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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8일 새벽 세시 반부터 늦은 아홉시 경까지 네 가족의 행복한 발자취를 몇 장 사진으로 되살립니다.
삶의 분주함도 일상의 피곤함도 우리 가족의 열정을 잠재우지는 못하였습니다. 두 가족이 같이 할 수 없는 아쉬움을 안고 야반도주하듯 부랴부랴 챙겨서 새벽길을 나섰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풍이 아름답다는 내장산, 그러나 멀기도 하지만 그 거리보다 더 많은 인파와 차밀림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2008년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1시간 여를 달려 휴게소에서 떡과 빵, 군고구마, 과일, 그리고 몸에 좋은 와송 마차를 곁들여 간단히 새벽 내장의 허기를 속이고, 다시 길을 재촉하여 내장산IC를 지나 아침 일곱 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내장산 주차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가까운 1주차장은 벌써 만원이어서 넓은 제2주차장에 차를 놓고 새빨간 단풍길을 따라 내장사 일주문을 향하여 수많은 단풍 인파에 밀려 걸음을 옮깁니다.
단풍 색깔보다 더 다양한 옷차림과 단풍처럼 상기된 발그레한 행복한 얼굴을 마주보며, 올 해는 날이 가물어 나뭇잎이 시들어버려 단풍이 곱지 못하다느니 하지만 이 곳 저 곳의 붉고 노란 색깔에 탄성을 지릅니다.
십 여분을 걸어 회장님 부부는 독자적(?) 단풍 구경의 길을 떠나고 나머지 세 부부는 길을 재촉합니다. 내장사 못미쳐 케이블카가 산중턱에서 숨가쁘게 오르내립니다. 등산객에게 케이블카는 참 이율배반적입니다. 타보지 않고 내려오면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담에 애인하고 오면 함 타봐야지요^^*
이십 여 분을 걸어 내장사 일주문에 도달하여 오른쪽 벽련암을 향하여 오름길로 향합니다. 그 많던 인파가 십분의 일 정도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가파른 오름길을 굽이 굽이 돌아 오르며 이마에 솟는 땀을 연신 훔치며 훔을 헐떡이면서도 오색 스펙트럼의 조화에 힘든 줄을 모릅니다. 벽련암에서 서래봉을 우러러보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곁들여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저 아래 내장사와 벽련암이 굽어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도착, 새벽잠 설치며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과 여성 동지들 눈치 받으며 산 아래서 장만한 좁쌀 동동주를 곁들여 꿀맛보다 더 단 늦은 아침밥을 먹습니다. 도시락 맛도 맛이지만 동동주 한 잔에 배는 쑥 불러오고 앞에 앉은 가족들이 더 살갑고 단풍도 더더욱 짙게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아침 만찬을 거두고 624m의 서래봉 정상으로 향합니다. 논의 흙덩이를 부수거나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는 데 쓰이는 써레와 그 모양이 닮았다는 서래봉에는 벌써 산객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눈에 가슴에 담고 잊을까봐 카메라에도 담고 또다시 맞은편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선 암봉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서래봉에서 불출봉까지는 능선길이 죽 이어진 것으로 보였는데, 험한 암릉을 우회하는 산길이 수십 미터를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철계단의 연속이어서 제법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고, 산에서도 병목에서는 지체가 발생하여 기다리는 시간도 제법 길었습니다만 조화로운 단풍으로 너그러워진 마음 씀씀이가 길을 양보하고 이끌고하는 훈훈한 모습들을 보면서 느긋하게 걷다보니 610미터의 불출봉에 이르렀습니다.
기막힌 산세 보다는 오색의 황홀한 단풍이 아름다운 전망 좋은 곳에서 기념 촬영을 뿌듯하게 마치고 내림길로 발걸음도 가볍게 내려섭니다. 십여분을 내려오니 큰 바위 아래 무슨 절터가 있었다고 하는데 육이오때 불에 타 없어졌다네요.
내장산 중턱에는 서기 636년(백제 무왕)에 영은조사가 50여 동의 큰 절로 창건한 영은사와 660년(백제 의자왕)에 유해선사가 세운 내장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1098(고려 숙종) 행안선사가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고, 1557년(조선 명종), 1639년(인조), 1779년(정조) 때 중수하고 요사채를 개축하였으나, 6.25로 말미암아 1951년 불에 탄 것을 마지막으로 창건 이래 다섯 번의 화재가 발생하였고 지금의 대웅전은 1958년에 중건하였고, 기타 일주문, 명부전, 사천왕문 등은 1974년 국립공원 복원계획에 따라 신축되었습니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화마에 다 날아가 버리고 딱히 내세울만한 문화재가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단풍객들 속에서,,, 현재 우리의 삶의 흔적에 오랜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면 그게 바로 문화 유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소문대로 내장산의 단풍은 말로 표현 못할 아름다움을 가졌습니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 짜면, 물에 헹궈 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속의 한 구절을 되뇌게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들, 나름의 추억을 담기 위하여 사진을 찍는 사람들, 한적한 나무 뒤를 찾아 눈들을 피해 두 손을 맞잡고 부비는 연인들, 한 두개 단풍잎을 따서 머리에 꽂은 선녀들, 낙엽을 눈처럼 날리며 조잘대는 아이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앞서고 뒤따라 달리는 아줌씨들, 쉼터 막걸리의 유혹에 파전을 안주 삼아 마신 한 잔 술에 단풍보다 더 붉은 낯빛이 되어 톤이 높아진 여유로운 또는 삶의 무게를 모른 척 감추는 머리 희끗한 중년의 아저씨들,,,
우리도 이 단풍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요. 신혼 모드로 돌아가서 버터향 풍기는 사진을 연출합니다.
