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행 "2박3일 화중종주"》
- 마지막날 -
■ 벽소령에서 천왕봉으로..!! 그리고..
1400m의 나름 높은 곳에 위치한
벽소령대피소에서의 하룻밤은 밤새도록
강,약의 바람이 프로그램을 저장이라도
한듯 규칙적인 활동으로 강할때는 건물이
흔들릴 정도 인 것 같고, 그리고 서서히
약해지고, 또 강해지고...
새벽 4시가 넘어가니 2명의 산행자는
기상하여 베낭을 챙기며 산행준비와
함께 이마에 렌턴을 부착하고 나갔다
밤새도록 돌아가는 열풍기 소음과 열기
때문에 두통과 함께 머리가 지끈거렸고,
쉴새없이 불어대는 바람소리와, 녹초가
된 육신과 가누기 힘든 하체 때문에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다 거의 뜬눈으로 하얀
밤을 보낸 것 같다
아침 6시20분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피소 직원에게 부탁하여 정말 어렵게
뜨거운 물을 지원받아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고, 남은 물은 보온병에 커피와 함께
채워서 마실 수 있었다
라면과 커피로 배를 채운뒤 07시10분쯤
대피소를 나와 천왕봉으로 향한 힘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흰구름이 둥실 둥실 떠돌며
짝을 찿고 있는 듯 보였고, 바람도 약하고
기온도 괜찮다고 느낄 정도였다
벽소령대피소와 주변 경관을 카메라에
담은뒤, 완만한 오르막으로 시작하는
오늘 일정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컵라면과 커피로 연료를 보충해서인지
나름 씩씩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움직이며
'덕평봉' 《1,522m의 덕평봉은 정상부가
각이 지지 않고 평평한 것이 덕스러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임》 부근을
지나 갈 무렵, 기다렸다는듯 갑자기 강한
바람과 함께 하늘에서는 먹구름이 바쁘게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지리산은 회색 물결
속으로 사라졌고 급기야 하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펼처진 지금의 상황은
어제 코재부근에서의 상황과 시간등..
일련의 상황이 너무 똑같아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분명 존재하는 것
같고, 내가 깨달아야 할 그 무엇이 있는 것
으로 판단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면서
한걸음 두걸음...
덕평봉을 지나 어느덧 '칠선봉' 《일곱
개의 바위가 오밀조밀 모여서 정상을
이룬 모습이 마치 일곱 선녀가 한자리에
모여 노는 형상과 같다고 해서 칠선봉
이라 함》에 도착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던가..
수컷의 본능으로..^^
'일곱선녀' 의 단어가 주는 행복감으로
일곱개의 바위를 둘러보면서 잠시
일곱선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황홀한 기분^♡^을 만킥했지만,
금방 망상의 번뇌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가다 듬고 '영신봉' 《신령스런 봉우리》을
지나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여 보온병에
남아있는 따끈한 커피 한잔과 함께
잠깐 동안 편안하게 쉼을 했다
달콤한 커피 한잔의 소중함을 전신으로
느낀 귀중한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힘을
내어 영치기 영차를 마음으로 부르짖으며
'촛대봉' 《1,704m의 촛대봉은 한 여인이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촛대를
켜고 천왕봉을 향해 빌다가 돌로 굳어
버린 모습이라 함..》에 도착했다
촛대봉에 오를려고 시도했으나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시야를 가렸고 또한
바닥의 빙판이 걱정되어 다음 기회로
패스하고, '삼신봉' 《세 명의 신이 놀았던
봉우리임》 부근에 도착할 즈음..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며,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시야가 확트이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 환경 때문에 즉시
카메라와 비디오에 이곳저곳을 담고..
다시 출발하여 '연하봉' 《1,730m 연하
봉은 구름이 노는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뜻으로 ‘지리산 8경’ 중의 하나임》 부근
으로 접근하고 있을때 하늘에는 또다시
먹구름과 강풍, 그리고 눈보라가 이어
지며 회색물결속으로 지리산을 사라져
버렸다.
체내의 영양분이 모두 소진되어 하체까지
이동할 연료가 전혀 없는듯..그래서 내 몸
각 기관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상황
으로 바뀌었는지...^^ 하여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은 강추위 속에서도 얼굴과 이마에
식은땀이 되어 뚝뚝 떨어진다
연하봉을 찍고 영치기 영차를 외첬고..
때로는 목이 터져라 소리도 지르며..
(산행자가 전혀 없었슴) 얼마 남지 않은
'장터목'으로 한걸음 두걸음...그리고
오르막에서는 엉금 엉금 네다리로..
와중(渦中)에 어느덧 "장터목" 《장터목
은 옛날 천왕봉 남쪽 기슭의 산청 시천
주민과 함양 북쪽 마천 주민들이 매년 봄
가을 이곳에 모여 장을 세우고 서로의 생
산품을 물물교환 한 장소임》에 도착했다
"벽소령에서 출발하여 이곳 장터목까지
산행동안 단 한명의 산행자도 만나지
못한 오로지 나 홀로의 산행길이었다.."
장터목대피소에 들어가 베낭을 풀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베낭속의 보온병에
남겨진 한잔 정도의 마지막 커피를..
마지막 충전 연료를.. 체내에 들여보내고
잠깐의 쉼을 육신에게 허락했다
☆☆ 장터목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
적자생존의 세계..시기와 질투가 만연
하고, 약육강식하며.. 오로지 제로섬
법칙으로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정글의 법칙만이 상존하는
세계에서 번뇌와 망상을 붙들고..
