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와 불법파견이 만났을 때
정현철(시흥안산지역지회 지회장)
“혁명적인 대책이 없으면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요” 지난해 12월에 열린 ‘2019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정책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은 격한 단어를 쏟아냈다. 그날 심포지엄의 제목은 “경기도 이주노동자의 구직과정과 불법파견 노동 실태”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주제다. 이주노동자 문제만 하더라도 복잡하고 어려운데, 고용문제인 불법파견문제까지 더해지니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와 불법파견이 만났으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 자본주의 모순의 가장 극적인 만남인 것이다. 토론자와 패널 모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월시화공단이 대기업의 2~4차 밴드에 속하는 저부가가치 제조업체가 밀집해있으며 92.3.%가 50인 미만 사업체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많으며, 특례외국인(H-2)이 4만여명에 이른다.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파견업체가 난립해 있으며, 사용사업체들의 파견노동자 사용의존도도 매우 높다. 파견노동자의 90%가 이주노동자들이다. 파견노동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율도 높다. 퇴직금 미지급 등 임금체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법정수당 미지급문제와 부당해고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근속년수도 매우 짧으며, 정규직과의 차별도 심하다. 4대 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도 부재한 상태다. 이처럼 파견노동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주노동자로 파견업체를 통해 취업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조선족 또는 고려인으로 전문노동비자(E-9)보다는 이직이 용이한 해외동포방문취업비자(H-2)로 체류하는 한인들이다. E-9 비자로 들어와 이직횟수초과, 체류기간 초과 기타 사유로 불법체류가 된 노동자들도 취업이 어려워 파견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나, 그 현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파견, 사내하청 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간접고용의 경우 ‘아르바이트’로 통칭하고 있다. 한글에 능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구인광고를 읽기 어렵고, 한국말을 못하는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직접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안산역 주변의 직업소개소나 파견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반월시화공단 불법파견문제는 이주노동자 문제와 떨어져서 해결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소위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 및 저부가가치 산업을 지탱하는 노동인력일 뿐아니라 노동인력의 공급을 늘려 전반적인 근로조건의 하향을 가져오고 있다. 또한 노동인권 측면에서도 차별과 사용자들의 착취로 인해 사회적 문제도 심각한 편이다. 따라서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정책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사용자 중심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불법사람’을 양산하고 노동자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당연하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근로계약서 체결은 기본이고, 임금체불, 차별해소, 4대보험 가입 등 노동법과 사회보장을 차별없이 적용해야 한다. 또한 취업알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노동비자(E-9)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은 그나마 안정된 직장을 갖는 편이다. 문제는 H-2로 체류하는 한인들이다. 이들은 이동의 자유는 보장되나 안정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손쉽게 취업할 수 있는 파견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업체의 주 고객들은 이들 H-2비자를 가진 노동자들이다. 구직 관련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 파견업체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지원기관, 고용노동부, 지역일자리지원과 등과 연계하여 공공부문의 일자리 알선 기관을 통해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언어문제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특성을 감안하여 ‘노동상담에서 권리구제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가면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야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한 실현가능한 해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