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나 어떻게 해" 외마디 고함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2년차 신규 여선생님이 파랗게 질려 손에 들었던 아동명부를 땅에 떨어뜨렸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2일 3학년 협의실이다 . 여선생님 네분, 남자는 나 하나, 3학년 담임을 맡을 다섯명의 선생님이 모여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있고, 선생님들은 올 한 해 새롭게 만날 학생들을 뽑는 중요한 순간이다.
작년 2학년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균등하게 배분해서 명부를 작성하고, 가,나,다,라,마라고 쓴 후에 봉함을 해놓았다.
"먼저 뽑으시죠. 맨 나중까지 남는 봉투가 제 몫입니다"
한 분, 두 분 뽑아 가시고, 남은 봉투 하나를 내가 집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아니 왜 그러시죠 ?" 다른 선생님들도 놀란 얼굴로 쳐다보신다.
" 대승이가 내 반이 되었어요. 나 어떻게 해야 하죠 ? 나 몰라요" 발을 동동거리며 금방 눈물이 쏟아진다.
다른 선생님들도 수긍이 된다는 듯이 끄덕이고, 딱하게 쳐다 보신다. 한 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계신듯 하다
'3학년에 대승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누구도 맡기를 꺼릴 정도로 문제가 큰 아이이구나. 근데 이걸 어떻게 해야...' 생각이 쉽지 않네
'그래도 남자가 나 혼자뿐 아닌가' 금방 결단을 내렸다.
"선생님 대승이 제반으로 보내세요. 제가 맡을 게요"
해당 선생님은 믿기지 않는듯이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 다른 선생님들의 놀람도 예사가 아니다.
"선생님 그럼 봉투 전체를 바꾸세요. 그 반은 대승이가 있어 속을 썩는다고 다른 아이들은 착한 애들만 넣었대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신다.
"아니예요. 제가 뽑은 이 아이들은 나와 인연이 닿은 아이들이니까 제가 맡아야죠. 대승이만 보내주세요"
이렇게 해서 대승이와 내가 맺어진거지.
대승이하면 전교가 다 알 정도로 뜨르르한데 운동장에서 사는 나만 모르는 모양이었다
'대승이 요놈이 대체 어떤 놈일까 ?' 궁금증을 안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전교생이 가, 나, 다, 라, 마 반으로 모였고, 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께서 소개해주는 대로 자기 반 앞에 가서 선다.
새 학년 첫날 새 선생님을 만나는 아이들은 눈 귀를 쫑긋하게 세워놓고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궁금할테지.
나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누가 대승이일까 ?' 살펴보지만 누군지 알 수가 있나.
그런데 그 때 누가 내 앞에까지 와서 내 발을 툭툭 찬다.
먼 곳만 아이들만 주시하고 있어서 다가오는 줄도 몰랐지.
내려다보니 남자 아이 하나가 시선은 땅 바닥에 둔 채 내 발을 차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줄을 맞춰 선채로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고있는데 얘는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다.
"아 네가 대승이구나 ?"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무표정하게 쳐다보는데 얼굴이 남과 조금 다르다.
' 다우증후군 아이들의 얼굴이 다르다는데....'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승아. "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가버린다.
교장선생님 훈화 중에 붙잡고 실랭이할 수도 없어서 뒷꼭지만 쳐다보는데 다행히 교실쪽으로 가버린다.
'자식 제 선생님인줄 알아보고 첫인사를 하러온 모양이지. 대승아 올 한 해 잘 지내보자'
이 게 대승이와 첫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