일주문을 나서서 걷는 아스팔트 포장길이 발바닥과 관절에 아픔을 줄 즈음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오랜 시간 지루하셨을(?) 회장님 부부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오늘의 행복한 산행을 마쳤습니다.
오후 2시쯤 대방동으로 향합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오다가 백양사 휴게소 뒤뜰 송림 아래서 끓여 먹는 라면의 맛, 먹어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우리 동네 촌마을에서 오카프리오님의 막걸리와 삼겹살로 오늘의 단풍 놀이를 마감합니다.
저번 주에 다녀온 송치홍님, 바로 다음 날 나선 이형래님 잘 다녀 오셨는지. 같이 했으면 더 많은 웃음과 추억이 남았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담엔 같이 가요~~~
아침 8시경 내장사 가는 길가의 단풍
일주문 가는 길에 다리에서 바라본 앞산
오랜 가뭄에 시달린 모습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내장산 단풍입니다.
아침 7시 40분경인데 단풍 구경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들도 우리처럼 새벽 3시 반에 출발했을까요???
내장사 가는 길입니다. 가끔씩 25인승 셔틀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우린 걸었습니다.
길가 왼녘 잔디밭 너머로 두 그루 붉은 단풍 아래 자그마한 다리가 앙증맞습니다.
맑은 아침 우화정이 자리한 고요한 저수지에 투영된 산그림자에도 단풍색이 곱습니다.
지상의 붉은 단풍과 수면에 반사된 검정색 실루엣이 조화롭습니다.
산에 빨리 오를 욕심을 낸 사람은 아마도 못 봤을겁니다.
케이블카 타는 장소 근처입니다.
발갛게 익어 가는 감도 단풍색을 닮았습니다.
한 시간 쯤 걸어 8시 20분에 내장사 일주문에 이릅니다. 이곳에서 오른쪽 벽련암으로 산길을 오릅니다.
벽련암을 향하여 세 가족이 두런 두런 삶을 나누며 온통 붉은 숲 속을 걸어갑니다.
8시 40분에 벽련암에 도착했습니다. 암자 기왓담장 위로 서래봉이 보입니다.
서래봉을 향하여 굽이 굽이 오르다 바라본 맞은 편 산입니다.
10여 분을 더 올라 전망 좋은 곳에서 신선봉 방향을 바라봤습니다.
10시쯤 아침을 먹고 바라본 하늘 풍경입니다. PL 필터 없이도 제법 새파랗습니다.
서래봉 가는 길이 순탄한 능선길로 보였는데 실상은 한참 내려갔다가 또 한참을 올랐습니다. 아침밥을 먹어 힘이 솟아 서래봉 가는 데는 끄떡없습니다.
서래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 내장산의 주봉인 신선봉입니다. 저 뒤편 두리뭉실 약간 뾰족한 산이 신선봉입니다. 다음에 내장을 찾으면 꼭 일주를 해봤으면 합니다. 나름대로 암릉 능선이 좋답니다.
서래봉 가는 길입니다.
서래봉 오르는 급경사로 길이 코에 닿을 지경입니다.
10시 20분 경, 왼쪽으로 벽련암 오른쪽으로 내장사가 굽어보이는 봉우리에 도착했습니다.
오른쪽부터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입니다. 신선봉까지 일주를 하고픈 맘도 있지만 아래서 기다리는 회장님과 우리의 귀가길을 생각하여 불출봉을 돌아 하산할 계획입니다.
선남선녀
뒤로 서래봉, 불출봉, 연지봉이 보입니다. 그 연봉들 보다 앞선 사람들이 훠~ㄹ아름답습니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한 컷 더, 난 왜 없지???
역시 사람이 빠지니 뭔가 허전합니다.^^ 사람 없는 조용한 산을 찾아 그 중에서도 사람 없은 한적한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가져온 밥들을 먹으며 사람없는 조용한 곳이 좋다고들 하지만, 실상 사람이 빠지니 단풍도 빛을 잃습니다.
