 부 / 得 : 얻을 득 / 渠 : 도랑 거
보았으나 잡을 수 없다 의심이 다시 들어
擾擾毛心亦難除 요요모심역난제
擾 : 어지러울 요 / 毛 : 털 모 / 心 : 마음 심
亦 : 또 역 / 難 : 어려울 난 / 除 : 섬돌 제
흔들리는 모심(毛心) 누르기 어려워라.
頓覺其비已在手 돈각기비이재수
頓 : 조아릴 돈 / 覺 : 깨달을 각 / 其 : 그 기 / 비 : 고삐 비
已 : 이미 이 / 在 : 있을 재 / 手 : 손 수
(고삐 비 = 戀에서 言대신에 車, 心대신에 口가 들어간 글자)
그 고삐 내 손에 있음 단박 깨치니,
大似元來不離居 대사원래불리고
大 : 큰 대 / 似 : 같을 사 / 元 : 으뜸 원 / 來 : 올 래
不 : 아닐 불 / 離 : 떼놓을 리 / 居 : 살 거
이는 분명 원래부터 떨어진 적 없었던 듯.
(五)
飼養馴致兩加身 사양순치양가신
飼 : 먹일 사 / 養 : 기를 양 / 馴 : 길들 순 / 致 : 보낼 치
兩 : 두 양 / 加 : 더할 가 / 身 : 몸 신
꼴 먹이고 길들이며 보호해 줌은
恐彼野性逸入塵 공피야성일입진
恐 : 두려울 공 / 彼 : 저 피 / 野 : 들 야 / 性 : 성품 성
逸 : 달아날 일 / 入 : 들 입 / 塵 : 티끌 진
혹여 저 야성이 날뛰어 진속(塵俗:속세)에 들어갈까 봐,
片時不待羈與絆 편시부대기여반
片 : 조각 편 / 時 : 때 시 / 不 : 아닐 부 / 待 : 기다릴 대
羈 : 굴레 기 / 與 : 줄 여 / 絆 : 줄 반
한시라도 코뚜레와 멍에가 없다면,
萬事於今必須人 만사어금필수인
萬 : 일만 만 / 事 : 일 사 / 於 : 어조사 어 / 今 : 이제 금
必 : 반드시 필 / 須 : 모름지기 수 / 人 : 사람 인
지금 모든 게 사람의 손이 필요하리.
(六)
不費鞭影任歸家 불비편영임귀가
不 : 아닐 불 / 費 : 쓸 비 / 鞭 : 채찍 편 / 影 : 그림자 영
任 : 맡길 임 / 歸 : 돌아갈 귀 / 家 : 집 가
채찍 그림자 쓰지 않고 귀갓길 맡겨두니,
溪山何妨隔烟霞 계산하방격연하
溪 : 시내 계 / 山 : 뫼 산 / 何 : 어찌 하 / 妨 : 방해할 방
隔 : 사이 뜰 격 / 烟 : 연기 연 / 霞 : 노을 하
산과 물 연기 노을에 막혔어도 무슨 방해가 되리,
春風未見香入牙 춘풍미견향입아
春 : 봄 춘 / 風 : 바람 풍 / 未 : 아닐 미 / 見 : 볼 견
香 : 향기 향 / 入 : 들 입 / 牙 : 어금니 아
봄바람 불지 않아도 풀향기가 입으로 들어오누나.
(七)
自任逸蹄水復山 자임일제수부산
自 : 스스로 자 / 任 : 맡길 임 / 逸 : 달아날 일 / 蹄 : 발굽 제
水 : 물 수 / 復 : 다시 부 / 山 : 뫼 산
물과 산으로 마음껏 뛰어다녀,
綠水靑山白日間 녹수청산백일간
綠 : 초록빛 녹 / 水 : 물 수 / 靑 : 푸를 청 / 山 : 뫼 산
白 : 흴 백 / 日 : 날 일 / 間 : 사이 간
종일토록 청산녹수에 노니네.
雖然已在桃李野 수연이재도리야
雖 : 비록 수 / 然 : 그럴 연 / 已 : 이미 이 / 在 : 있을 재
桃 : 복숭아나무 도 / 李 : 오얏나무 리 / 野 : 들 야
이 몸 비록 복사꽃 핀 들에 있어도,
片夢猶在小窓間 편몽유재소창간
片 : 조각 편 / 夢 : 꿈 몽 / 猶 : 오히려 유 / 在 : 있을 재
小 : 작을 소 / 窓 : 창 창 / 間 : 사이 간
선꿈은 외려 작은 창문 새로 들어오누나.
