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말 구원등판, 아무 생각도 안 났다 - '형님 리더십' 김기태 감독도 눈물 흘려 - 2차전 1점차 완봉, 실투에도 운 따라줘 - 최초 시상식 트리플 크라운? "욕심나죠" - '양현종' 외치던 팬들 목소리··잊지못할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현종 (기아 타이거즈 투수, 한국시리즈 MVP)
뜨거웠던 한국시리즈 올해의 우승은 호랑이, 기아타이거즈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5차전에서 끝까지 아슬아슬했죠. 9회말 7대 6까지 몰린 그 상황에서 바로 그때 등판한 사람이 양현종 투수였습니다. 침착하게 점수를 지켜냈고요. 결국 이번 한국시리즈의 MVP로 뽑혔습니다. 정말 단연 돋보였던 선수. 긴 설명이 더 필요없을 것 같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기아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양현종 선수 안녕하세요, 축하합니다.
◆ 양현종>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승하고 하루가 지났잖아요?
◆ 양현종> 네.
◇ 김현정> 실감이 좀 나세요?
◆ 양현종> 어제보다는 실감이 덜합니다. 그래도 이제 좀 더 TV에서 나오게 되면 좀 더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웃음)
◇ 김현정> 마지막에 김재호 선수의 방망이가 볼을 치고 하늘로 쭉 공이 솟구쳤을 때 그때 기분 어떠셨어요?
◆ 양현종> 그때는 이제 우선 빗맞아서 포수 선수가 잡을 위치를 정했더라고요.
◇ 김현정> 포수가.
◆ 양현종> '아, 끝났구나.' 그 생각밖에 안 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됐구나?
◆ 양현종> 네. 제가 원래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편인데 어제 원아웃 만루가 딱 됐을 때는 신기할 정도로 아무 생각도 안 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무 잡념 없이 그냥 던진 거군요, 집중해서?
◆ 양현종> 네. 마운드에 올라와 있으면서 처음 겪었던 그런 기분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처음 겪었던 기분이예요?
◆ 양현종> 모르겠어요. (웃음) 아무 생각이 안 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양현종 선수 정말 잘했습니다. 누가 제일 좋아합니까, 지금?
◆ 양현종> 우선은 우승했을 당시에는 감독님께서 정말 많이 우시더라고요.
◇ 김현정> 김기태 감독님은 뭐라 그러세요? 우시면서 우리 양현종 투수한테.
◆ 양현종> 그냥 감사하다고 고맙다고만.
◇ 김현정> 가족들도 많이 좋아하시죠?
◆ 양현종> 제가 한국시리즈 기간 내내 합숙을 하면서 제 와이프도 못 보고 아기도 못 봤는데 와이프도 보고 싶고, 아기들도 보고싶었고요. 너무 고맙다고 와이프도 얘기하더라고요.
◇ 김현정> 고맙다고. (웃음) 그 고생한 결실이 이렇게 나왔으니 얼마나 기쁘시겠어요. 야구팬들은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경기가 참 극적이었습니다. 실은 7:0으로 이기길래 이렇게 그냥 기아가 이기나 보다. 이기고 끝나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7회에서 6점을 내리 내줬어요. 그때 양현종 선수는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잖아요. 그때 심정은 어떠셨어요?
◆ 양현종> 방심을 했던 것 같아요. 우승의 샴페인을 먼저 떠뜨리려고 방심하는 순간 위기가 왔는데 코치님께서 8회 때 저한테 천천히 준비를 한번 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9회말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판할 때 그때는 감독이 뭐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 양현종> 감독님께서는 특별히 주문한 건 없었고요. 이대진 코치님께서 자신 있게 던지라고.
◇ 김현정> 자신 있게 던지라고. 우리 김기태 감독 이야기 잠깐 해 보고 싶은데, 참 명장입니다. 양현종 선수가 보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은 어떤가요?
◆ 양현종> 정말 말 그대로 형님 리더십인 것 같아요.
◇ 김현정> 형님 리더십.
◆ 양현종> 야구 선배처럼 좋은 얘기도 많이 해 주시고 농담도 많이 해 주시고.
◇ 김현정> 농담도 많이 하세요?
◆ 양현종> 선수들 가장 편하게 야구하게끔 환경이나 조건을 제시해 주시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친구처럼 형님처럼 하시면 선수들이 풀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 봐요?
◆ 양현종> 기분이 안 좋으시거나 그럴 때는 표정 변화가 있으시니까 저희들이 그때 또 눈치를 보면서... (웃음) 풀어진다는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단점은 없습니까, 김기태 감독은?
◆ 양현종> 단점이요? 단점은 마이크를 잡으시면... 원래 말씀을 평소에 잘하시는데 약간 얼음 상태가 되셔서요.
◇ 김현정> 얼음 상태? (웃음) 마이크 울렁증이 있으시군요.
◆ 양현종> 약간 그런 것 같아요. (웃음)
◇ 김현정> 김기태 감독도 인터뷰 초대하려고 그랬는데 양현종 선수가 얘기 좀 잘해 주세요, 괜찮으시다고.