서래봉에서 불출봉 가는 길에 한참을 내려가 오름길의 서래 약수터에서 잠깐 휴식을 취합니다. 날씨가 가물어 샘은 말랐습니다.
불출봉 가는 길에 정체가 생겨 잠시 멈춰 섰습니다.
짧은 구간이지만 바위 능선을 타는 재미도 있었지요.
지나온 서래봉입니다.
내장 저수지와 저 멀리 정읍시내가 보입니다.
앗!!! 저 멋있는 분이 누구시죠??? 폼 쥑입니다요~~ 크게 확대해야겠는데요.
11시 30분에 622미터의 불출봉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따라 사진빨 잘 받습니다.
불출봉에서 바라본 깊어가는 가을 산자락입니다. 제법 멀리까지 겹겹이 능선을 이루었습니다.
하산길에 잠깐 쉬면서 귤 까먹으며 찍은 굴참나무입니다. 내장사 주변은 당단풍으로 붉고, 8부 능선은 단풍 나무의 붉음과 굴참나무의 갈색, 느티나무의 노랑이 어우러져 내장산의 가을빛을 빚어냅니다.
잎사귀의 일곱 가지가 분명한 당단풍
굴참나무
당단풍
가파른 내리막길, 정오를 넘겼습니다. 이제 내장사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색 영롱한 가을 숲
원적암 경내의 가을 국화, 모두들 단풍에 눈길을 빼앗기지만 국화도 탐스럽게 가을을 빛냅니다.
원적암은 별 볼품이 없지만 천연기념물 제153호인 비자림이 푸른색을 섞어 냅니다. 붉은 단풍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면서도 또 한편 부드럽게 잘 어울리는 비자림. 그 속을 걷는 우리도 한 그루의 비자나무가 되었습니다.
비자나무 아래서
그렇게 가물었는데도 수목은 어디다 저런 고운 색깔을 간직했다 풀어낼까요?
12시 50분에 내장사에 도착했습니다. 노란 은행, 붉은 단풍 그리고 사람들이 어우러져 늦은 가을을 노래합니다.
내장사
!!!
써레를 닮았다는 서래봉. 우리가 빙 돌아서 내려왔습니다.
내장사 단풍1. 우리 마눌이 찍으라고 명령을 해서^^*
내장사 단풍2. 잘 못 찍었다고 뭐라할까봐^^-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연출된 사진입니다. 신혼 분위기 내끼라꼬...
1.
2.
3.
단풍보다 예쁜 그녀들!
단풍이 잘 어울리는 세 남자!
저 사진 잘 나왔을까요??? 그 새 사진사로 차출되신 우리 총무님.
오후 1시를 넘긴 하산길입니다. 기다리는 회장님 생각에 발길을 재촉하지만 수많은 인파와 붉은 단풍 때문에 발걸음에 영 속도가 붙질 않습니다.
내장사 단풍3. 우리 마눌이 또 예쁘다고 낙점해서 안찍으면 찍힐까봐서^-^*
내장사 단풍4. 요놈은 멋지게 찍어보려는 맘에. 회장님 빨강테 렌즈 있었음 더 붉게 나왔겠지요.^~^
이제 20여분만 가면 끝입니다. 아스팔트의 딱딱함이 발바닥을 자극하지만 눈에 가슴에 온통 단풍이 들어 앉아 마냥 즐겁습니다.
하산 길에 한 컷 더!
즐거운 여행, 오붓한 만남 가슴에 오래 오래 남을겁니다.
첫댓글 으와 1등이다~~~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10시부터 간혹 들러봤는데 방문객수가 아주 많군요 (난 4번들렀다) 좀 있다 들리면 단풍을 볼수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오매 좋아부러유, 정말 거시거 허유.
오늘은 월요일, 나름 바빠서 7시 10분에야 다 올렸습니다. 즐감하세요.
단풍사진 너무 좋고, 산행기도 등장인물도 너무 좋습니다.....즐감!! 즐감!!입니다.
아름다운 단풍, 정감 느끼게 하는 한마디한마디 ~~~ 일요일 딸들 보낼때까지 정신없이 바쁜 일정 이었지만 후회 안합니다. 아!!! 행복합니다.(^^**^^) 담 일정이 기대됩니다.
시방까정 방문객수가 36명입니다. 완죤 대박인디유~~ 단풍의 고운 색깔이 아직 가슴에 있습니다. 책임져주셔요 ^^:;
형형색색의 단풍과 형님내외분들의 해맑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기다리다 깜빡한 사이에~~늦었습니다. 넘 많이 기다렸어요... 너무 너무 이쁜 모습에 보는 내내 입꼬리가 내려오질 않아요. 다음은 언제쯤일까?????아시는분~~
좋은글과 좋은사진에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 고이 간직하였다가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때 조용히 혼자 열어보면 저절로 웃음이 날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제일주차장 주차비 만원이였어요? 제2주차장은 5천원 받던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