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articleno = "8754552"; 어릴 적 앓던 수두의 '성인용 버전' 면역기능 떨어졌다는 신호
HEALTH | 빨간 물집의 공포 ‘대상포진’
항상 자신감에 넘치던 Y과장. 공포가 가득한 얼굴에 한쪽 다리를 절며 진료실로 들어섰다.
2주 전 주말, 아버지의 별장에서 종일 낙엽을 쓸며 주변을 정리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쪽 다리가 아파오더니 피부에 물집이 잡히고 염증도 생겼다. 늦가을에 유행하는 풀독이 오른 줄 알고 집에 상비해둔 연고와 소독약으로 자가조치 했지만 급기야 통증에 잠이 달아날 정도로 악화일로였다.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듣지 않자 급히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Y과장의 왼쪽 허벅지는 피부이상과 물집이 뚜렷했다. ‘대상포진’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그에게 풀독이 아니라 ‘대상포진’이라고 말해주자 생기가 도는 듯하더니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상포진을 노인들이 앓는 질병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됐지만 왜 자기가 그런 병에 걸렸는지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Y과장의 말대로 대상포진은 한때 주로 60세 이상의 노년층에게 생겼던 질병이다. 그러나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발병하는 사례가 꽤 늘었으며, 인구의 20%가 평생 적어도 한 번쯤은 걸릴 만큼 흔한 질병이 되어 가고 있다.
대상포진의 원인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어릴 적 한 번 수두를 앓으면 그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척수 신경으로 들어와 살게 된다. 대부분 평생 얌전히 있다가 무덤으로 따라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심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특정 부위에 부분적으로 재발한다. 하나의 신경이 지배하는 피부를 따라 띠와 같은 형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상(帶狀)’포진이라 불린다.
주범은 ‘수두 바이러스’
병변은 수두와 거의 같은 양상이다. 우선 붉은색을 띠는 물집이 잡히고 그 자리에 딱지가 남게 된다. 항암제 치료를 받는 도중이거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 또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드물지만 전신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때 염증이 온몸에 나타나고 뇌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서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심하게 무리했거나, 면역기능이 떨어졌다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건강에 대한 일종의 ‘경계경보’인 셈이다. 그래서 대상포진으로 인한 증상 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대상포진이 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암이나 만성질환 등 심각한 질병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을 치료한 후라도 수두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재발할 수 있다. 대체로 한 번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람 20명 중 한 명이 다시 같은 병에 걸린다. Y과장의 경우 최근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피로가 쌓인 데다, 주말 동안 부친의 별장에서 육체노동으로 무리한 것이 분명한 원인으로 보였다.
다행히 최근 들어 대상포진을 겨냥한 약들이 많이 개발돼 치료가 매우 편리해졌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전형적인 신경통으로 과거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조절이 어려웠지만, 최근 많은 신경통 약제가 통증 조절을 훨씬 수월하게 해준다. 10년 전만 해도 대상포진을 치료하려면 한 번에 4알씩, 하루에 다섯 번 총 20알을 복용했다. 게다가 일주일 이상 매우 비싼 가격으로 먹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번에 한 알씩 하루 세 번, 일주일 정도만 복용하면서도 효과는 더 좋아졌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고 힘든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균이 피부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병이다. 주로 노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치료를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통증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일부 노인들의 경우 자살까지 감행할 정도다. 대체로 피부에 발진이 생긴 뒤 3일 이내 치료하는 것이 이런 증상을 줄일 수 있고 치료도 잘 된다. 그래서 가능한 발병 후 3일이 지나기 전에 대상포진 치료 약을 복용하도록 권장한다. Y과장은 피부 발진이 생긴 뒤 3일이 조금 지나서 방문하는 바람에 치료가 늦었지만, 다행히 치료 후에는 신경통이 나타나지 않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백신보다 ‘탁월’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대상포진을 향한 백신이 곧 우리나라에 도입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비록 다른 예방접종에 비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상포진의 절반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거의 70% 이상 막을 수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Y과장은 대상포진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있음이 분명했다. 회사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업무보다 자신의 몸이 더 소중함을 실감했다. 중단했던 운동을 시작하고 모임이나 회식은 가능한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굳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대상포진' 백신 '대상포진' 발병 50% 예방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고령성인들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고령 성인들 보다 대상포진이 발병할 위험이 절반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카이저퍼머넌트 연구소 연구팀이 '미의학협회저널'에 밝힌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야 할 적응증이 되는 모든 사람에게 접종할 경우 매년 수 만건 이상의 대상포진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을 수반할 수 있는 피부 발진 질환으로 수두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과거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약 25%가 생애 어느 시점에서건 대상포진을 앓을 수 있으며 특히 고령자들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대부분의 대상포진은 약물 치료를 통해 좋아지지만 종종 일부 환자들의 경우에는 몇 달이 지나도 계속 통증을 느낀다.
2006년 미 FDA는 수두바이러스의 약화된 형태로 부터 만들어진 대상포진 백신을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사용 승인한 바 있다.
60세 이상의 총 7만5000명 가량의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22만5000명을 비교한 이번 연구결과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1000명당 13명에서 대상포진이 발병하는 반면 백신을 맞은 사람의 경우에는 1000명당 6명 가랴엥서 대상포진이 발병했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71명당 1명 가량에서 대상포진이 예방될 수 있다"라고 강조햇다.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jang-eunju@mdtoday.co.kr)
머크 '조스타박스' 대상포진 발생 위험 55% 줄여
JAMA지에 실려
머크의 ‘조스타박스(Zostavax)’를 투여한 노년기 성인의 경우 대상포진의 발생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지에 실렸다.
조스타박스는 2006년 60세 이상 성인에 대해 미국 판매 승인을 받은 제품. 백신을 투여한 대상자의 경우 대상포진 발생 위험성이 5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의 헝-푸 쳉 박사는 이 백신이 연간 수만건의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을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조스타박스를 투여한 7만5천명의 환자와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22만7천명을 비교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