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오래 전부터 나는 한비야,라는 이름에 가슴이 설레이고‘나도 한비야 처럼 살고 싶다’라고 꿈꿔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비야의 삶을 동경하고 한비야를 닮고 싶어한다. 얼마 전 발표된 기사에 의하면‘한비야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가운데 두 번째 세 번째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비야 스스로 이야기 했듯이 놀라운 현상이다.
한비야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잘 나가던 광고홍보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다. 그는 특별히 오지여행을 주로 다녔다고 이야기한다.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을 돌고 난 다음 유목민에서 정착민으로 돌아온 후 자신의 여행 경험을 책으로 써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이라는 네 권의 책은 내게는 너무나 꿈같은 책이었고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먼저 한 사람에 대한 존경과 질투가 가득 묻어나는 책이었다. 그 후부터 나는 한비야의 팬이 되었다. 나는 그가 쓴 책과 이야기, 그의 발자취를 어느새 더듬기 시작했다.
오지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월드비젼에 들어가 긴급구호팀장이 되었다. 그런 그가 쓴‘지구 밖으로 여행하라’는 내가 어린 친구들에게 선물해주는 책 가운데 넘버 원이 되었다.
이번에 한비야가 다시 책을 썼다. 돌아온 발걸음 발걸음을 되새겨보면서 그건 사랑이었네,라고 외치듯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수필집을 펴냈다. 9년 동안의 월드비젼 활동을 접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면서 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를 더 추가했다.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한비야는 이렇게 쓰고 있다.
“마음을 다 털어놓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세상과 나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보였다. 세상을 향한, 여러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건, 사랑이었다.”
한비야는 카톨릭 교우이다.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현장을 누비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언제나 지켜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기쁨과 감사를 고백하고 있다. 아니 그는 극히 위험한 현장에서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업고 다녔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비야의 이 끊임없는 열정의 원천은 무엇일까,가 나는 참 궁금했다. 조그마한 체격에 강단진 모습, 한없이 여려 보이지만 한번 시작했다하면 무서운 집중력으로 마침내 끝을 보고 마는 그 열정의 힘은 무엇일까,가 참 궁금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에선가 어렸을 때 신문기자였던 아버지가 사 주셨던 세계지도가 자신을 여행가로 이끌었다던 글이 생각난다. 이번에 쓴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보다 분명하게 그녀의 열정의 바탕을 훔쳐볼 수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1년에 100권씩의 책을 본다고 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1년에 100권 책을 읽는 사람들의 클럽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클럽이 만들어진다면 반드시 나도 가입하리라!
그녀가 월드비젼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게 된 동기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시시각각으로 위험한 재난의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두려움이 어찌 없을까 마는, 그는 자신이 꼭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한비야가 이 일을 선택하는 데는 신앙과도 무관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7년 9월 짐바브웨로 4개월간 파견 근무를 갔을 당시 그는 거기에서 130만 명에 대한 긴급구호 식량을 지원했다. 그곳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고 가슴 아파 하던 그녀는 어느 날‘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라’라는 분명한 음성을 듣고‘하느님 감사합니다. 그 말씀 순종 하겠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장 닮고 싶은 성공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녀는 빈민구호 공동체인‘엠마우스’를 창설한 프랑스의 피에르 신부님을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꼽으며 자신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내세운다.
피에르 신부님은 2차 세계대전 때 치열하게 항독 레지스탕스 활동을 펼친 투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 간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려 했으나 정치적인 힘만으로는 그들을 도울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직접 집 없는 사람들과 부랑자, 전쟁고아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피난처이자 안식처를 만들어주는‘엠마우스’운동을 시작했다. 상류층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일치감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그런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죽는 날가지 자신이 가진 이 모든 것을 완전히 태워버린 피에르 신부님, 이분처럼 뜨겁게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모든 이의 꿈으로 만드는 사람이 내게는 성공한 사람이다.(209쪽)
피에르 신부님도 마더 테레사 수녀님도 그리고 한비야도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다.
자신을 꿈을 공동체의 꿈으로 일구어가는 멋진 사람들이다.
다시, 새로운 문 앞에 선 한비야가 어떤 행복한 이야기로 우리 앞에 돌아올지 나는 새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