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포 수로에서 폭우를 만나다.
2012년8월14일
갑자기 손맛이 그리워진다. 지난주에 봉재지를 갔다 왔지만 금년에는 아직도 제대로 손맛을 못보아서 골몰하던중, c형은 선약이 있어 못가신다기에 나와 c아우님과 둘이서 강화도에 있는 구리포 수로에 가기로 했다.
8월14일 08시30분에 만나서 아라뱃길옆 도로를 따라 강화도로 달렸다. 구리포 수로는 금년 1월 겨울에 얼음낚시하러 한번 갔던 곳이다. 그리고 이번이 2번째이나 여름낚시는 처음이다.

< 구리포 수로 전경 >
구리포 수로는 초지대교를 넘어 우회전하여 5분여 거리에서 강화 전등사방면과 서울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서울방향으로 직진하여 가다보면 왼편에 수로의 수문 다리가 나온다.
수로의 폭은 수문이 있는 쪽에는 30~40m로 꽤 넓다.
수문이 있는 부근에는 이미여러 팀들이 와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알려진 정보로는 주간에는 잔챙이가 많이 나오고 밤에는 중치급 또는 잉어가 나온단다.
금년 1월에 얼음 낚시 왔을 때는 수문쪽에서 월척급 붕어를 여러마리 잡는것을 목격한 봐 있어 그때에는 반드시 여름에도 한번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실천 하는 것이다.
비록 잔챙이라지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미리 온 조사님들에게 조황을 확인하니 역시나 잔챙이 판이었고 별로 잡지도 못하고 있다.

< 우리가 낚시할 위치에서 우측 전경 >

< 좌측 전경 >

< 수로중앙에는 물풀이 있어 분위기는 좋았다 >
마침 수로 중앙에 물풀이 있고 분위기도 괜찮아 보이는 곳에 포인트를 잡았다.
나는 2.5칸 2대 3.0컨 1대를 c아우는 2.0칸1대. 2.5칸 2대 로 편성 하였다. 하늘이 프르고 구름이 높은 청명한 가을날씨처럼 보였으나 기온은 33도를 육박하는 폭염이였다.
나는 가운데 3.0칸 그리고 좌,우 양쪽에 2.5대로 각각 채비를 물풀과 가장 가까운 경계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우측에는 c 아우님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채비를 하는동안 티 샤츠 를 모두 적실 정도로 땀이 났다.
그래도 파라솔 아래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의자에 몸을 기대니 강태공의 중독증에 깊이 빠져있는 우리는 폭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감에 빠져 들 수 있었다.
우리들의 낚시는 풍류가 우선된다.
12시가 넘었다, 당연히 한 잔 할 시간이다. 훈제오리를 후라이판에 다시 구워가며 그것을 안주 삼아 막걸리로 폭염이 내리쬐는 구리포 수로에서 파라솔을 의지하여 먼산까지 또렷이 보이는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한잔하는 맛은 삶의 맛을 한결 부드럽게하는것 같은 느낌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 c아우님 모습 >

< 나는 주체 할 줄모르는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다 >

< 정갈한 주안상 >
생각보다 자주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어서 다행이었다. 낚싯대를 드리운 바로 옆자리에서 주안상을 폈으니 등받이 의자에다 몸을 기대고 수면의 찌를 응시하면서 기다림의 즐거움이 식어가면 다시 술 한 잔으로 기분을 달래가며 우리는 낚시를 이어 나갔다.
찌 솟음이 빠르다, 당연히 잔챙이었다. 하지만 찌를 찌몸통까지 올려주는 찌맛과 잔챙이의 당찬 바둥거림은 의외로 잔손맛이 재미가 솔솔하다.
잔챙이 붕어이지만 다행이도 피라미가 없어서 솔솔한 잔재미에 낚시하는 강태공의 마음에는 잔챙이 붕어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찌 하나를 두고 붕어와 신경전을 벌려야하는 대어와의 한판 승부는 아니어도 시원한 찌올림에 눈의 즐거움 그리고 잔챙이의 귀여운 바둥거림이 서로가 게임이라도 하듯 놀이판은 재미가 났다.

< 초 특급 새끼고기가 잡혔다 >

< 생애에 처음 잡혀온 초 특급 새끼붕어>
일부러 사람이 새끼붕어를 낚시 바늘에 꿰기도 힘든 놈이 어떻게 몸을관통하여 낚시바늘에 걸려나왔을까?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즉시 바늘에 떼어서 물속으로 보내주었지만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잘 살아서 자라야 할 텐데.......
이렇게 잔챙이와 놀다보니 어느덧 17시가 되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몰려오고 빗 방울까지 떨어진다. 지나가는 빗방울이다.
아마도 일기 예보처럼 저녁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릴거라는 기상청 전망을 알고 있는터라 별로 게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비는 해야겠기에 미리 저녁을 먹고나서 주변 정리를 하고, 파라솔 지지대를 확인하고 필요없는 물건은 모두 차량안에 집어 넣고 대비를 했다.

