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어정리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동양관(비서구권)에 기초한 각종 담론들을 총칭하는 낱말이자 동양에 대한 이국적인 신비로움과 경외심, 두려움 등의 감정
관념: 현재를 기준하여 물질과 대응되는 일반적 의미나 어떤 주관적인 마음과 생각이기보다는 실체화된 적이 없지만 구체화되거나 사실화되어야 할 객관적인 목표나 심상
2. 내용 요약
1) 에드워드 사이드 - 오리엔탈리즘
2) 헤겔 - 역사철학강의
3. 나의 생각 - 독일 관념 속 오리엔탈리즘과 확증편향
오리엔탈리즘 용어를 최초로 제시한 에드워드 사이드는 근대 오리엔탈리즘의 시발점을 178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라고 보았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여 오리엔트에 대한 지식과 권력의 접합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이 허구로 만들어낸 동양 지배담론의 전환이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라는 단일 역사 사건으로만 갑자기 일어났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개별 인간의 인식 이전에는 관념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수립하여 오리엔탈리즘의 근원을 서구 지성사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이에 계몽주의 사상가 헤겔의 역사철학에서 드러나는 오리엔탈리즘적 관념을 분석해보았다.
헤겔은 역사철학에서 중국을 비롯한 동양세계는 세계사의 계기이자 전제이기에 세계사의 바깥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는 논지를 펼친다. 이 논리의 함의를 변증법적 사관에 의거해 유추해보면 동양은 생동하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즉자적 존재라는 의미이며 결국 발전 가능성이 결여된 상태로 평가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황제는 하늘이 자신에게 책무를 부여했다는 천명사상 하에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중국 사람들은 그대로 수용하고, 저항의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어 동양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를 만들 자율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 사람들의 하늘에 대한 개념은 정신의 자기인식에 이르는 변증법적 3단계의 가장 낮은 단계인 'Der in die Natur versenkte Geist'로 규정했다. 헤겔의 동양 역사 철학은 어디까지나 서양의 관점에서 특정 지역의 특수성과 전반적인 역사는 고려하지 않은 채 타자로서 만들어낸 관념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계몽주의를 표방한 헤겔이 만들어낸 동양은 당시 학계에서 정설로 통했으며 서양 사람들의 인식 저변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계몽사상은 이성과 논리적 사고로 자신들의 논리에 타당성을 더했으며 이와 같은 관념의 계보가 현대 독일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헤겔의 계몽철학에서 타자에 대한 관념은 당대 독일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에게 서양의 우월성에 대한 생각의 근원점으로써 작용했고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으로 작용해을 가능성도 있다. 헤겔의 동양 역사 철학을 확증편향적 인식을 초래하는 촉매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오늘날 동양과 서양은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을 통해 재-매개되는 과정 중에 있다. 알고리즘과 네트워크는 해당 기술 자체만으로도 확증편향을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위의 오리엔탈리즘 관념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동서양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의 촉매제가 되는 위 관념이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파급력을 불러올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관념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인식론의 토대가 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렇기에 세계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자기 내면의 이질적이고 위험한 관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 또한 인간의 적극적 의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