(八)
非徒色空空亦空 비도색공공역공
非 : 아닐 비 / 徒 : 무리 도 / 色 : 색 색 / 空 : 빌 공 / 亦 : 또 역
색이 공만인 것이 아니라 공 또한 공이거늘.
已無塞處又無通 이무색처우무통
已 : 이미 이 / 無 : 없을 무 / 塞 : 막힐 색 / 處 : 곳 처
又 : 또 우 / 無 : 없을 무 / 通 : 통할 통
막힌 곳이 없었으니 통할 것도 없구나.
纖塵不立依天劍 섬진불립의천검
纖 : 가늘 섬 / 塵 : 티끌 진 / 不 : 아닐 불 / 立 : 설 립
依 : 의지할 의 / 天 : 하늘 천 / 劍 : 칼 검
티끌 세상의 불립문자 천검(天劍)에 의지하니,
肯許千秋有祖宗 긍허천추유조종
肯 : 옳을 긍 / 許 : 허락할 허 / 千 : 일천 천 / 秋 : 가을 추
有 : 있을 유 / 祖 : 조상 조 / 宗 : 마루 종
어찌 천추토록 조종(祖宗)이 있음을 허용하리.
(九)
三明六通元非功 삼명육통원비공
三 : 석 삼 / 明 : 밝을 명 / 六 : 여섯 육 / 通 : 통할 통
元 : 근원 원 / 非 : 아닐 비 / 功 : 공로 공
삼명육통(三明六通)은 원래 힘쓸 것이 아니거늘,
何似若盲復如聾 하사약맹부여롱
何 : 어찌 하 / 似 : 같을 사 / 若 : 같을 약 / 盲 : 소경 맹
復 : 다시 부 / 如 : 같을 여 / 聾 : 귀머거리 롱
어찌 눈멀고 다시 귀 먼 것처럼 하라.
回首毛角未生外 회수모각미생외
回 : 돌 회 / 首 : 머리 수 / 毛 : 털 모 / 角 : 뿔 각
未 : 아닐미 / 生 : 날 생 / 外 : 바깥 외
돌아보니 털과 뿔이 밖으로 나지 않았는데,
春來依舊百花紅 춘래의구백화홍
春 : 봄 춘 / 來 : 올 래 / 依 : 의지할 의 / 舊 : 옛 구
百 : 일백 백 / 花 : 꽃 화 / 紅 : 붉을 홍
여전히 봄은 찾아와 백화가 만발하구나.
(十)
入泥入水任去來 입니입수임거래
入 : 들 입 / 泥 : 진흙 니 / 水 : 물 수 / 去 : 갈 거 / 來 : 올 래
진흙 속에도 물 속에도 마음대로 오가면서
哭笑無端不盈 곡소무단불영시
哭 : 울 곡 / 笑 : 웃을 소 / 無 : 없을 무 / 端 : 끝 단
不 : 아닐 불 / 盈 : 찰 영 / : 뺨 시
끝없이 울고 웃는 모습 얼굴에 드러내지 않네.
他日茫茫苦海裏 타일망망고해리
他 : 다를 타 / 日 : 날 일 / 茫 : 아득할 망
苦 : 쓸 고 / 海 : 바다 해 / 裏 : 속 리
훗날 망망한 고해(苦海) 속에서도
更敎蓮花火中開 갱교연화화중개
更 : 다시 갱 / 敎 : 가르칠 교 / 蓮 : 연꽃 연 / 花 : 꽃 화
火 : 불 화 / 中 : 가운데 중 / 開 : 열 개
다시금 연꽃으로 불꽃 속에 피게 하라.
(번역 : 동국대학교 김상일 교수)
첫댓글 대웅전 바깥쪽 뒤와 좌우벽에 그려진 소그림이 진리를 찾는다는건 알았는데... 그게 십우도 였군요...설명이 자세히 되어있어 많은 참고가 됩니다...깨달음 마져도 버려야 한다는 7~8번째와 중생을 제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