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와 사위의 관계명칭과 상호 호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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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우리나라 관습(慣習)에 의하면 엄격한 의미에서 사위에게 어른은 아내의 직계존속(直系尊屬)인 장인과 장모에 국한된다. 이러한 관습에 따라 현행 민법(民法)에서도 법률적 효력이 있는 처가측 친족(親族)은 배우자의 부(父)와 모(母)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늘어나고 있는 여성들의 결혼 기피현상(忌避現象)과 과도한 산아제한(産兒制限)으로 친족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이제는 처가(妻家)의 친척들도 과거와는 달리 가까운 친척처럼 인식(認識)되어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이들 처가(妻家) 쪽 친족에 대한 관계명칭(關係名稱)과 상호간의 호칭이 관심사(關心事)로 대두되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여 이 파일에서는 처갓집의 친족과 사위와의 사이를 설정(設定)하는 관계명칭과 상호간의 호칭어와 지칭어(指稱語)를 살펴보고자 한다.
처가의 계보(系譜)와 명칭을 먼저 살펴본다. 우선 처가(妻家)의 계보는 사위와는 관계없는 아내의 계보이다. 따라서 사위가 말하는 처족(妻族)과의 관계명칭도 대개의 경우 친족명칭(親族名稱)에 '처'자를 붙여서 말한다. ‘처남’, ‘처제’, ‘처삼촌(妻三寸)’ 등이 그런 말이다.
그리고 사위와 처가 쪽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선 장인(丈人)과 사위 사이를 말하는 ‘옹서간(翁壻間)’, 장모와 사위 사이를 말하는 온서간(媼壻間) 또는 고서간(姑壻間), 처남과 매부간을 말하는 ‘남매간(男妹間)’, 자매의 남편 사이를 말하는 ‘동서간(同壻間)’이라는 관계가 있다.
장인과 사위
또 사위가 처갓집 장인(丈人)을 직접 부를 때는 장인(丈人)어른 또는 ‘빙장(聘丈)어른’이라 하고, 자기의 장인을 남에게 소개할 때는 ‘장인어른’이라 하며, 남에게 그의 장인을 지칭할 때는 ‘빙장(聘丈)’이라고 한다.
장모(丈母)의 경우는 직접 부를 때는 ‘장모님’ 또는 빙모(聘母)님이라 하고, 자기의 장모를 남에게 소개할 때도 ‘장모님’, 남에게 그의 장모를 지칭할 때는 ‘빙모(聘母)’라고 한다.
처가에 대하여 사위는 췌객(贅客)이 된다. ‘췌객’이란 ‘사위’를 그의 처가에 대하여 일컫는 말로 ‘취객(娶客)’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사위는 처가에 대하여 ‘취객(娶客)’의 예절(禮節)을 갖추어야 되므로 특히 말하기에 신경(神經)을 써야한다.
기호지방(畿湖地方) 등에서는 대충 호칭하기도 하나, 우리들의 고향 외동읍(外東邑)을 비롯한 경북지방에서는 특히 까다로운 관습을 갖고 있다. 기호지방의 경우 장인, 장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호칭하고 있으나, 외동읍 지역의 경우 장인(丈人), 장모(丈母)에게 데릴사위로 장가 간 경우(境遇)가 아닌 이상 절대 아버님, 어머님이란 부름말을 사용(使用)해서는 안 되도록 되어 있었다.
장인 어른
옛적에는 굳이 그렇게 하겠다면, 자신과 자식(子息)의 성(姓)도 장인(丈人)의 성을 따르라고 할 정도였다. 때문에 사위가 아내의 부모를 호칭할 때는 반드시 ‘장인(丈人)어른’이나 ‘장모(丈母)님’ 또는 ‘빙장(聘丈)님’과 ‘빙모(聘母)님’으로 불러야 했다.
처남(妻男)과 동서(同緖)에게도 항렬(行列)의 고하나, 연령의 고하(高下)에 상관없이 절대 ‘형(兄)님’이라는 부름말을 사용(使用)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처당여자(妻黨女子 ; 처갓집 가족의 여자)들 가운데 장모급(丈母給)과 그 위급(上級)인 장조모(丈祖母)급에는 ‘공경(恭敬)말’을 사용(使用)했고, 그 아래 여자(女子)들에게는 ‘삼가말’을 사용했다.
나아가 옛적에는 처제(妻弟)와 처남의 딸, 처남의 며느리, 처남의 손녀, 처남의 손부에게도 ‘삼가말’을 사용했다. 아내의 위상(位相) 존중하고,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들의 고향에서도 옛적의 엄격(嚴格)한 언어예절이 거의 무너져 기호지방(畿湖地方)의 경우와 같이 아내의 서열(序列)에 따라 ‘손윗동서’나 ‘손위처남’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예가 흔하다.
