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타지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보내기로 하고 마트를 찾았다. 요리를 그리 잘하는 편이 못되서 부담은 되지만 요즘 인터넷만 검색하면 자세히 설명되 있어서 음식만들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마른반찬 몇 가지에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장아찌를 만들기로 하였다.
장아찌의 주재료는 마늘이다. 전통식품인 장아찌는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채소류를 가지고 담그는 것으로 마늘, 양파, 고추, 무, 오이 등을 장아찌의 재료로 쓰인다. 이들 중 가장 쓰임이 많은 것은 마늘이다.
마늘이 미국 타임지에서는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오늘날 웰빙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연안 지역이다. 백합과(白合科)중 가장 매운 식물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극동(極東)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품종 또한 다양하다.
요즘에는 장아찌도 갖가지 채소를 가지고 다양하게 응용된다. 마늘로 만든 마늘지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양파, 샐러리, 오이, 파프리카 등 그 종류도 다양해서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식탁에 올라온다.
입맛이 없을 때 마늘지에 밥 말아먹는 것도 별미다. 봄이 오면 어머니는 풋마늘로 마늘지를 한아름 담곤 하였다. 다른 찬은 없어도 일 년 내내 우리집 냉장고 구석을 차지하는 기본 밑반찬이었다. 소박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마늘지는 용도에 맞게 잘 익으면 고기와 함께 볶아낸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요리를 하다 보니 깊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내가 만든 음식을 주위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며칠 전 수확했다며 지인이 보내온 양파를 이용하여 넉넉하게 만들기로 하였다. 재료의 신선도와 색깔 간장의 비율을 고려하여 양파지를 만드는데 마치 요리 연구가가 된 기분이다. 양파에 오이, 파프리카, 싱싱한 생고추를 넣으니 색상과 모양만으로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만들어졌다. 일이 바쁘다 보니 음식 만드는 일은 관심 밖이었는데 요리에 관심을 가지니 다른 음식에도 도전하고픈 생각이 든다.
장아찌를 잘 숙성시키기 위해 신선한 곳에 차곡차곡 보관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아이들에게 보낼 장아찌도 구분해서 따로 두었다. 알이 작은 양파를 골라 4 등분하여 식탁에 올리니 작은 연꽃이 피어 오르는 듯 하다. 음식이란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담는 그릇과 모양도 중요한 것이다.
숙성된 마늘지와 양파지를 잘 아는 지인분께 보내 드렸다. 삼삼하니 입에 맞는다며 고맙다고 한다. 장아찌로 나누는 행복은 맛을 나누는 행복뿐만 아니라 정을 나누는 행복이기도 하다. 입맛 없는 여름날 장아찌가 밥도둑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다.
출처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