◆ 양현종> 전달하겠습니다.
◇ 김현정>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 이런 것들이 다가 기아 우승의 발판이 된 거군요.
◆ 양현종> 그리고 저희가 좀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고요.
◇ 김현정> 운도? 어떤 부분이 운도 따랐다고 보세요?
◆ 양현종> 제가 2차전 완봉을 했을 당시에도 실투가 많았었는데 그게 야수 정면으로도 갔었고... 믿기 힘든 그런 게임도 했었던 것 같고요. 좀 많이 꿈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한국시리즈 MVP 기아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시리즈의 MVP는 됐고 만약 정규시즌 MVP에다가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시상식 트리플크라운 달성자가 되는 거라면서요?
◆ 양현종> 네. (웃음)
◇ 김현정>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 양현종> 누구나 상은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양현종 선수. 올시즌 마무리를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에 사실은 내년도 양 선수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이게 또 최대 관심사가 됐습니다. 기아하고 1년짜리 계약을 했었잖아요.
◆ 양현종> 네.
◇ 김현정> 그러면 내년이면 사실은 자유의 몸이잖아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 생각이세요?
◆ 양현종> 아직 섣불리 말하기는 좀 그렇고요. 저는 가장 중요한 건 저는 기아에 남고 싶은 마음이 제일 강하고 구단에서도 우승도 했고 하기 때문에 구단에서 좀 좋게 대우해 주지 않을까.
◇ 김현정> 좋게 대우해 주는 게 어떻게 해야지 좋게 대우해 주는 거예요?
◆ 양현종> 한마디로 말하면 연봉 많이 주십시오. (웃음)
◇ 김현정> (웃음) 솔직해요, 우리 양현종 선수. 그렇죠. 제대로 좀 대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이시죠.
◆ 양현종> 네.
◇ 김현정> 사실은 지난해 일본에서도 스카우트 제안이 왔었잖아요. 그때 가려면 갈 수도 있었는데 왜 기아에 남겠다 생각하셨어요?
◆ 양현종> 우선 가장 큰 건 가족이, 와이프도 있고 그때 당시에는 첫째가 너무 어려서 외국에서 생활을 하면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았고요.
◇ 김현정> 이제는 좀 아이가 컸고 외국 생각도 해 볼 수는 있는 상황인가요?
◆ 양현종> 그렇죠. 좋은 기회가 된다면 저도 뭐 하겠지만 우선은 제 머릿속에 가장 첫 번째는 기아이기 때문에.
◇ 김현정> 기아타이거즈의 매력이 뭐예요, 양현종 선수? 뭐길래?
◆ 양현종> 제가 태어났던 곳도 광주고 어렸을 때부터 타이거즈 야구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요.
◇ 김현정> 인터넷에 보니까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팬들이 ‘양현종 기아에 뼈를 묻고 영구결번까지 가자.’ 이런 요청이, 이 기아팬들의 바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양현종> 우선 제 목표이고 제 꿈이기도 해요, 그 영구결번이라는 게.
◇ 김현정> 그래요? 될 것 같은데요, 꿈.
◆ 양현종> (웃음) 우선 야구를 할 날이 더 많으니까 좀 더 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아까 물론 기아가 최우선에 있지만 또 어떤 좋은 기회가 되면 외국에 나가고 싶은 꿈도 있다고 하셨어요. 좀 멀리 내다본 큰 꿈은 어떤 걸 가지고 계세요?
◆ 양현종> 큰 무대에서 한번 도전 한번 해 보고 싶은 거죠.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거기에 대한 꿈은 아직 좀 마음 한 구석에는 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가장 큰 무대라면 메이저리그?
◆ 양현종> 네.
◇ 김현정> 사실은 어떤 프로야구선수가 그 꿈이 없겠습니까? 그 꿈을 가지고 있으신 거죠, 당연히 양현종 선수도.
◆ 양현종> 좋은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개인적인 마음이죠.
◇ 김현정> 그런데 기아에서 막 잡는다 그러면?
◆ 양현종> 그럼 이제 생각을 한번... (웃음)
◇ 김현정> 제가 굉장히 곤란한 질문을 던졌는데, 제안이 오면 그때 고민해 보시겠다, 그 부분은. 우문현답입니다. 자, 마음 졸이던 그 긴 시간이 끝났습니다. 뭐할 생각이세요?
◆ 양현종> 우선 이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돌아와서 와이프가 애 둘을 키우면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거든요. 집에 제가 와이프랑 같이 와이프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려고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마지막으로 정말 뜨겁게 목이 쉬어라 응원했던 팬들, 팬들한테 한 말씀 하셔야죠.
◆ 양현종> 한국시리즈에서 제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정말 제 이름을 연호해 주신 팬분들의 그 목소리는 정말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아요. 정말 소름도 많이 돋았고 너무 감사한 마음도 있고. 그 응원에 저희 선수들이 힘을 모아서 우승이라는 그런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요. 올 시즌 끝났지만 저희 선수들 정말 또 내년을 위해서 다시 또 달릴 준비하고 있으니까 올해처럼 많이 응원해 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