여자 동서들
젊은 사람들은 기호지방처럼 ‘처부모(妻父母)’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불러서 안될 이유는 없겠지만, 다만, 조상 전래(傳來)의 호칭예법을 가르쳐 주는 어른도 없고, 배우려는 젊은이들도 없어 그 근본(根本)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호지방(畿湖地方)에서는 또 아내의 남형제(男兄弟) 중에서 손위처남을 ‘형님’으로 호칭하고, 누나의 남편을 ‘형님’으로, 동서간(同壻間)에도 손윗동서에게는 ‘형님’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우리들의 고향 외동읍(外東邑)에서는 ‘처남’이나 ‘동서’는 어디까지나 ‘처남’과 ‘동서’일 뿐이었으며, 복수(複數)의 ‘처남’과 ‘동서’에게는 연령의 순서와 살고 있는 지명(地名)을 붙여 구분하였다.
그리나 이러한 우리 고향의 관습(慣習)은 과거의 우리 사회가 남성중심 사회, 남존여비(男尊女卑)사회, 부계(父系) 혈통을 중시하는 유가(儒家)사회였기 때문에 나타났던 비평등적(非平等的) 사회구조에서 야기된 모습으로 지금은 많이 변모되고 있다.
언어란 고정(固定)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시대의 정서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고 볼 때 과거에 쓰던 호칭어를 굳이 고수(固守)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생각하면, 비록 호칭예법(呼稱禮法)이라 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情緖)에 맞추어 변할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된다.
그리고 남녀간의 형평성(衡平性)에 있어서도 이제 사위들의 처당(妻黨)에 대한 호칭의 변모(變貌)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향우님들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예로부터 거의 전국의 며느리들은 시부모(媤父母)를 ‘아버님’과 ‘어머님’으로 호칭(呼稱)해 오고 있다.
시부모
그런데 우리의 관습, 특히 우리들의 고향 외동읍(外東邑) 전래 관습에서는 남자들이 처부모(妻父母)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호칭해서는 안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아내와의 형평(衡平)을 크게 훼손하는 관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며느리들은 시부모(媤父母)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호칭(呼稱)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사위가 아내의 친정부모(親庭父母)를 ‘아버님’과 ‘어머님’으로 못 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경우 “아버지와 장인(丈人)이 한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부르는가?”라고 반문(反問)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다. 그럴 때는 구별이 되도록 장인에게는 ‘장인어른‘이라고 부르고, 아버지는 혼자 계실 때처럼 ’아버지‘라고 부르면 된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留意)할 것은 아들의 경우 아버지를 ’아버님‘으로 호칭(呼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버님‘은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호칭(呼稱)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손위처남’과 ‘손윗동서’, ‘자형(姉兄)’을 ‘형님’이라고 호칭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기 집안 형들은 생일(生日)만 빨라도 존대어(尊待語)를 쓰며 깍듯이 대우하면서도 연상(年上)의 처남에게 ‘처남, 처남’하면서 말을 놓는다(요즘은 ‘깐다’고 한다)는 것은 옛적에는 몰라도 지금 세상에서는 용인(容認)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위처남’이나 ‘손윗동서’는 자신의 형에게 대하는 예(禮)로 대해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연하(年下)의 ‘손위처남’과 연하의 ‘손윗동서’도 ‘형님’으로 호칭하고, 말은 반어체(半語體)를 쓰면 된다.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손위처남과 손위동서를 ‘형님’으로 호칭해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 더 첨언(添言)한다. 아시는 바와 같이 여자가 결혼하여 시가(媤家)에 가면 남편과 동등한 대접을 받고, 나이와 항렬(行列)이 남편과 같아진다. 형수(兄嫂)가 자기보다 나이가 적더라도 반드시 ‘손윗사람’으로 대접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시집간 첫날밤
마찬가지로 남자가 결혼하면 처가(妻家)에서 나이와 항렬(行列)이 아내와 같아진다. 그래서 연상(年上)의 아내와 결혼하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내의 동생이 자기를 보고 ‘형님, 또는 자형(姉兄)’이라 호칭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원리(原理)로 연하의 아내와 결혼할 경우 아내의 오빠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더라도 ‘형님’이라고 불러야 형평(衡平)에 어긋나지 않는다.
처형(妻兄)의 남편(동서:同壻)도 마찬가지다. 처형의 남편이 자기보다 나이가 적어도 역시 ‘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처형은 아내와 동급(同級)인 자신의 ‘손윗사람’이기 때문이다.
장가 행렬

고루(固陋)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아직도 봉건(封建)시대의 유가(儒家)사회에서 하던 대로 처가에서는 직계(장인, 장모, 장조부, 장조모)만 어른으로 대접하고, 직계(直系) 어른이 아닌 ‘처남’ 등은 사회적 관계인 친구처럼 대우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양성평등(兩性平等)의 사회로 나아가겠다면, 우리들의 고향 외동읍(外東邑)에서 처갓집 가족을 호칭하던 전래호칭어(傳來呼稱語)도 이제는 그 모습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趣旨)를 감안하여 남편이 알아두어야 할 처가(妻家) 쪽 호칭을 열거하면 다음 표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