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엠파이어웨딩홀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인천남부소방서 구용모(具龍模.49)소방장의 아들 교선(18)군과 은정(16)양은 2일 인천 중앙길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아버지 빈소에서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연방 눈물을 흘렸다.
구씨는 수능 시험을 불과 한달여 앞둔 교선(인천 송도고 3년)군을 매일 아침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다른 대원들보다 1시간 가량 앞선 오전 7시께 출근, 누구보다도 아침 업무를 일찍 시작하는 소방관이었다.
박봉 속에서도 칠순 노모를 모시며 아내 유순금씨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온 구씨는 사고 당일 아침에도 교대 근무자가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오전 6시 집에서 서둘러 차례를 지낸 뒤 출근할 정도로 남을 먼저 배려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동료 소방관들은 "구 소방장은 화재 현장에서 항상 앞장 서는 소방관으로, 후배 소방관들에게 항상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들어 오지 말라'는 얘기를 해 왔다"고 말했다.
구씨는 사고 당일 오후에도 오는 9일 화재진압기술훈련 평가에 대비, 후배 소방관들을 데리고 사다리전법 훈련을 벌이는 등 매사에 최선을 다해 오던 소방관이어서 동료 소방관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추석명절인 1일 6층 건물에서 원인모를 불이나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 등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7시38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 1동 1140소재 엠파이어빌딩 (지하 1층, 지상 6층) 2층에서 일어난 불로 진화작업을 하던 인천남부소방서 구월소방파출소 소속 구용모(50) 소방장과 이동원(31)소방사 등 2명이 숨지고, 이달영(40) 소방교는 전신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
또 3층 뷔페식당으로 피신해 있던 이 건물 임차인 권희국(60.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도 3층까지 퍼진 불로 숨지는 등, 모두 4명의 사상자와 6천만원 상당(경찰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소재 인천중앙길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화재 현장= 이날 오후 7시38분께 화재신고를 접수한 인천남부소방서는 7시 41분께 구월. 만수. 서창소방파출소 등 인접 소방파출소 소방차 5대와 소방관 15명을 선착대로 현장에 출동시켰다.
선착대는 2층 웨딩홀 내부의 카펫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에서 나오는 유독성 가스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50분만인 이날 오후 8시 30분 불길을 완전히 잡는데 성공했다.
◇사고 및 구조작업= 화재발생직후 제일먼저 도착한 구 소방장 등 소방관들은 엘리베이터로 3층에 진입, 발화장소인 2층의 불길을 잡으려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면서 쓰러졌다. 구 소방장과 이 소방사, 권씨는 가스에 질식, 불길에 갇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불을 처음 핸드폰으로 신고한 권씨도 이 건물에서 혼자 기거하다 같은 변을 당했다.
인천소방본부는 남부소방서 등 인천남부소방서 구조대 176명과 소방차 27대를 현장에 추가투입했고, 오후 7시 50분께 3층에 쓰러져있던 이달영 소방교를 구해냈다.
이어 오후 8시 30분께 화재를 완전히 진압한 구조대는 3층 계단통로에서 구 소방장과 이 소방사, 권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화인 및 경찰수사= 경찰은 전기합선에 의해 화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발화지점인 2층 천장이 심하게 탄 흔적이 있는데다, 카펫 등 인화물질이 많은 점으로 미뤄 전기합선으로 튄 불똥이 카펫으로 옮겨붙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추석연휴 예식도 없는데다, 지난달 30일 전원을 모두 차단하고 퇴근했다'는 직원들의 말에 따라 합선이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한가위를 덮친 화마가 귀중한 목숨들을 앗아갔다. 대부분의 가정이 고향집에서 오순도순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던 1일 오후 7시30분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1동 엠파이어 웨딩홀 화재현장에서는 인명을 구하러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추석날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곁에는 명절에도 24시간 생명을 걸고 불을 잡기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치고는 그 대가가 가혹하다. 지난 3월 서울 홍제동 상가화재현장에 뛰어들었다가 6명의 소방관이 숨진 기억이 생생한데, 또 이같은 사고소식을 듣는 우리의 심정은 비통하다.
숨진 두 소방관의 사연도 가슴 아프다. 구용모(具龍模·49) 소방장의 경우 13평 연립주택에서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는 화재현장에서 입버릇처럼 후배들에게 “내가 먼저 들어가기 전에는 들어오지 말라”며 앞장을 섰다고 한다. 그는 이날도 동료가 차례를 지내러 갈 수 있도록 교대근무를 자청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원(李東垣·31) 소방사 역시 미국 유학을 다녀 오고서도 남을 위하는 삶을 살기 위해 소방관의 길에 들어선 의지의 젊은이였다. 환경미화원 생활로 아들을 뒷바라지 해온 이 소방사의 부모나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구 소방장의 고3 아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오열에 무어라 위로의 말을 찾기 힘들다.
이처럼 소방관들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지만,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나 구조적인 문제점은 거의 바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홍제동 사고 이후 음지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되었으나, 정부의 개선책은 의무소방관제 실시와 방호활동비 월 10만원 인상이 고작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여전히 1인당 담당인구가 미국보다 10배나 많은 상황에서, 낡은 진압장비를 가지고 용기와 신념에만 의지한채 화재현장을 지키고 있다.
또한 진압과정에서 화상을 입어 입원치료를 받더라도 보상금은 커녕 의보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당수의 외국제 화상치료약값 부담에 시달리는 딱한 형편이다. 거듭되는 소방관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소방청 독립을 비롯 소방공무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우선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순직한 소방관들의 명복을 빈다.
출처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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