< 주변정리하고 우천에 대비를 한 후 낚시에 몰입하고 있다 >

< 밤 낚시를 기다리며 >
18시가 되었으나 우리 앞쪽하늘은 맑은데 우리 뒷쪽( 남서쪽 ) 하늘은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우리는 저녁도 먹었겠다 ,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어두워지자 가는 빗방울이 계속 떨어진다. 폭우의 전조인가 바람한점 없이 조용하고 침묵만 흐른다.
찌불이 밝혀진 수면은 그래도 아름답다.
이때 주간에 보여주었던 찌솟음이 같은 패턴이지만 더 아름답게 솟아오르고 있다. c아우님에게 걸여오는 붕어는 크기가 주간보다 더큰 놈이다. 아 저녁에는 큰놈이 잡히는가 보다 하고 기대를 해본다.
20시가 되자 찌올림도 황홀하고 떨어지는 빗 방울소리도 흥겹고 낭만이 가득하다.
붕어 크기는 잔챙이에 비해 크지만 아직 뼘치급을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많다.
빗 방울소리를 들어가며 c아우님과 나는 참치 캔을 따서 안주로 하여 소주 잔을 기울인다.
21시 뉴스에는 강화도에 200 미리가 넘는 폭우가 내릴거라고 한다. 우리는 잠시 긴장감을 느겼으나 소주잔에 흥에 가려져 폭우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찌가 옆으로 밀려간다. 어라~? 이상하다, 그런데 찌불 하나만 밀려가는게 아니라 모두가 옆으로 밀려가고 있는게 아닌가?
아~
직감적으로 오는 느낌이 수문을 열어 물이 빠지고 있음을 알았다. 유속도 굉장히 빠르다.
수문 가까이에 있었던 터라 금방 물이 50cm이하고 빠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급히 낚시를 접었다. 아직까지는 빗방울은 굵지는 않았다.
약간의 취기가 있는 c아우님과 나는 조금있으면 다시 수문을 막을거라 생각하고 그때까지 빗 방울소리 들으며 소주잔을 나누었다.
그런데 22시가 지나도 물은 계속 빠지고 있고 빗방울은 굵어지고 바람도 분다. 아무리 비가 와도 괜찮지만 바람이 불면 낭패다.
우리는 이상태로 놓아두고 차안으로 들어 갔다. 내일 아침에는 수문을 닫아 수량도 불어 나겠지 그때 다시 낚시를 하기로 하고 차안으로 대피를 했던 것이다.
우리가 위치한곳은 움푹내려가서 바람이 덜 타는 곳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파라솔과 의자는 그대로 두었다.
차안에 들어 오니 비가 더욱 거세지고 천둥번개를 실감나게 목격할 수가 있다. 먼저 대낮같이 밝히는 번개가 번쩍 하더니 2~3초후에 우~르르 꽝! 천둥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빗보다 느리다는 증거다. 실감나는 자연 관찰이 이어지는데 잠이 들었다.
02시가 되어 잠에서 깨었는데 아무래도 바깥이 궁금하다.
문을열고 나가보니 내 파라솔이 바람에 날려 수로에 잠겨있었고 의자는 다졌어 있었다. 물이 빠진덕에 파라솔은 회수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c아우님것은 그대로 있었다.
비를 맞고 수습을 하고나서 다시 잠을 청하는데 잠은 오질 않고 눈만 감고서 빗 소리를 들으며 뒤척이고 있는데 또 바깥이 궁금해진다, 시계를 보니 04시다.
어 이번에는 c아우님 파라솔이 넘어져 있다, c아우를 깨워 같이 수습을 하고 나니 옷이 흠뻑 졎어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흙바닥에 미끄러져 도로옆 시멘트 모서리에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물론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폭우 속에 영광의 상처였다.
06시가 되어서야 희미하게 사물을 분간 할 수가 있는 밝기가 되었다.
아직도 수문은 닫지 않고 있었으며 수로의 물은 황토물로 수문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 우리의 어리석음 !
예측이 빗나갔다. 당초에는 아침에 수문을 막으면 다시 낚시를 할 수 있을것을 기대했었는데,
그리고 수로의 물이 계곡도 아니고 평지라 황토물은 생각도 못했는데 붉은 황토물이 수로를 덮고 있었다.
그래 이것도 경험이라 처두자.
밤새 세차게 몰아치던 빗방울이 점차 잦아 들고 수로를 덮은 황토물은 빠르게 바다로 빨려들고 있었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c와나는 낚시도구를 대충 챙기고 주변정리를 하고 난후 철수를 하였다.
아직 시간은 07시 밖에 안 되었다. 철수하기에는 뭔가 아쉽고 허무하다.
비맞은 쥐새끼 마냥 몰골을 한 우리는 서로가 쳐다 보면서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피~식 씁쓸래한 웃음을 지었을것이다.
감사합니다. 2012.8.17 씀.
첫댓글 나름 즐거운 추억이였습니다
우천이 처음시작될무릅 완전 철수작업을 끝내고 차안에 대피해야 맞는것을 판단 착오로 한밤중에
폭우를 만나 낚시 장비와 싸우다 전신 폭우에 젖어 여름감기에 괜찮은지 건강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선후배의 정다운 모습 보기 좋네요.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시와요. 사랑 합니다.
광복절의 67주년 기념일 새벽 아침을 강화 구리포 수로에서 폭우를 동반하여 힘들게 고생하며 맞이 하였네요
낚시군는 항상 기상 예보를 필히 확인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장마때는 피하는것이 상책이에요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