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54·국어국문학과) 교수의 투신자살로 부산대가 총장선거 직선제 복귀를 결정(본지 20일 자 1면 보도)한 데 이어 다른 8개 국립대 교수회가 직선제 복귀를 선언했다. 부산대 사태가 전국 국립대 총장 선거 방식의 변화에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는 20일 부산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경북대 강원대 등 9개 국립대학의 교수회가 참가한 이날 총회는 애초 제주도에서 3일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고 교수 투신 이후 총회 장소를 부산대로 변경했다.
이날 거국련은 '고현철 교수님의 뜻을 기리는 거국련의 결의'를 통해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교육부는 이른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미명하에 국립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훼손해 왔다"며 "재정적 지원을 미끼로 한 압박에 국립대학들은 어쩔 수 없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며 굴종의 세월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거국련 소속 교수회는 교육부의 압력에 의해 본부가 수용한 위법적이고 기형적인 간선제인 '임의추출식 총장추천위원회 선출방식(이른바 로또식 선출방식)'을 폐지하고 직선제 총장선출 규정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대를 포함해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하고 있는 9개 거국련 대학들이 앞으로 직선제로 학칙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거국련은 교육부의 행정·재정적 압력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거국련 측은 "교육부가 직선제로 선출한 총장에 대해 임명 제청을 거부하거나 해당 대학에 대해 불이익을 가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직선제 복귀를 실현하기 위해 거국련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학본부 측과 직선제 복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필요할 경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와 연대, 수업거부 등 총력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전국 교수회를 소집하고 고 교수 추모 사업도 전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각 지역을 대표하는 거국련 교수회가 부산대를 지지하고 나선 만큼 나머지 국공립대학에 미칠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국공립대학은 총 39곳이다. 거국련 권진헌(강원대 교수) 상임의장은 "조만간 전국교수대회 등을 통해 '직선제' 수호 열망을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