번뇌와 망상에 사로잡혀 허우적대고
있는 나 인가..?
아니면 사바세계의 작악(作惡)과 잡회
(雜膾)의 세계에서 벗어나, "전도몽상"
(顚倒夢想), 《전도몽상은 사물을 거꾸로
보고 있으면서 제대로 보고 있다고 착각
하는것, 꿈을 현실로 착각하는것, 영원
불변 할 것 이라는 착각》의 참 이치를
깨달고, 사바세계 맞은편 저 건너에 있는
피안(彼岸)의 정토 세계를 곁눈으로라도
살피면서 그곳으로 건너갈 작정을 하고
있는 나 인가..?☆☆
잠시 쉼을 하며 '전도몽상'을 화두로
깊은 상념에 빠져 들어갔다
잠깐의 쉼이었지만 허기진 육신은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한 듯 하여, 심호흡과 함께
심기일전 한뒤 지근거리에 있는 천왕봉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 했다
'천왕봉 1.7키로' 라는 이정표가 나타났고
마음속으로 천왕봉1.7키로..를 수없이
외치며 수직 오르막인 천왕봉길을..
화엄사입구에서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동행하고 있는 나무가지 지팡이에 안전을
의지하며 영치기 영차.. 한발두발..
오르면 오를수록 거센 바람이 육신을
파고들어 뒤흔들고..그리고 잠잠해지는..
바람의 강약이 그 어떤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듯 그 간격 또한 정교하다
강풍과 맞장 떠가며 조심스럽게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제석봉'
《1,808m의 제석봉은 천왕봉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고 제석천왕이 자리하며
천왕봉을 보호하고 있다 함》를 지나고
있었고, 제석봉 좌측으로 돌아가자
맞은편으로 우뚝 솟은 웅장한 모습을 한
'천왕봉'이 내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
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왔다
웅장하고 도도한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
보면서 잠깐이지만 많은 생각를 하였고,
다시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여
드디어 천왕봉 바로 아래의 '통천문'
(通天門) 《하늘과 통한 문이라 하며,
옛부터 부정한 자는 출입을 못한다는
전설이 있다》에 도착했다
통천문에 설치된 철 계단을 오르니
바로 저 앞에 천왕봉 정상이 나타났고..
네발을 이용하여 암벽을 기어오르니
드디어.. 천왕봉 정상비석과, 비석에
새겨진 '비문'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시작되다》과, 그리고 엄청난 강풍이
나를 격하게..그리고 반갑게 맞이한다.
《'천왕봉'은 마고(麻姑)성모가 하늘에서
처음 지상에 내려와 자리 한 곳 이라 한다
마고성모는 천왕성모, 마고할미, 천왕
할매, 마고할망, 마고선녀..등으로 불리
지만, 본명은 마고(麻姑)이고, 할미 할매
할망은 존칭이라 한다
천왕성모는 천지창조의 주인인 율려
(律呂)이고, 이 율려에 의해 우주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마고가 탄생하며
창조신, 여신 또는 거인신 이라고 한다
마고성모는 지리산 천왕할매로 알려져
있는 천왕성모이고, 마고시기부터
지금까지 우리민족을 보호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수호신이라 한다》
정상 비석과 비석에 새겨진 비문을 마주
하고 (아니 어쩌면 마고할매와 마주했는
지도..아니 마주 했을수도..^^) 한참동안 서
있다가 동서남북을 바라보니 감구지회
(感舊之懷)'감회'가 남다르다.
천왕봉 정상 역시 아무도 없는 나 혼자만
의 천왕봉이었고.. 다행스럽게도 바람만
강약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을뿐..
눈도.. 먹구름도.. 회색 물결도 보이지
않은.. 쾌청은 아니지만 맑은 날씨를
아둔한 범부에게 선물해주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어 이곳저곳.. 정상비석을
모델로 셀카 놀이와 비디오를 돌려가며
지리산 동서남북 전체를 삥둘러 담고
있을때.. 중산리 방향에서 젊은 남녀가
올라왔고, 나는 기다렸다는듯 그들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하여 정상비석을 모델로
멋진 인증샷을 남겼다, 그리고..
천왕봉과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와 함께 중산리 방향
으로 하산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천왕봉에서 개선문과 법계사를 지나
중산리의 버스터미널까지 약10키로
정도 하산길인데 넘 멀게만 느켜진다.
법계사를 한참 지나 하산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저 앞에서 남자 산행자 한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는듯
휴대폰을 건네며 사진촬영을 부탁하여
여정 마지막의 하산길 인증샷을 남겼다..
중산리탐방안내소 근처에 도착하여
산행동안 내내 동반자가 되어 버팀목이
되주며 무사고와 안전산행에 큰 도움을
준 지팡이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감사의
인사와 함께 그의 고향인 자연으로 다시
돌려 보내주면서..2박3일간의 《지리산
"화중종주"》의 긴 여정을 감사한 마음
으로 기쁘고 즐겁게 끝맺음을 한다..
이후 중산리탐방안내소에 16시30분쯤
도착하면서, 오늘 벽소령에서 출발하여
중산리까지 9시간30분의 산행기록을
남겼다.
하여 전일정 산행시간은 19시간15분
정도의 기록을 남겼으며, 중산리 버스
터미널에서 진주터미널로 이동하였고,
18시30분발 서울행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남부터미널에 22시40분경 도착한뒤
귀가했다..
《후기글을 마치면서 2/3일간 지리산행
과정의 희노애락 모두를 깨끗하게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계묘년 1/27(금), 지리산행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