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써야하는데 미루어 쓰려니 금방 게을러져서 더 미루게 된다. 더는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글을 쓴다. ---
지난 토요일, 전태일열사가 돌아가신지 50년이 되는 날에 낙동강에 나갔다. 낙동강 333프로젝트로 서울강동송파지역 교사들이 중심이 된 낙동강순례에 참여했다. 내가 맡은 일은 해평습지를 안내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목적은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낙단댐 곁에 나타나신 마애보살님을 친견하고 상주 경천대를 다시 가 보는 것이었다.
해평습지는 낙동강 내륙습지로서는 최대 철새도래지였다는 명성과 4대강사업으로 뒤짚혀진 낙동강의 실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해평습지의 문제점은 11월 8일 생명평화미사를 준비하면서 한달 내내 언론 보도를 조직하고, 흑두루미 모니터링을 통해 세상에 알려냈다. KBS 환경스페셜팀이 방송제작을 했다. 2월 방송으로 예정되었지만 다시 5월로 미루어졌다고 하니 방송 뒤 효과가 반감될까 걱정이 된다. 대구MBC 에서 집중 보도를 해 주고, 4대강을 애써 외면해 오던 매일신문이 흑두루미 입장에서 보도를 해 주어 다행이었다. 지난 4월 10일 달성댐에서 드린 첫 4대강사업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시작으로 도동서원 마당, 삼덕, 화원유원지 팔각정, 대현, 월배, 봉덕, 고산, 태전성당에서 미사를 이어나갔으며, 올해 마지막 미사를 해평습지와 해평성당에서 드렸다. 아마도 해평습지에 쏟은 정성이 가장 컸을 것이다.
날마다 흑두루미를 모니터링해서 흑두루미보호네트워크에 보고했지만, 작년 2800마리의 흑두루미가 1100여마리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서울 순레단을 맞기 위해 미리 도착한 해평습지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쇠기러기 1000여마리와 큰기러기 80여 마리가 비교적 조용한 하중도 왼쪽에 모여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날아올라 하중도를 대여섯번을 돌더니 우리가 관측하기 좋도록 다시 하중도 오른쪽에 앉았다. 한참을 관측하고 철새도래지 안내판까지 걷다가 남쪽에서 비치는 광선으로 고운 자태를 보이는 기러기들을 다시 관측하고, 물기를 머금은 강쪽 모래톱에서 댕기물때세를 관찰하는 순간 머리 위로 높이 높이 세마리의 흰꼬리수리가 날았다. 15000여 마리의 철새들이 월동한다는 곳에서 이나마 철새들을 보지 않았다면 아무도 여기가 낙동강 최대의 내륙 습지이고 철새들의 천국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한참을 설명해서야 처음 온 서울분들이 이 곳이 습지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경천대로 갔다. 경천대를 가기 전 25번 국도를 따라 구미댐, 낙단댐을 지났다. 강따라 어느 곳하나 파헤쳐지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나가다 낙단댐을 지나쳤다. 그리고 농지리모델링으로 깊어진 논사이로 난 하천은 사진으로 찍지 못했지만 도무지 어느 시골에도 보지 못한 하천으로 변해간다. 돌아오면서 꼭 낙단댐에 들러 마애보살을 친견하리라 다짐하고 경천대로 갔다.
상주 중동면으로 가면서 낙동강을 건너는데 강둑에 걸린 현수막이 어이가 없다. 경제, 녹색, 생명을 넘어 이제는 '영혼'을 들먹인다. 생명평화나 영성의 문제까지도 4대강사업에 포장용으로 쓰는 이 정부나 토건족들의 언어유희는 감당할 수가 없다.
중동면을 지나 다시 낙동강을 건너는데 경천대교라는 다리가 생겼고, 산으로 낙동강투어로드라는 우리말을 버린 이름의 길이 나있다. 상주의 옛 자전거 박물관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커다란 자전거박물관이 생겨나 있다. 상주시는 이 강을 따라 관광단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333프로젝트로 가장 많이 찾는 경천대 구간이 33공구이다. 이 계획에 따라 강은 맑은 물과 모래를 퍼내주고 있다. 강에는 깊게 상처가 나 있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 상주댐 바로 앞의 도남서원 앞 오리섬이 사라지고 생태공원을 만들어 준단다.
낙동강 현장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설계도나 잘 꾸며진 홍보물을 보고 설마한다. 하지만 강을따라 내려가보면 강 어느 한 곳도 너무 깊고 넓게 파헤쳐지고 있고, 더이상 우리가 기억하는 강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정말이지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제발 단 한번 자동차 드라이브로라도 25번 국도를 따라 가보기를 바란다. 찬반 의견은 그 다음에 내려도 좋다. 찬성자든 반대자든 가보지 않고 머리로만, 꾸며진 홍보물로만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전거 조형물로 잘 꾸며진 다리 위로 대형 덤프트럭이 지나간다. 다리 위쪽으로 경천대가 파헤쳐지고, 아래쪽에서는 오리섬이 파헤쳐지고 있다. 다리 아래에는 파도파도 오니토라고는 드러나지 않는 맑은 모래톱에 굴착기의 깊은 삽자국과 수없이 오간 덤프투럭의 바퀴자국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병성목사님과 정진영회장(전국한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을 내려보고 이리저리 바쁘게 현장을 사진에 담는다. 상수도보호구역과 쏘가리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웃긴다.
경천대에 올랐다. 오른쪽 다리가 자전거 조형물로 꾸며진 경천교이다. 경천대 양쪽에서 서서히 강을 파헤치며 접근하고 있다. 최병성목사님은 전망대 난간에 올라서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신다.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에서 만난 지율스님이 건너 마을 어디메쯤 사신다. 날마다 낙동강을 보고 사셔야 하는 스님은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더 마르셨다. 보름전에는 해평습지 숭선대교 다리 위에서 악수를 하고 지나쳤다. 스님이나 목사님께서 저리 바쁘게 다니신다. 건강은 어떠신가 물어보지만 건강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첫댓글 습지였다는걸 모르고있었다는거 였다고?
낙동강과 경천대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