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천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생명의보고
김경일(시인/광주생명의숲 사무국장)
지난 7월 18일 향토음식박물관 세미나실에서는 한새봉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김재균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광주전남녹색연합과 광주생명의숲 등 광주지역 환경, 경제시민단체가 주관하는 광주 북부순환도로 개설 타당성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북구의회 의원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과 광주시 관계 공무원들도 함께해 여러가지 발전적인 논의와 대안제시가 잇따르리라 예상되는 자리였다.
행사를 마련한 측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민관 공감대 형성과 소통의 자리가 되기를 바랐던 시간이기도 하여서인지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이 근래 어느 토론회보다 집중되었고 뜨겁기만 하였다.
그러나 이런 지역민의 바람을 행정이 가슴을 열고 수용해주리라 생각하였던 것이 애초부터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끝내 시 감독관은 자신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마련했다고 한 세 가지의 대안 모두가 어렵다는 것으로 설계사를 앞세운 설명을 마치고는 대화와 소통의 문고리를 닫아 걸어버렸다. 그날 함께 자리하여 끝까지 소통의 장을 희구하였던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사회를 맡아 앞에 서있었던 필자도 가슴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날 행사에서 발표자로 참석한 광주대 최동호 교수는 시 도로정책과 북부순환도로 교통영향 검토에서 예비타당성조사에 쓰인 데이터의 미흡을 꼬집었고, 도로설계의 과다를 지적하였다. 즉 4차선 고속화도로로 설계하지 않아도 될 도로임에도 4차선으로 설계되어 환경훼손을 준다는 것이며, 또한 도로개설에 따라 버스정류장 등 주민의 편의성이 증대되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전남대 조동범 교수는 중자연으로서의 도로가 관통하는 도심의 앞산과 뒷산의 녹지생태의 중요성을 피력하였다. 또한 도로개설에 의해 생겨나는 주민의 피해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가장한 터널이 들어있지만 어쩔 수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생태단절의 심각성을 경고하였다.
지정토론에 나선 국회예산처 사업평가관 안태훈 박사는 도로개설 추진 방식의 순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회와 자치행정부의 관계의 올바른 자리매김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광주북부순환도로의 교통수요예측 결과의 정확도에 대해서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광주북부 순환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데 대해서 타당성조사 선행이 필요하며, 부적절한 타당성 조사 시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 사업취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도로와의 연결과 주변도로의 소통문제를 먼저 풀어내면 굳이 주민이 원하지도 않는 이 도로가 개설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광주전남녹색연합의 박필순 사무처장의 강변이 아니더라도, 아니 지역민들의 읍소를 넘어선 투쟁을 선포하는 항의가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한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도로의 개설에 대해 찬성할 시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잘 가꾸어진 숲을 헐고, 척박한 도심에 천만그루 나무를 심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한번 훼손하면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찬란한 보석이요 생명고리인 숲이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생명의보고임을 지역주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점을 위정자는 마음 깊이깊이 꼭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